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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살이/세상사는 이야기 2 My Way

땡볕속에 호국원을 다녀오다

by 깜쌤 2017. 8. 4.

 

7월 25일 아침, 자전거를 타고 집에서 출발했습니다.

 

 

거의 석달동안이나 비가 오지 않다가 이틀 전에 소나기가 조금 내렸는데 강물이 많이 불어있었습니다. 형산강 상류쪽으로 많은 비가 왔었나봅니다. 이틀 전만 해도 강바닥이 거의 다 드러나 있었습니다.

 

 

금장을 지나 현곡면 소재지로 향합니다. 개울가로 난 작은 도로를 따라 달렸습니다. 

 

 

 현곡면 무과리 골짜기로 들어섰더니 개울가에 나리꽃이 가득피어있었습니다.

 

 

 

오늘의 목적지는 영천 호국원입니다. 그런 뒤 아화, 건천을 지나 시내로 돌아오려는 것이지요. 위 지도를 클릭하면 더 크게 볼 수 있습니다.

 

 

해마다 나리가 필 때엔 꼭 영천 호국원으로 가봅니다.

 

 

내태 저수지 안쪽에 자리잡은 마을이 골짜기의 끝입니다.

 

 

온 산에 초록이 가득한데 갈색이 보이는 것은 어떤 나무인지는 모르지만 말라 죽어간다는 말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소나무는 아닌것 같습니다. 워낙 그동안 가뭄이 심해서 떡갈나무나 굴참나무같은 것이 말라죽어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지막 고개 정상 부분은 경사도가 심해 자전거에서 내려 끌고 올라갔습니다. 

 

 

고개마루에서는 휴대전화가 잘 터지라고 중계탑으로 선을 연결하는 공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이제부터는 안강읍입니다. 여기서부터는 한참동안 내리막길이 이어집니다. 

 

 

그렇게 한참을 타고 내려왔더니 포항과 영천을 잇는 4차선 도로와 만날 수 있었습니다. 제일슈퍼에서 비스켓을 사서 간식으로 먹었습니다. 작은 가게지만 항상 깨끗한데다가 주인은 친절해서 이 길을 지나칠때마다 꼭 들어가봅니다. 물건을 진열한 매대마다 가격표가 단정하게 붙어있어서 신뢰도 가는 가게입니다. 

 

 

나는 4차선 너른 도로를 버리고 옛날 도로를 따라 달렸습니다.

 

 

경주로 가는 시내버스가 돌아나오고 있었습니다.

 

 

바람이 논벌을 훑어지나갈 때마다 벼잎들이 슬며시 누웠다가 일어납니다.

 

 

저 버스는 강교를 출발해서 안강을 거쳐 경주시내로 갈 것입니다.

 

 

저 산을 넘으면 영천시가 될 것입니다.

 

 

 강교2리 입구에서 잠시 자전거를 세웠습니다.

 

 

시골 마을들이 한결 윤택하게 보입니다.

 

 

이런 마을에 한번 살아볼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한번 터를 잡으면 옮기기가 힘드니까 아직은 아니다라는 판단이 서기도 합니다.

 

 

나는 다리 밑에서 오리요리집을 살펴보았습니다.

 

 

자두나무 밭에는 잡초 한포기 없습니다. 나무 밑에다가 부직포를 깔아서 잡초를 해결할 수도 있겠네요.

 

 

비탈진 구도로에서는 자전거에서 내려 끌고 올라갔습니다.

 

 

젊은이들 같으면 얼마든지 페달을 밟고 힘차게 올라가겠지만 제게는 이것도 힘에 겹습니다. 

 

 

조금만 더 올라가면 고개마루가 될 것 같습니다.

 

 

골짜기를 내려다보았더니 작은 길이 산을 감아오르고 있었습니다. 임도인가 봅니다.

 

 

안강휴게소가 바로 앞입니다.

 

 

 예전의 영화로움은 거의 사라진 휴게소가 되었습니다. 대중가요 소리가 너무 요란합니다. 

 

 

하루종일 그 소리를 들어야하는 다른 상인들은 괴롭지 싶습니다.

