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발트해가 보인다.
발틱(=발트)해 건너 탈린의 맞은편에 있는 도시가 핀란드의 수도인 헬싱키다. 두 도시 사이에는 페리보트가 자주 나다닌다.
간이화장실이 군데군데 놓여있었다.
나는 다시 마리아 대성당쪽으로 나왔다.
이젠 고지대를 어지간히 살핀듯 하다.
저지대로 내려가는 통로를 찾아야했다.
그리 크지 않은 곳이니 길을 찾는 것은 식은죽 먹기일 것이다.
호박가게가 보인다. 옛날에는 바닷가에서 호박덩어리를 그냥 주을 수 있었다고 한다.
공룡 피를 빨아먹은 모기가 호박안에 갇혀서 화석이 되었는데 그 혈액 안에서 공룡의 유전자 정보를 취득하여 공룡생태원을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기억났다.
무슨 황당 시추에이션이냐고? 영화 <쥐라기 공원>의 시작은 그렇게 되어있지 않던가?
과학적으로 접근해보자면 그런 이야기는 실현가능성이 없다고 한다.
탈린 구시가지에서 공룡 이야기를 하는 나도 어이없는 사람이기는 마찬가지다.
저지대로 내려가는 통로를 찾아서 걷다가 또 다른 전망대를 만났다.
안보고 내려갈 수 있는가 싶어서 전망대가에 가서 붙었다.
저지대 구시가지 경치가 한눈에 들어온다.
붉은 지붕을 가진 올드타운이 동화세계처럼 다가왔다.
구시가지 너머로는 광활한 숲이 펼쳐진다. 신시가지의 빌딩들이 숲을 뚫고 솟아올라 멋진 스카이라인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전망대를 벗어난 나는 저지대를 향해 걸었다. 벽에 그려진 낙서는 정말 싫다. 예술행위라고 강변하기도 하지만 그건 지나친 자기합리화라는 생각이 든다.
손잡고 걷는 노부부의 모습이 아름답게 보였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런 아름다운 경치도 아내는 내팽개쳐두고 나혼자서만 즐긴듯 하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나도 한참 모자라는 사람이다.
지나고나서 생각해보니 탈린은 예쁜 도시였다.
깜찍한 아름다움을 가진 도시였다는게 정확한 표현이지 싶다.
탈린만이 가진 독특한 풍경가운데 하나는 인형이 많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봉제인형 산업이 발달한 곳일까?
건물 모퉁이 공간도 잘 활용해서 휴식공간을 만들었다.
자꾸 인형에게 눈길이 갔다.
미인에게 눈길이 자꾸 끌리듯이 시가지로도 자꾸만 시선이 옮겨갔다.
그런 매력에 이끌려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나는 단번에 저지대로 내려가지 아니하고 고지대 골목을 빙빙 돌았다.
키 하프를 연주하던 사나이는 픽얄그(긴다리 거리)로 옮겨와 있었다.
석축 벽면에 그림을 붙여두고 파는 사나이도 있었다. 어쩌면 무명의 화가일지도 모른다.
제법 괜찮은 그림들이었다.
하나 구하고 싶어도 가지고 다니는 것이 문제가 되니 구입하고 싶은 엄두가 나질 않았다.
어디선가 멋진 바이올린 소리가 들려왔다.
청아하면서도 구슬프다. 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그녀였다. 이런 옷차림을 어디서 보았더라? 낯익은 복장인데.....
픽얄그 거리 끝부분 성문이 그녀의 연주장소였다.
연주솜씨가 예사롭지 않았다.
바이올린 소리라면 사족을 못쓰는 내가 그냥 지나칠 리가 없다. 나는 걸음을 멈추고 음악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이럴땐 잔돈 유로를 사용해야한다.
저지대 시가지로 내려왔다. 확실히 이쪽으로 관광객이 더 많은듯 하다.
한잔하고 가라는 말이지? 술을 안마신 세월이 너무 오래 되었으니 눈길만 던져주고 지나친다.
할리 데이빗슨 한대가 멈춰서 있었다. 사나이들의 영원한 로망 아니던가?
나는 기계와 별로 사이가 좋은 편이 아니다. 어쩌면 기계치인지도 모른다.
우리가 머무르는 호텔이 있는 사우나 골목으로 돌아왔다.
3층 객실로 올라갔다.
피곤할 땐 쉬어야한다. 이 호스텔 라운지는 잠정적으로 2층으로 옮겨가 있었다.
시가지를 걸었더니 조금 피곤했다.
방안에 들어온 나는 내 공간에 가서 잠시 누웠다. 피곤할 때는 눕는게 최고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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