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장사지 심층석탑에서 산봉우리쪽을 보면 위쪽에 또다른 유적지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위쪽에 무장사에 아미타불을 만들어 봉안한 내력을 새긴 비석이 있단다. 빈터에는 낙엽이 가득했다. 발굴된 유적을 바탕으로 하여 여기가 무장사터였음을 알았다는 것이다.
비석의 아래부분과 꼭대기 부분이 남아있다. 몸통은 훗날에 새로 만들어 끼운 것이다.
거북 두마리가 밑을 받치고 있는 형상이다. 위부분은 용이 새겨져 있다. 그런 부분을 이수라고 하는 모양이다.
이수라는 말을 사전에서 검색해보았더니 바로 위 글상자 속의 내용처럼 풀이하고 있었다.
아랫부분은 어려운 한자말을 써서 귀부(龜部)라는 식으로 표현을 해두었는데 쉬운 표현으로 순화를 해서 사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가봐도 거북이 두마리가 비석 몸체를 지고 있는 형상이다. 귀부와 이수가 발견되었기에 복원이 가능했으리라.
나는 무장사터를 나와 다시 무장봉으로 오르기 위해 가던 길을 갔다.
아까 왔던 길을 돌아나왔다.
계곡을 따라 산으로 계속 오르는 것이다.
조금만 돌아걸으면 처음에 걸어왔던 길과 마주치게 된다. 돌이 굴러떨어질 가능성이 있으니 무장사터로 돌아가라는 말인데 굳이 무시하고 위헌한 길로 들어가는 사람들의 심리를 어떻게 해석해야할까?
나는 풍경을 즐기며 걷기로 한다. 함께 동행한 분은 아들뻘 되는 젊은 교사다. 인생에 관한 이러저런 이야기를 하며 걸었다.
어느 정도 걸었을까? 주위를 둘러보니 제법 높은 곳까지 올라왓다. 앞이 트이면서 억새밭이 슬슬 나타나기 시작하는 것이다.
계곡을 따라 걷는 길은 부담이 되지 않는다. 어지간하면 그쪽으로 걸어보기를 권한다.
먼산에는 잡목들마다 단풍이 들어 알록달록했다.
어떤 곳을 능선을 따라가기도 하고 어떤 곳은 산허리를 따라 길이 나있기도 한데 이어진 길 양쪽으로는 억새들이 무성했다.
길 양쪽으로 키작은 나무들이 자라나서 터널을 만든 곳이 있었다.
한번씩은 짙은 구름이 지나가며 빗방울을 슬쩍 뿌리기도 했다.
이런 길은 평지를 걷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길 양쪽으로 억새밭이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멀리 산비탈 옴팍한 곳에 건물이 보였다. 풍경을 보면 짐작이 되겠지만 여긴 예전에 목장을 하던 곳이다.
목초지였던 곳에서 인간의 손길이 사라지자 자연의 섭리에 의해 풀밭이 만들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목초지에 제일 먼저 자리잡은 것이 억새들이다.
마음껏 자란 억새들이 인간의 키보다 더 높았다.
은색으로 빛나는 억새꽃들이 눈부실 정도로 아름다웠다.
억새잎은 날카롭다.거짓말을 조금 보태면 면도날이나 마찬가지다. 분위기에 취해 억새밭으로 함부로 들어가면 얼굴에 상처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
억새잎을 맨손으로 만지는 것은 극히 위험하므로 조심해야 한다.
바람이 슬쩍 스치고 지나가자 억새꽃들이 일제히 하늘거리기 시작했다.
어떤 녀석들은 허리를 굽혀 누웠다가 슬며시 일어나기도 했다.
겹겹이 겹쳐진 산자락들이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해주었고.....
갑자기 아련한 그리움들이 물밀듯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나는 치밀어오르는 그리움들을 지긋이 눌러가며 길을 걸었다.
그렇게 얼마를 걸었을까? 오른쪽으로 무장봉 정상의 전망대가 보이기 시작했다.
길모퉁이을 돌자 정상으로 향하는 마지막 낮은 언덕이 나타났다.
이제 다온듯 하다.
나는 걸음을 재촉했다. 봉우리 뒤에서 까마귀가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그랬다. 정상 부근에서는 까마귀 소리가 자주 들렸다.
정상에 오르자 표지석이 제일 먼저 반갑게 맞아주었다. 마침내 무장봉 꼭대기에 오른 것이다. 가슴이 탁 터지며 마음이 환하게 열리는듯 했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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