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전 앞에서 동방쪽으로 뻗은 도로에 가로수로 심어진 은행나무 잎이 특별히 예쁜 색깔로 단풍이 든다고 평가를 내리는 사람들이 많았기에 언제 한번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기회를 벼르고 별렀지만 그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어떻게 어떻게 간신히 짬을 내어 내가 찾아갔을땐 이미 샛노란 은행 이파리들은 모조리 다 떨어지고 가지들만 앙상했다. 별 수없이 통일전 안에라도 들어가봐야 했다.
통일전 건물 앞 정원도 나름대로는 참하기 그지 없다.
나는 비단잉어들이 먹이를 달라고 조르는 작은 연못 가를 맴돌았다. 시들어버린 연잎들이 지난 여름의 영화를 이야기해주는듯 했다.
통일전이 있는 곳은 멀리 토함산이 마주 보이는 동남산자락이어서 그런지 특별히 조용했다. 통일전 옆에 자리잡은 서출지를 찾는 사람들이 조금 보일 뿐이었다.
나는 천천히 거닐면서 마지막으로 남아있는 늦가을 햇살을 즐겼다.
이젠 12월이니 느낌상으로는 겨울이다. 마자막 달을 맞아 살면서도 가을이라고 여기는 사람은 없으리라.
나락이 누렇게 익어가던 들판도 이미 비워진지 오래다.
통일전 옆 솔숲 속에는 사람들이 잘 찾지않는 왕릉이 숨어있다.
온 김에 한번 들어가볼만 하다.
나는 다시 자전거를 타고 시내로 돌아왔다. 박물관 뒤를 흐르는 남천에도 가을의 끝자락이 사라지면서 겨울이 조금씩 담기기 시작했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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