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후 곧장 보문관광단지에 갈 일이 생겼다.
나는 억새숲 길을 자전거로 달렸다.
늦어도 한참 늦은 가을날 저녁해는 너무 빨리 사라지고 말았다.
잔바람에 억새들이 조금씩 울어댔다.
사알살 부드럽게 억새들이 몸을 움직여대며 울었다.
어둠이 내린 뒤에는 그들이 흐느끼는 울음도 내뱉는 가벼운 웃음도 들어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
이 아름다운 길을 혼자 달린다는 것은 너무 슬픈 일이다.
달이 떴다. 억새들이 마지막 가는 그들의 삶을 아쉬워 하는 듯 했다.
으악새는 억새의 경기도 방언이라고 한다. 그걸 몰랐던 나는 그런 새가 정말 있는 줄 알았다.
이제는 죽고 없는 어떤 가수가 부른 대중가요의 노랫말이 생각났다.
"아아, 으악새 슬피우니 가을인가요"
오랫만에 나는 작은 소리로 한곡조를 뽑았다. 혹시나 누가 들을까 싶어서 조심스레 불러제낀 것이다.
아이들에게 으악새가 어떻게 우는지를 물어보면 재미있는 대답이 돌아온다. 으악새는 "으악, 으악"하고 운단다.
혼자서 가만히 귀기울여 들어보면 억새는 그렇게 울지도 모르겠다.
누구나 다 사라져야 하는 것이기에 그런 사실을 아는 억새들이 정말 그렇게 울지 도 모른다.
오랫만에 저녁 노을이 꽤나 붉었다.
돌아오는 길에는 달이 제법 환했다.
어쩌면 올해의 마지막 가을밤 보름달인지도 모른다. 나는 혼자서 그냥 내달렸고......
어리
버리
'사람살이 > 영상수필과 시 1 Photo Essay & Poem' 카테고리의 다른 글
또 먹었습니다 (0) | 2011.01.02 |
---|---|
잎 (0) | 2010.12.03 |
베기는 쉽다. 기르기는? (0) | 2010.11.14 |
가을 맞아? (0) | 2010.11.10 |
추일(秋日) (0) | 2010.10.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