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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살이/영상수필과 시 1 Photo Essay & Poem

금봉이와 홍백이

by 깜쌤 2022. 1. 12.

금붕어 두 마리를 사 왔습니다. 오란다라고 불리는 품종인데요, 한 마리당 1만 원을 주고 산 것이죠. 우리가 잘 아는 유럽의 무역 강국 네덜란드홀트란트라는 말에서 유래했다는 학설이 있습니다. 홀트란트를 영어 식으로 비슷하게 발음하면 홀랜드(Holland)라고 합니다만 영어 발음에 워낙 서툰 일본인들은 오란다라는 식으로 부르는 것이죠. 그러면 오란다라는 금붕어 품종의 어원을 이해하게 되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말로는 사자머리 금붕어라고 부르기도 하더군요.

 

 

 

 

수십 년 전 한때는 열대어도 다양하게 키워보았고 낚시에도 미쳐서 돌아다녀보았으니 나에게는 물고기가 결코 낯선 존재가 아닙니다. 다른 품종의 금붕어도 키워보고자 해서 아래 위로 긴 수반(?)을 하나 더 얻어왔습니다. 

 

 

 

 

그렇게 준비를 해두고 기포(산소) 발생기까지 연결해서 준비를 해둔 지가 벌써 보름이 지났습니다만 아직도 물고기를 구하지 못했네요. 한때 열다섯 군데나 되던 수족관들이 이제는 줄어서 시내에 서너 군데밖에 남아있지 않습니다. 그나마 민물고기를 취급하는 곳은 거의 없어서 각시붕어흰줄납줄개 같은 녀석을 구해서 기르려면 족대를 들고 강으로 직접 나가든지 아니면 인터넷을 뒤져야 할 것 같네요. 

 

 

 

 

컴퓨터 작업을 하다가 지치면 한 번씩은 금붕어를 바라보며 물멍을 하기도 합니다. 요즘 젊은이들은 모닥불 피워놓고 불꽃을 바라보며 멍하게 앉아있는 행동을 불멍 한다라고 하는 모양입니다. 물멍이라는 말은 거기에서 유래된 말 같습니다. 

 

 

 

 

책을 보다가 음악을 듣다가 잠시 쉬어야 할 때도 금붕어를 바라봅니다. 그런데도 아직 이름을 지어주지 못했으니 나도 참 무심한 인간입니다. 이름을 지어준다고 해도 곧 잊어버릴게 뻔하니 시도를 하지 않는 게 녀석들을 도와주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그래도 그건 너무하다 싶어 분홍 바탕에 붉은 점이 있는 녀석은 홍백이라고 부르고 붉은 녀석은 금봉이라고 부를까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확정된 것은 아니네요. 

 

 

 

 

새벽 외출을 다녀와서는 서재의 다른 방 책상 앞에 붙어 앉아 영어 성경을 베껴 씁니다. 평균 실내 온도가 7도 정도이니 커피포트에다 물을 끓여 옛날에 구해놓은 포도주 병에다가 붓고, 뚜껑을 닫은 뒤 발밑에 놓고 언발을 녹이며 글씨를 씁니다. 그러다가 손까지 시려오면 또 거실로 나와서는 금붕어를 바라보는 것이죠. 

 

 

 

 

서재 거실에는 작은 평상이 있는데 바닥에 전열판을 깔아 두었습니다. 차가운 방에서 유일하게 온기를 느낄 수 있는 장소인데요, 구차하게 사는 내 처지를 불쌍하게 여긴 손재주 많은 교우분이 만들어주셔서 정말 유용하게 잘 쓰고 있습니다. 그 위에 얇은 담요나 홑이불을 접어서 깔아 두기만 해도 엄청 따사롭기에 차가운 손발을 녹이기에는 그저 그만입니다. 

 

 

 

 

한 때는 겨울 추위를 이겨내기 위해 가스난로를 써보기도 하고 선풍기처럼 생긴 열온기(?)나 전기난로를 사용해보기도 했습니다만 가난한 서민이 겨울을 보내기에는 전열판을 깐 평상이 최고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다음에 언제 한번 공개를 해드리지요. 

 

 

 

 

추운 겨울이 그렇게 부담스러우면 아파트로 이사 가면 되지 않느냐고 하는 분들도 있습니다만 제가 워낙 작은 소리에도 민감하니 아파트 층간 소음을 견뎌낼 자신이 없기에 이렇게 버티며 살아갑니다. 3년 전 여름에 교통사고로 머리를 다쳐 병원에 3주일 입원을 한 적이 있었는데요, 병실 텔레비전 소리에 거의 미칠 뻔했습니다. 결국은 담당 의사 선생님을 졸라 퇴원해서 조용한 서재에 돌아왔는데 천국에 온 것 같더군요. 

 

 

 

 

나중에 나이 들어 요양원이나 요양병원 혹은 양로원에 원하지 않게 가게되면 어쩌나 싶어 은근히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그런 날이 오기 전에 곱게 죽어야 하는데 말이죠. 그런 곳에 붙들려가서 강제 입원하는 비극적인 날이 오기 전에 저 세상으로 가야지요. 그때쯤이면 지금 기르고 있는 금붕어 금봉이와 홍백이는 먼저 저 세상으로 가있겠지요? 드디어 녀석들 이름이 금봉이와 홍백이로 굳어지는 순간이 되었네요. 

 

"금봉이와 홍백이, 사랑해!"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