 

  

주유소 둘레에는 잡초들이 자라납니다. 시멘트와 아스팔트 사이에 생명이 자라고 있습니다. 

 

 

 옹기와 화분을 파는 가게에도 손님이 뜸한듯 합니다.

 

 

휴게소 부근의 상당수 시설이 흉물로 변해가는듯 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휴게소를 지나면 내리막입니다. 나는 4차선 도로 밑으로 난 굴을 통과해서 반대편으로 나갔습니다.

 

 

드디어 호국원 입구까지 이르렀습니다.

 

 

조화를 사가라는 상인들의 권유를 뿌리치고 호국원 안으로 들어갑니다.

 

 

입구에 버티고 선 건물은 충령당입니다. 이름으로 보아 납골당 같습니다.

 

 

작은 연못에는 연과 부들이 자라고 있었습니다.

 

 

목백일홍 붉은 꽃이 파란 하늘 밑에서 호국영령들의 마음을 헤아려주는듯 합니다.

 

 

부모님들은 3구역 3번째단 3번째 줄에 계십니다. 333인 셈이죠. 아버지를 여기 모시고 얼마 안되어서 부지가 부족해 그 다음부터는 납골당에 유골을 모신다고 들었습니다.

 

 

경주로 돌아갈 때는 산밑으로 보이는 저 도로를 따라 달려갈 것입니다.

 

 

작은 저수지 하나가 호국원 밑에 숨어있다는 것은 처음 알았습니다. 어쩌면 저번에 본듯도 하고요.....

 

 

나는 주차장에 자전거를 세워두고 홍살문쪽으로 걸어갔습니다.

 

 

묘역 통로에는 6.25전쟁때 참전했던 나라들의 깃발이 펄럭이고 있었습니다.

 

 

남의 나라 귀한 자식들까지 이 땅에서 산화한 것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픕니다.

 

 

그 마음 아픔은 자식들을 길러본 자들만이 아는 슬픔이요 비애일 것입니다.

 

 

나는 부모님을 만나뵈러 갔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난 뒤 꼭 7년 후에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습니다. 나는 묘비 앞에 앉았습니다.

 

 

아버지는 참전용사 묘역에 영면하고 계십니다. 어머니도 여기에 합장을 했습니다.

 

 

하늘은 높고 푸른데 마음은 아립니다.

 

 

부모님을 남겨두고 말없이 돌아나왔습니다. 

 

 

 호국원 내 휴게실에 잠시 들렀다가 경주로 향했습니다. 

 

 

 중간에서 방향을 틀어 아화쪽으로 달려갑니다. 몇년전 갈비뼈를 부러뜨린 사고 현장을 지납니다.

 

 

도로를 깔끔하게 포장해두어 라이딩하는 맛이 납니다.

 

 

아화면 소재지에 들러 국밥 한그릇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싶었습니다.

 

 

오늘은 여섯시간 정도를 안장 위에서 보내야할 것 같습니다.

 

 

건천 금척리 고분군 앞을 지납니다.

 

 

오른쪽으로 단석산 줄기가 따라오다가 뒤로 슬그머니 물러났습니다. 

 

 

모량에서 이면도로로 접어들었습니다. 이제부터는 자동차 통행이 약간 뜸한 도로입니다. 

 

 

포항으로 이어지는 고속철도선이 모량천 개울을 가로질러 달려나갑니다.

 

 

효현을 거치고 장메 마을을 지났습니다.

 

 

모량천과 서천이 합류하는 지점에는 경주시민들이 마시는 상수도 취수원이 있습니다. 온 사방에 벌레소리들이 자욱했습니다.

 

 

 

기록물 삼아 촬영을 해보았습니다.

 

 

나는 지금 형산강 제방에 서있습니다. 피로때문에 몸이 무거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두달동안 목이 아파 고생했는데 고통이 더 심해질듯 합니다. 

 

 

선도산 밑에 줄을 선 서악고분군이 천년세월을 머금고 말없이 제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나도 그 세월 속으로 서서히 묻혀들어가는 중이겠지요. 햇살이 제법 뜨거웠습니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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