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끝에는 고추밭이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시골생활에서 수익을 올리기 가장 쉬운 작물이 고추일 것이라고 봅니다.
추수를 하고난 고춧대가 밭에 그대로 남아있었습니다. 고추대를 뽑아서 군불을 때면 그저그만입니다. 빨리타기 때문에 아궁이 앞에 붙어있어야 한다는 약점은 있지만 화력은 제법 괜찮은 편에 들어갑니다.
고추밭 끝머리에는 잘지은 한옥이 보입니다.
밤색으로 칠한 대문이.....
포장된 길이 뒤쪽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아서 들어가도 되는 모양입니다.
뒤쪽으로 들어가니 오래된 집이 보였습니다.
마당이 제법 넓었습니다. 동네 위쪽에 있으니 위에서 보는 경치도 아늑하기 그지없습니다.
안채는 아주 단아하게 보입니다.
별채의 문에 바른 창호지가 제법 뜯어진 것으진 것으로 보아 관리하는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가 봅니다.
국내여행기든 국외여행기든 남이 써놓은 글을 보면 내가 쓴 글과 많은 차이점이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나라밖이나 다른 지방으로 가보기가 어려웠던 시절엔 여행경험을 담은 기행문 자체가 하나의 예술이었습니다. 지금도 그 사실엔 변함이 없습니다.
나는 세밀하게 살펴보는 것을 좋아합니다. 외국에 나가서도 내가 가진 습관은 변함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한개라도 더 자세히 보고 기록을 해두려고 노력합니다. 그런 습관이 결국 내 글이 길어지는 원인으로 작용합니다. 좋은 버릇은 아니라는 것을 알지만 기억을 되살리고 흔적을 남기는 확실한 방법이므로 가능한 많은 자료를 남겨두고 죽으려고 합니다.
나는 피마자 줄기를 발견했습니다. 정말 오랫만에 피마자를 보았습니다. 아주까리라고도 하는 식물이죠. 열매가 그냥 달려 있었습니다.
길바깥쪽 논은 갈아엎어두었습니다. 지난 겨울 추위에 어지간한 병균이나 벌레들은 다 얼어죽었지 싶습니다. 구제역균은 예외였던가요? 이제 동네 끝자락이 사진속에 나타나보입니다.
아무래도 저집이 오늘의 핵심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 집을 가기 전에 다른 집도 한번 들여다 보았습니다.
집주인은 장작을 정리하다말고 어디로 가서 잠시 쉬시는가 봅니다.
나는 목표를 향해 걸었습니다.
이 마을의 가로등을 유심히 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마을의 상징물이 아주 독특합니다.
저 집일 것 같습니다. 오늘의 핵심 말입니다.
제 예상이 맞았습니다.
충재 선생의 유적지라는 표지판이 보입니다.
대문 위 아래로 걸친 나무부터 모양이 남다릅니다. 대문 안의 뜰이 아주 넓게 보입니다.
역시 짐작이 맞았습니다. 앞마당이 아주 크더군요.
마당 한가운데는 목련으로 생각되는 정원수가 자리를 잡았고 집 뒤로는 쭉쭉 뻗은 소나무가 집안을 포근히 품고 밑을 내려다보고 있었습니다.
초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소녀가 혼자서 놀고 있었습니다.
소녀가 가는 방향으로 눈을 돌렸더니 또 다른 기와집이 보였습니다. 나는 갑자기 유진오 선생의 소설 <창랑정기>를 떠올렸습니다.
안으로 깊숙히 들어서려다가 참았습니다. 외인의 출입을 제한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대신 앞마당 정도만 살짝 둘러보기로 했습니다.
어차피 저는 초대받지 않은 손님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들어섰던 곳입니다.
누가 뭐래도 대가집 종택이 맞는 것 같습니다.
저 뒤로 보이는 별채는 사당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단정한 기와집을 보는 것은 나에게 큰 행복으로 다가옵니다.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죠. 날씨까지 따뜻해서 주위를 둘러보는데는 아주 적당한 분위기를 만들어주었습니다.
나는 담너머로 경치를 살폈습니다. 정자 건물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갑자기 호기심이 왈칵 밀려왔습니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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