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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9 일본-서부 일본(完)

호텔찾아 구만리

by 깜쌤 2009. 5. 10.

 

부두에서 하카다 역까지는 천천히 걸어도 30분이면 간다. 그러니 나는 당연히 걸어간다. 이번에는 작은 싸구려 배낭을 가져갔기에 짐도 가벼우니 그냥 걷는 것이다. 그 싸구려 배낭이 나중에 일을 내긴 내었지만.....

 

 

 하카다 역으로 가는 길의 모습에 대해서는 일본 1차 배낭여행에서 자세히 언급을 했었고 2차 배낭여행기에도 조금 소개를 했으므로 이번에는 그냥 넘어간다.  

 

 

 하카다(博多 박다) 역 매표구에 찾아가서 영어를 사용해서 오카야마로 가는 차표를 알아보았지만 신칸센 열차말고는 똑바로 가는 차가 없었다. 신칸센을 달리는 기차요금은 너무 비싸다. 비싼 정도가 아니라 살인적이다. 역 옆에 있는 고속버스 터미널을 찾아 나섰다가 마음을 바꿔 결국 기차를 사용해서 시모노세키(下關 하관)로 가기로 했다.

 

전철표를 샀다. 우리나라로 치자면 중거리 전철쯤에 해당될 것이다. 일본의 기차 시스템은 세계 최고 수준이므로 기차를 사용한 여행을 하는 것은 엄청 쉽다. 문제는 돈이지만 말이다. 하카다에서 시모노세키까지 가려면 큐슈섬의 모지(門司 문사)나 고쿠라(小倉 소창)에서 갈아타야 했다. 기차요금을 따져보니 약 2만원 가량이다. 첫날부터 돈깨지는 소리가 요란스레 터지게 생겼다. 

 

 

 하지만 다른 대안이 없으니 기차를 타야했다. 우리는 모지 역에서 갈아탔다. 아래 지도를 보자.

 

 

 

<지도출처 : 미국 야후. 퍼 온 뒤 편집하여 올린 것임> 

 

1번으로 동그라미를 해둔 지역이 이번 여행의 목적지가 된다. 2번 지역에 해당하는 교토와 나라는 2008년 일본 2차 배낭여행에서 더듬어 본 곳이다.

 

이번에는 후쿠오카(=하카다)로 들어가서 7이라는 숫자가 보이는 고쿠라(부근에 모지라는 도시가 있다)를 거쳐 그 다음 동그라미 점으로 나타난 시모노세키로 가려는 것이다.

 

  

 시모노세키에 도착하니 벌써 7시 반 가량이 되었다. 역건물 밖으로 나와 호텔을 찾아보았다. 벌써 거리가 캄캄해지고 있으므로 호텔찾기가 어려웠다. 일본의 도시들은 대체적으로 밤거리가 어둡다. 우리나라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어두우므로 해가 진 뒤에 목적지를 찾는 것은 문제가 생길 것이다.

 

비장의 무기인 론리 플래닛(세계적으로 유명한 배낭여행 안내서이다)을 펴들고 역부근을 훑었다. 그러다가 한 모퉁이를 돌고서는 후진 느낌이 팍팍나는 "호텔38시모노세키"를 찾았지만 카운터에서 '후르'라는 대답을 듣고 돌아나올 수밖에 없었다. 

"혹시 빈방 있소이까?"

"후르"

"예?"

"후르 데스네"

"캡슐 잠자리도 있다고 들었소만...."

"후르!"

 

처음에는 후르라는 말을 알아듣지 못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꽉찼다' 라는 의미의 Full을 가리키는 말 같아서 다시 확인해보니 영어와 일본어가 섞인 해괴한 문장으로 된 말이 돌아왔다.

 

"쏘리,쏘리! 입바이 데스네!"

 

 

 

 상황이 이렇다면 문제가 커진다. 오늘밤 잘 곳이 없다는 말이 아니던가? 죽으라는 법은 없는 것인지 다른 모퉁이를 돌아보니 여관이 하나 나오는 것이다. 카운터로 찾아 들어가 물었더니 하루밤에 3500엔이란다. 공동화장실에 공동샤워실을 쓰는 조건이다. 3500엔이라면 우리 돈으로 1인당 약 5만원이라는 말이다. 

 

아이구 간떨린다. 배낭여행자가 몸 한번 눕히고 자는데 피같은 생돈 거금 5만원을 주어야 하다니.....  이런 식으로 돈을 쓰자면 감당이 안된다. 이동하는데 벌써 2만원, 가장 싸구려 여관에서 자는데 5만원이라면 하루에 얼마를 써야하는가 말이다. 

 

 

 천신만고 끝에 여관을 구해놓았지만 밖으로 밥먹으러 갈 엄두가 나지 않는 것이다. 여관으로 오면서 본 거리 음식점의 음식가격이 또한 장난아니게 비쌌던 것이다. 정말 고맙게도 형님은 이 상황에서 김밥을 꺼내셨다. 자기 조카가 점심으로 싸준 것이란다.

 

얼마나 고맙던지...... P형님과 나는 여관방에서 김밥 두줄로 저녁을 떼웠다. 점심은 쫄쫄 굶고서 말이다. 김밥 두줄로 저녁을 대신하고서는 피로에 지쳐 정신없이 쓰러져 자야만 했다.

 

"참 나! 내가 왜 이런 고생을 돈주고 사서 하고 다녀야 하는지 모르겠네."

 

 

 그렇게 하루밤을 새우고 난 우리는 기록정신에 투철해지기 위해 아침부터 본격적인 사진촬영작업에 들어갔다. 오늘 일요일에는 요즘 한창 잘나가고 있다는 아름다운 도시인 츠와노로 이동할 생각이다. 문제는 오늘이 일요일이라는 것인데..... 여관 창문으로 내려다보니 작은 공원이 보였다.

 

 

 공원너머에 자리잡고 있는 저 건물은 오락시설이 들어찬 건물 같다.

 

 

 우리가 잤던 방은 다다미 방이었다. 둘이 누우면 딱 들어맞는 작은 방이다. 방 한구석에 구식 소니 텔레비전이 놓여있고 벽장 속에는 요와 이불과 베개가 개켜져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전자제품으로 유명한 일본에서 여관방에 놓아둔 텔레비전 꼬락서니가 저게 뭔가 말이다. 14인치 구닥다리 아니던가?

 

 

 실내 세면대는 또 왜 저리도 궁색한가 싶다. 신발 벗는 곳 바로 옆에 아주 조그맣게 만들어 두었다.

 

 

 우리가 잔 방이다.

 

 

 복도의 모습이고..... 깨끗하긴 하지만 시설은 "정말 아니오"라는 소리가 저절로 나오게 생겨먹었다. 

 

 

 통로 구석의 모습이고.....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옆 신발장의 모습이다.

 

 

 반 고흐의 모조작품이 벽면 한구석을 차지하고 있었다.

 

 

 로비의 모습이다. 1평쯤이나 될까?

 

 

 카운터의 모습이고.....

 

 

 P형님과 나는 배낭을 방에 두고 거리 구경을 위해 나온 것이다.

 

 

 우리가 묵은 여관 건물이다.

 

 

 이름하여 국민여관 천해(天海)다. 천해, 천해라......  우리가 하룻밤을 묵은 곳이기는 하지만 돌이켜보니 이상하게도 어딘지 천해보였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