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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11 중국-대륙의 극과 극:산동, 청해성(完

당번고도를 따라 문성공주를 찾아가다 6

by 깜쌤 2011. 10. 18.

 

동네에 들어섰더니 장오새끼 다섯마리가 나를 보고는 꼬리를 흔들면서 다가왔다. 너무 귀여워서 살살 접근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낮은 음으로 으르릉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남자 굵은 목소리같은 소리였다.

 

 

퍼뜩 감이 잡혀서 소리나는 곳을 보았더니 어미 장오 한마리가 멀리서 나를 노려보고 있는게 아닌가? 위기감을 느낀 나는 새끼 장오를 한번 만져보겠다는 욕심을 아낌없이 포기하고 뒤로 천천히 물러났다.

 

 

아까 산에서 내려온 할머니가 집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정성을 드리던 할머니의 집은 바로 여기였던 것이다.

 

 

언제 무너질지도 모르는 형편없는 흙집에 사는 할머니지만 불심 하나는 깊었던 것이다.

 

 

동네를 이루는 집들은 거의 다 이런 모습이었다.

 

 

반대편 산밑에는 일가족이지 싶은 사람들이 풀밭에 앉아서 우리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살펴보고 있는듯 했다. 가족들 옆에는 어김없이 장오 한마리가 어슬렁거리고 있었고.....

 

 

 몰려오는 관광객을 위한 시설인지 아니면 동네 사람들을 위한 시설인지는 모르지만 개울가에 화장실이 한채 자리잡고 있었다.

 

 

마을 바로 옆에는 작은 절이 보였다. 최소화된 티벳 스타일의 절이라고 불러도 틀리지는 않을 것 같다.

 

 

초르텐과 흙집과 티벳 절.....

 

 

나는 이들의 삶을 보며 연민의 정을 느꼈다.

 

 

여행에서 가장 빨리 버려야할 감정이 동점심과 연민의 정이다. 우리 눈에 비치는 그들의 삶이 곤궁할지언정 그들은 우리를 다른 모습으로 보고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집들은 형편없어도 그들의 삶 자체가 비참한 것은 아닐 수도 있다. 실제로 이들의 생활만족지수는 낮은 편이 아니라고 한다.

 

 

마을 옆에 있는 이 절만해도 아름답게 장식되어 있었다. 이제 그 아름다움을 하나하나씩 느껴보자.

 

 

출입문 위를 장식한 채색의 아름다움은 원색을 자주 사용하는 어떤 이탈리아 의류회사의 디자인 같다. 문설주와 인방은 빨갛게 칠했고 벽면은 진한 자주빛으로 색칠을 해서 위엄과 기품을 느끼게 했다.

 

 

처마부분의 아름다움을 보자. 티벳 스타일의 단청은 이런것인가 보다. 지붕 꼭대기의 사슴은 무엇을 나타내는 것일까? 처마밑의 파란색띠와 하얀색 점들! 이런 채색들이 단조로운 건물에 생명을 불어넣는 것처럼 보인다.

 

 

건물 안에는 티벳 할아버지 한분이 거대한 마니경통을 돌리고 있었다. 저 통을 한번 돌리면 불경 한권을 읽은 효과를 낸다고 믿는가보다.

 

 

자기들 사는 집은 형편없어도 절간은 극히 화려하게 꾸며놓는 종교적인 열심이 놀라울 뿐이다.

 

 

마니경통의 아름다움도 대단하다. 가까이 가서 사진을 찍으려다가 참았다. 그들에게는 지극히 거룩한 장소일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기도시간 아니던가?

 

 

마니차를 돌리는 할아버지의 얼굴에 기쁨이 넘친다기보다는 삶의 무게가 가득히 드리워져 있는듯 했다.

 

 

나는 다시 발걸음을 돌려 문성공주묘쪽으로 내려갔다.

 

 

다른 각도에서 본 느낌도 역시 아름답다는 것이다.

 

 

하얀색 라마탑과 자주빛 건물, 그리고 초르텐 중심 장대 위에 올려놓은 저 장식물의 아름다움.....

 

 

 

 

언젠가는 빛이 바래 우중충해지겠지만 지금은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선명한 아름다움을 마음껏 뽐내는듯 하다.

 

 

 

라마탑의 꼭대기 장식물은 또 어떻고.......

 

 

삶은 곤궁할지라도 종교에 대한 열심만은 그 어떤 민족도 따라갈 수 없으리라. 장족들에게 불심을 빼고나면 남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우리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여기가 문성공주묘다.

 

 

그녀의 시신이 이 속에 안장되었는지 아닌지 나는 모른다. 라사에서 살았던 여인의 무덤이 여기 있다는 것 자체가 이미 수수께기나 다름없다.

 

 

마당 안쪽 오른편에 있는 자그마한 돌비석에는 문성공주묘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마당안 왼쪽에는 공부를 하는 학생들이 모여서 무엇인가 열심히 토론을 하고 있었다. 외따로 서있는 청년은 조개로 만든 것 같은 나발을 불고 있었다.

 

 

그는 소리를 통해 도를 깨치려는 것일까?

 

 

절벽아래 자리잡은 무덤 겸 학교에서는 전통 티벳방식의 토론 수업이 진행되고 있었는데......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