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보문관광단지에 볼 일이 생겼다. 나는 자전거를 타고 가기로 했다. 결혼식에 참석해야하니 처음부터 양복을 입고 나서야했지만 나는 그게 싫었다.
양복 윗저고리를 잘 개어 종이가방에 넣어서 앞 손잡이에다가 걸고 신발만 캐주얼화로 바꿔신었다. 그리고는 보문관광단지로 올라가는 자전거 도로를 따라 달렸다.
자전거 도로와 차도 사이의 작은 화단에는 패랭이꽃을 닮은 녀석들이 소복하게 피어있었다.
자전거를 세우고 달려온 길을 돌아 보았다. 자전거를 탈때마다 느끼는 것인데 한번씩은 자전거를 멈추고 뒤를 돌아다보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뒤에 두고온 아름다운 경치를 다시 보며 추억의 바구니에 하나씩 주어담을 수도 있었고 어떨땐 내가 흘린 물건을 찾기도 했다. 하여튼 뒤를 돌아보아 나쁠것은 없었다.
앞쪽으로는 내가 가야할 길이 아득하게 펼쳐졌다. 제법 먼것처럼 보여도 얼마되지 않는다. 시내에서 보문을 갈 일이 생기면 나는 거의 어김없이 자전거를 타고 간다. 넉넉하게 잡아도 한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을뿐더러 돌아나올때는 내리막길을 신나게 달리는 쾌감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따라 하늘이 맑게 느껴졌다. 가을이 되어 하늘이 높아지는 것은 볼 수 있다는 것은 커다란 행운이라는 사실도 최근에야 깨달았다.
이제 보문호수를 오른쪽으로 끼고 달리는 중이다. 오르막길을 오를때는 자전거에 내려 끌고간다. 그게 체력소모를 막는 길이다.
한여름 내내 아름답게 꽃피워주던 칸나도 이제는 그 아름다움을 다해가는 중이다.
하늘 한가운데 조각구름 하나가 쏘옥 떴다. 귀엽다. 학창시절, 우리나라의 하늘이 유난히 높고 푸르다는 사실을 배우면서 나는 왜 그런 말이 나오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내가 그 말이 지닌 의미를 알아차리고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던 것은 우리나라가 산업화의 과정을 밟아가는 도중의 일이었다. 근엄하기로 유명했던 영국신사들은 19세기 후반 석탄을 연료로 쓰는 공장이 대량으로 들어서면서 공장지대에서 뿜어나오는 연기를 보며 새로운 시대가 도래했다며 즐거워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그들은 런던 상공을 뒤덮은 스모그라는 괴물을 경험해보고나서야 그게 바른 길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 유독물질이 뒤섞인 습한 안개로 인해 폐질환자가 대량으로 발생하는 모습을 보며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아가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런 환경에서 자란 서양인들이 산업시설이 전무한 1950년대와 60년대에 한국을 방문해보고 나서 푸른하늘을 보며 탐내었던게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던 것이다. 우리나라의 푸른 하늘을 칭찬했던 것은 다 이유가 있었다.
경주보문관광단지와 경주시가지를 내려다 볼 수 있는 기구가 하늘로 솟아올랐다.
아직 나는 한번도 타보지 못했다.
가을을 화려하게 장식하는 꽃들이 저마다 자기의 아름다움을 뽐내는듯 했다.
관광지 환경을 아름답게 가꾸기 위한 노력의 산물이다.
여기서는 보이지 않지만 소나무 숲 뒤로는 보문호수가 펼쳐진다.
가을경치의 압권은 누가 뭐래도 푸른 하늘과 흰구름이다.
이렇게 아름다운 구름을 볼 수있는 날이 그리 흔한 것은 아니다.
확실히 요즘 들어서는 경주에 자전거 여행객이 늘어났다는 느낌이 든다.
이 좋은 곳까지 와서 굳이 차를 타고 돌아다녀야하는지 모르겠다.
골프장에는 선남선녀들이 그득했다. 좋은 일이다.
스위트호텔 앞마당을 지났다. 나는 시골뜨기여서 그런지 호텔 앞 정원을 보며 자꾸 잘 정리된 감자밭을 떠올렸다.
이쪽으로는 사람이 적어서 조금은 호젓하다는 기분이 든다.
깔끔하게 정리된 모습을 나는 좋아한다.
저 길 끝머리에서 보고싶은 사람이 고개를 내밀고 걸어올것만 같았다. 나는 텅빈 길을 볼때마다 그런 생각을 자주 한다.
이제 목적지에 거의 다 왔다.
나는 다시 한번 더 뒤를 돌아다보았다. 그리운 얼굴을 만날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기에.....
결혼식장에 가는 날에는 잔잔한 흥분을 느낀다.
모두들 멋진 가정을 꾸려 행복하게 잘 살았으면 좋겠다.
일가족이 오순도순 살아가는 모습을 그려보는 것만으로도 나는 행복해졌다.
좋은 아내를 맞이한다는 것은 정말 큰 복을 얻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요즘 들어 경부 보문에는 곰을 주제한 테마건물이 두개나 문을 열었다. 내가 괜히 어깨가 으쓱해지는 기분이었다. 행복했던 가을날 한낮이었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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