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새벽부터 비가 오고 있습니다. 이런 날이면 서재 소파에 앉아서 음악을 듣습니다. 물론 지금은 컴퓨터 앞에 붙어앉아서 글을 쓰고 있지만요. 나는 보통 4시 반에 일어납니다. 새벽외출을 하고난 뒤 집에 돌아오면 6시 반경이 됩니다. 글을 쓰다가 아내가 연락을 하면 내려가서 7시 15분을 전후하여 아침을 먹습니다. 식사후에는 다시 서재로 올라옵니다.
서재에 올라와서는 다시 컴퓨터를 켜고 글을 쓰거나 음악을 듣거나 아니면 책을 보기도 합니다. 컴퓨터 옆에는 대형모니터와 사운드바가 따로 있어서 화면을 보며 음악을 감상할 수 있으니 제게는 그게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지요. 문제는 사운드바가 고급제품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사운드바 중에서도 가장 싼 싸구려를 구해왔으니 구색만 갖춘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컴퓨터에도 제법 소리가 실하게 들리는 스피커를 연결해서 듣는데 컴퓨터용 소형 스피커와는 음질에서 엄청난 차이를 보입니다.
어떨 땐 올드 팝송을 듣기도 하고 클래식이나 찬양곡을 들을 때도 많습니다. 영화음악도 제가 좋아하는 분야가운데 하나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는 once upon a time in the west 라는 영화의 주제곡을 듣고 있습니다. 작곡은 엔니오 모리코네, 지휘는 안드레 리우가 했습니다.
책보고 글쓰고 음악 듣고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니는게 나에게는 크나큰 즐거움입니다. 더 큰 즐거움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시간이 날때마다 개인적으로 하나님을 만나러 가는 것이죠. 글을 쓰고난 뒤 보통 오전 10시 15분이 되면 커피를 마시기 위해 집을 나섭니다.
커피를 마시러 가는 곳은 거의 정해져 있습니다. 제가 잘 가는 수퍼에 가면 단돈 천원에 일만원짜리 느낌이 나는 고급 커피를 마실 수 있습니다. 주인부부가 커피내리는 솜씨 하나는 일품이어서 커피를 내려 주인 아저씨와 같이 한잔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집에 돌아옵니다.
그러면 보통 오전 11시 반이 됩니다. 정오가 조금 지나면 아내가 차려주는 밥을 먹습니다. 삼식이 노릇을 하게 되어 면목이 없습니다만 어쩝니까? 요리를 배우지 못했고, 배웠다하더라도 솜씨가 꽝이니 어쩔 수 없이 아내가 해주는 음식을 먹고삽니다만 대신 음식투정은 절대 하지 않습니다.
그러기에 아내보다 제가 먼저 죽게 해달라고 기도를 드리기도 합니다만 인명재천(人命在天)이라고 했으니 결과는 두고 봐야 알아지겠지요.
언제 한번 이야기를 한 사실이 있습니다만 제가 인생살이에서 가장 잘한 것이 네가지가 있는데 첫번째는 크리스천이 된 것입니다. 두번째는 선생을 직업으로 가졌었다는 것이고 세번째는 배낭여행을 했으며 네번째는 글을 끄적이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 네가지 가운데 앞의 두가지는 제가 선택했다기보다 하나님께서 부르시고 맡기셨다는게 옳은 표현이겠지요.
덕분에 평생을 두고 엄청 절약해가며 풍족하지 못하게 살았습니다. 남들은 잘도 바꾸는 그 흔한 자동차도 한번 못가져보았으며 우리 아이들과 함께 여행한 기억도 거의 없어서 아버지 구실조차 잘 하지 못한 못난 애비, 못난 남편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런 이야기가 나오면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는 가련한 가장이 되고 맙니다.
아직도 비가 옵니다. 지금은 쇼팽의 <이별의 곡>을 듣고 있습니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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