경주 읍성 동문인 향일문 앞을 지나다가 신기한 장면을 본 거야.
벚꽃이 피었던 거야. 벚꽃 하나 핀 걸 가지고 뭘 그리 신기하게 여기냐 싶겠지?
얘가 활짝 핀 게 3월 16일 수요일이었으니까 문제가 되는 거지.
시내에서 제일 빨리 핀다는 장소의 벚나무는 해마다 3월 25일 전후해서 피었거든.
그런데 말이지 얘는 한 주일이나 앞당겨 피어버린 거잖아.
그게 신기했던 거야.
뭘 그리, 왜 그리 일찍 피는 거야?
일찍 핀다고 소문이난 서라벌 여중 앞 벚나무는 아직 꽃망울을 틔우지도 않았는데
얘는 벌써 펴버린 거야.
하긴 경주 벚꽃 개화 시기도 해마다 조금씩 당겨지는 것 같더라니까.
안타깝지.
우리 삶의 터전인 한반도 기후 자체가 아열대화 되어간다니 말이야.
우리들이 그간 저질러 온 일에 대한 자업자득이라는 생각이 들어.
20일 주일, 예배당에 다녀오다가 얘 앞에 멈추어 서서 카메라를 갖다 대었어.
증거를 남겨야겠다 싶어서 그랬던 거야.
이번 비에 식물들이 소생하는 것 같아서 너무 기뻤어.
동해안 지방에서는 지난해 11월부터 비 구경하는 게
너무 힘들었었어.
목련도 피었더라고.
시내 어떤 학교 교정에 피어나던 백목련이 그리워지네.
집 부근 작은 공원에는 산수유가 피었어.
얘가 핀 지도 벌써 한 주일이 지났어.
다음 주일에는 의성 산수유 마을에 가봐야겠어.
작년에는 너무 늦게 갔기에 꽃 지는 모습만 잔뜩 보고 왔었지.
세상 모든 일에는 때가 있는 법인데 말이지.
때를 놓친다는 건 슬픈 일이야.
내 인생길을 돌이켜볼 때 더더욱 그런 느낌이 들어.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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