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담배를 안 피우고 술도 안 마신다는 것 정도는 파악하고 있지? 대신 요즘 그런대로 약간 즐기는 게 있어. 나이 들면서 배운 기호식품이 두 가지인데 바로 차와 커피야. 그동안 세상 여기저기를 떠돌아다니면서 이런저런 커피와 차를 마셔보았는데 특별히 기억에 남는 곳이 있기도 하지. 그리스 앞바다 에게해에 떠있는 하얀 낙원 산토리니 섬 절벽 위 카페에서 마셔본 에스프레소 한잔이 기억 나.
중국 절강성 소흥시를 돌아다닐 때 동호를 다녀와서 요기를 위해 시장 안을 헤매다가 허름한 음식점에서 마셔본 한잔의 녹차는 정말 일품이었다고 생각해. 주인아줌마는 우리가 외국인인 것을 눈치채고 구석에 숨겨둔 비닐봉지에서 녹차를 꺼내 주전자에서 우려낸 뒤 주전자째로 건네주었는데 그 차맛이 환상적이었던 거야.
알다시피 나는 책없으면 못살아. 머리맡에도 책을 서너 권 던져놓고 잠자기 전이나 잠시 잠에서 깨어나 뒤척일 때는 꼭 책을 찾는 사람이야. 지금은 사진에서 보는 것과는 다른 종류의 책을 쌓아놓고 있어. 요즘 보는 책은 <베토벤의 커피>라는 것인데 보름 사이에 두 번이나 읽었어. 어젯밤에는 한국 교회의 문제점에 관한 책을 읽었지.
<베토벤의 커피>라는 책 안에 이런 글이 숨어있더라고.
"죽는 날까지
책을 읽을 수 있는 머리,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가슴,
혼자서 산책을 다닐 수 있는 다리,
그리고 누군가에게 건넬 수 있는 손이 되기를."
그게 바로 내가 추구하는 삶이지. 그 이상 뭘 바라겠어?
며칠 전, 그러니까 정확하게 말하자면 2월 16일 오후에 경상남도 양산시 통도사 앞에 있다는 저자가 운영하는 커피가게를 찾아갔어. 가기 전에 네이버 지도를 보고 확인했더니 커피 가게는 문을 닫고 부근 어디로 이사를 가서 커피 볶는 작업을 계속한다는 거야. 다음 지도에는 그런 정보조차 올라와 있지 않았어. 이러니 DAUM이 경쟁에서 밀리는 것 아니겠어?
로스팅을 한다는 집에도 사람이 없었어. 그래서 그냥 돌아올 수밖에 없었지. 볶아둔 원두라도 한 봉지 사들고 와서 내려마시려고 했지만 헛수고로 끝나고 말았던 거야.
글이 맛깔스러워서 저자를 한번 보고 싶었는데 말이지. 내가 클래식 음악을 좋아한다는 것 정도는 알지? 이 글을 끄적이면서 영화에 등장하는 오페라 아리아를 골라서 듣고 있어. 내가 규칙적으로 출입하는 카페를 아직 가지 못했기에 할 수없이 포항에서 얻어온 생강차를 홀짝이고 있지. 나는 그렇게 살고 있어. 그럼 안녕!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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