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1일 설 명절 하루 전날, 길을 나섰습니다. 명절이라고 해도 굳이 누가 찾아올 일이 없으니 편하게 길을 나설 수 있었습니다.
오늘의 목표는 보현산 천문대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천문대는 산꼭대기에 있으니 자전거로 가려면 엄청 고생할 것이 뻔한 일입니다. 그래서 승용차를 가진 다른 분의 신세를 져야만 했습니다.
배낭여행을 몇 번 같이 다녀온 ㄱ부장님의 승용차를 얻어 타고 출발했습니다.
자천초등학교 보현 분교장에 들러서 잠시 숨을 고루었습니다. 보현산 천문대는 영천시 화북면 정각리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보현산 기슭으로 화북면 자양면 등이 둘레둘레 퍼져있으니 거의 다 온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플라타너스 나무를 너무 심하게 전지 해버렸다는 생각이 드네요. 전봇대나 전기 줄로 인한 어려움이 없는 시골이라면 나무들이 쭉쭉 뻗어오르도록 해둘 수는 없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교직에 오래 있으면서 느낀 것인데 일부 몰지각한 교장들은 자기들이 나무를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못된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함부로 나무를 옮기고 자르고 하던 사례를 수없이 보아왔기에 하는 소리입니다.
내가 평생 몸 담아온 곳이 학교이니 분교장을 두고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길래 들어가 보았던 것이죠.
공기가 참 맑은 곳이었습니다.
삭아가는 농구 골대의 백보드가 쓸쓸한 기운을 더해주었습니다. 분교라면 아동용 농구 골대를 설치해주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아이들 입장에서 3미터 5센티미터의 농구골대 높이는 하늘처럼 높아 보일 것이기 때문이죠.
다시 출발했습니다.
조금 더 나아갔더니 보현 자연수련원이 등장했습니다.
수련원 앞쪽을 장식한 낮춤한 돌담이 정겨웠습니다.
한눈에 봐도 예전에는 학교였겠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나중에 인터넷으로 확인해보았더니 옛날에는 자양중학교 건물로 사용되었더군요.
시골마을에 아이들이 사라지면서 벌어진 서글픈 현실 가운데 하나가 폐교화 현상이죠.
이런 데서 자라는 아이들은 누구보다도 자연의 혜택을 보고 자라는 아이들임에도 불구하고 농어촌에 사람이 없으니 정말 서글프기만 합니다.
이 서글픈 현실에 가슴이 콱 막혀오는듯한 느낌이 가득합니다.
어느덧 천문대가 멀리 보이는 산 밑까지 왔습니다.
아스팔트 도로가 끝나자 시멘트 포장 도로가 나왔습니다. 이런 길을 자전거로 올라가는 사람들이 있더군요. 경탄의 대상입니다.
요리조리 모퉁이를 돌고 굽이굽이 감아든 끝에 주차장에 도착했습니다. 스타워즈 영화에 등장하는 것 같은 둥근 돔형 건물을 맞은편 봉우리가 떠받치고 있었습니다.
정문은 닫혀 있었습니다.
불빛 사용 금지라는 안내판이 특이해보일 수 있겠지만 천문대의 특성상 우리들이 반드시 지켜주어야 할 금기사항 중 하나가 밤에 쓸데없는 불을 피우는 것입니다.
도시에서 별을 찾아보기 어려운 이유 가운데 하나가 빛을 지나치게 내뿜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그걸 전문용어로 광해[光害] 혹은 광공해라고 하는 모양입니다만 지나친 조명과 인공 빛은 별을 관찰하고 관측하는데 해가 된다고 합니다.
산꼭대기 부근에는 아직도 눈이 남아 있더군요.
영천시 관광 안내도 앞에도 잠시 발걸음을 멈추었습니다.
이제 데크 길을 걸어가야지요.
주차장에서 시루봉까지 가는 1킬로미터 정도의 짧은 길이니 걸어가는 것이 옳은 일입니다.
천문대까지는 500여 미터 남짓입니다.
이름 하나는 멋지게 붙여두었더군요. 천수 누림길!
하늘이 허락한 생명만큼만 누리는 게 인생길이니 욕심낸들 무엇하겠습니까?
천천히 걸어올랐습니다. 사람을 감지하는 센서가 작동하는 모양입니다. 특정 지점에 가자 데크 밑에 숨겨둔 스피커에서 음악이 흘러나왔습니다.
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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