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층 전시공간이었다고 기억한다.
첫눈에 느낌 자체가 달랐다. 어딘가 익숙하고 정겨운 감각이 느껴졌던 것이다.
한국도자명품전이라는 이름하에 전시품이 진열되어 있었다. 러시아 국립 에르미타쥬 박물관과 한국 국립박물관 공동주최인듯 하다. 나는 관심을가지고 살펴보았다.
달항아리다. 박영숙님(혹은 박용숙)의 작품이다. 중간 철자가 Young로 되어 있었다.
청계천을 찍은 작품같다.
흙을 가지고 어떻게 저런 색채를 살려낼 수 있을까?
유리제품일까?
한국인의 작품이 에르미타쥬에 전시된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던가? 문화적인 동향에 어두운 내 생각에는 그랬다.
관람객의 수는 적었지만 자부심을 느끼면서 돌아섰다.
우린 다시 다음 공간으로 이동했다. 워낙 많은 전시실이 있었으므로 어디가 어디인지 구별도 되지 않았다.
창밖으로 참모본부와 전승기념비가 보였다.
벽면 양쪽으로 초상화들이 가득했다.
아까 이방에 들어왔었던가?
에르미타쥬에서 내가 꼭 보고 싶었던 그림이 있었다.
이 그림도 그 가운데 하나다.
왜 제목과 작가가 생각이 나지 않는지 모르겠다. 나이탓일까?
결국 나는 <죽기 전에 꼭 봐야할 명화 1001점>이라는 책을 어제 주문했다.
그것도 이미 절판되어버려 중고책을 구해야만 했다.
어디선가 한번씩은 다 본 작품인데 작가와 제목이 기억나지 않으니 나에게는 엄청난 비극이다.
세밀하게 다 보려면 밑도 끝도 없고 한도 없다.
<가나의 혼인잔치 - 요한 하인리히 쇤펠트>
나는 한번씩 눈길만 던져주고 지나갔다. 제목은 '가나의 혼인잔치'라고 붙여두었지만 성경속에 등장하는 원래 내용과는 관련이 없는듯 하다.
창가로 펼쳐지는 네바강을 보며 나는 서글픔을 느꼈다.
환상적인 몸매와 얼굴을 가진 조각상도 나의 서글픔을 위로해주지 못했다.
가시면류관을 쓴 것으로 보아 예수 그리스도를 그린 작품일 것이다.
그리스도의 죽음과 관련된 작품들이 한곳에 걸려있기도 했다.
그러다가 사람들이 바글거리는 공간으로 들어섰다.
무슨 그림을 살피고 있는 것일까? 주로 단체 관람객들이 한곳에 모여 바글거리고 있었다.
이럴때 오디오 서비스가 위력을 발휘할 것이지만 나는 그냥 홀로 다니는 편을 좋아한다.
모두들 참고자료를 들고 다니는듯 했다. 그래야하는데.....
네바강 건너편의 페트로파블로프스키 요새가 보인다.
저기는 내일 가볼 생각이다.
지금은 여기를 한군데라도 더 둘러보는게 중요하다. 시간이 그리 많이 남아있지 않았다.
괜히 마음이 자꾸 조급해진다. 여긴 왜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이 몰려있지?
이유가 있으리라.
실내장식도 화려했지만 전시된 작품들 하나하나가 우수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피그말리온 이야기를 나타낸 것이 틀림없지 싶다.
자기가 조각한 작품속의 여인상을 사랑하게 된 사나이 피그말리온......
이 방은 그런 조각품들이 가득했다.
모두들 자기 관심분야의 작품들을 살피고 있었다.
대리석으로 만든 이 매끈한 여성 조각은 실물이라고 해도 믿어야 할 정도였다.
이웃 방으로 들어갔더니 의자까지 준비되어 있어서 휴식을 취해가며 관람할 수 있었다. 화려함의 극치를 이루었다.
눈이 종일토록 호강한 셈인데 드디어 나는 최대의 수확을 거둘 수 있었다. 바로 이 옆 방에서 말이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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