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벌써 포항 구항 속으로 들어와 있는 것 같아.
포항 구항 더 안쪽이 동빈내항일 거야.
내가 잘못 알고 있을 수도 있지만 여긴 예전에는 막혀 있었어.
막혀있었다는 말은 처음부터 그랬었다는 것이 아니고 산업화가 이루어지면서 원래 있던 물길이 매립되어 버렸다는 말이지.
그걸 다시 복원한 게 포항 운하지.
여기에는 서민들 삶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곳이야.
부근에 죽도 시장이 있어서 각종 해산물이 거래되고 있는 관광 명소가 되었어.
포항 운하 맞은편에는 솔숲과 해수욕장이 있었지만 산업화로 인해 황폐화되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던 그런 곳이었어.
포항은 동해안의 어항 정도에 지나지 않았지만 산업화 과정을 거치면서 엄청 변화된 곳이라고 볼 수 있어.
그 변화의 원동력은 누가 뭐래도 포항제철이었지.
나는 운하 가로 이어지는 자전거 도로를 천천히 달려나갔어.
내항에는 초계함도 정박해 있었어.
주위 환경을 정말 산뜻하게 잘 가꾸어두었더라고.
엄청난 변화가 이루어진 듯 해.
자전거 도로는 끊어지지 않고 잘 연결되어 있었어.
이 다리 밑을 지나가면 죽도시장이 가까워질 거야.
아무리 생각해도 포항 운하 복원은 정말 잘 한 일인 것 같아.
이제 저 굴다리 밑을 지나가야겠지?
저 멀리 송도의 명물이었던 솔밭이 보이더라고.
그날 내가 실수한 것 가운데 하나는 송도 탐방을 안했다는 거야. 사실을 말하자면 그럴 만한 시간적인 여유가 없었어. 거긴 따로 하루 날을 잡아서 살펴봐야겠지.
이제 죽도 시장 부근에 다 온것 같아.
드디어 죽도 시장 냄새가 물씬 나네.
포항 사투리로 장식한 문구가 눈에 확 들어왔어.
시장 안으로는 들어가보지 않았어.
이런데 와서는 해산물 하나 정도는 구입해가야 하는데 말이지.
그럴 만한 여유가 없었어. 시간과 돈 두가지가 다 부족했던 거야.
시장 부근은 혼잡하고 복잡했기에 서둘러 빠져 나가기로 했어.
송도로 이어지는 다리가 나타났어. 영어의 U자처럼 휘어져 있는 특색 있는 구조물이었어.
그다음에 등장하는 다리가 송도교야.
환골탈태란 이런 것을 두고 하는 말일 거야.
이명박 대통령이 이런 사업을 미리 했더라면 좋지 않았을까? '대통령이 꿈꾸는 운하란 이런 것입니다'하고 형산강 정비사업을 먼저 시행했더라면 좋았을 것을 괜히 서둘러서 일을 추진하며 고집부렸던 게 큰 화근의 원인이 되었을 거야.
민주사회에서 의견 수렴은 정말 소중하고도 중요한 것인데 말이지.
나는 외국에 왔는 듯한 느낌을 받았어.
벤치가 보이지? 좀 쉬어가기로 했어.
벤치에 앉아서 아까 ㅂ형님에게서 받은 떡을 꺼내 크게 한입 베어 물었어.
갈매기들이 내 눈치를 살피는 것 같았어.
혼자 먹으려니 미안했어.
한 녀석은 제법 초연한 듯했어.
이제 다시 출발해야지.
발써 오후 4시가 가까워지고 있었어.
아무리 늦게 잡아도 경주까지는 두 시간 이상 걸릴 텐데 말이지.
거기다가 나도 이젠 늙어버려서 무릎 상태가 안좋다는 게 마음에 걸려왔어.
늙는다는 것은 슬픈 일이지.
나는 다시 청춘을 되찾고 싶은 마음이 없어. 너무 힘들게 살아왔기에 되돌아가도 지금처럼 살긴 힘들 거야.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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