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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초등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 인생 - 그리 허무한게 아니었어요. 살만했어요
사람살이/세상사는 이야기 1 My Way (完)

살다보면 상놈되기가 아주 쉽더이다

by 깜쌤 2009. 3. 2.

  

의성과 안동에 다녀올 일이 생겼습니다. 같이 신앙생활을 하시는 분 가운데 두분이나 모친상을 당하셨기 때문입니다. 경주에서 기차를 타고 의성까지 가서 한분을 찾아뵙고 슬픔을 함께 나누었습니다.

 

 

 뒤늦게 또 한분이 경주에서 승용차를 가지고 오셨기에 합류하여 안동으로 향했습니다. 안동까지 간 김에 ㅅㄴㄹ ㅁ님을 찾아뵙기로 했습니다. 

 

 

사무실에 안내되어 가서 차를 대접받았습니다. 그런 뒤 함께 점심을 먹기로 하고 안동댐 부근으로 갔습니다. 병원 앞마당의 소나무들이 정말 근사했습니다.

 

 

본 댐 밑에 자리잡은 보조댐 부근에 유명한 음식점들이 있다는 것을 알기에 그 부근에 가서 헛제사밥을 먹기로 했습니다. 사실 말이지 경주에서 함께 올라간 분들에게 안동 음식으로 제가 대접하고 싶었기 때문에 가자고 한 것이죠. 

 

 제사음식이라는 것이 고추가루를 쓰지 않으니까 싱겁지 않습니까? 그러니 비벼먹기에는 딱 알맞은 음식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안동사람들이 제사음식을 먹고 싶을 때 제사상차림과 똑같은 요령으로 음식을 만들어 먹는 것을 헛제사밥이라고 부르는 모양입니다. 제사는 안지내고 제사음식처럼 먹는다는 뜻이겠지요. 

 그 옆에는 간고등어밥집이 있었습니다만 다음에 언제 다시 와서 간고등어를 먹어보기로 하고 이번에는 헛제사밥으로 선택을 했습니다.

 

 

 까치구멍집이라는 의미를 타지역 사람들이 얼마나 알지 모르겠습니다.

 

 

 실내가 제법 넓고 깨끗했습니다. 우리는 양반들처럼 앉아서 먹기로 했습니다. 

 

 

 드디어 음식이 나왔습니다. 놋그릇에 담겨나왔으니 옛날 분위기가 납니다.

 

 

 밥 한그릇과 깨소금을 뿌린 모둠나물이 입맛을 돋굽니다.

 

 

 비벼먹으면 일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사음식 모양으로 반찬이 따라 나옵니다. 전 부침과 돔배기, 명태도 함께 나왔습니다.   

 

 

 탕도 제법 그럴듯 합니다. 제가 대접하기 위해 가자고 한 것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더 강조해두고 음식을 먹었으므로 당연히 제가 계산할 것으로 생각을 한 것인데 안동양반이 다 된 ㅅㄴㄹ ㅁ 님이 재빠른 솜씨로 카드를 꺼내 계산을 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는 사람 좋은 웃음을 날리며 하시는 말씀이 걸작입니다.

 

"(타지에서 온 손님이 계산을 하도록 놓아둔다면) 그것은 나보고 돌상놈 노릇하라는 말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렇게 하시는 말씀에는 나도 그만 두손 들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그 분은 이제 저보다도 더 한 안동사람이 되고 말았던 것입니다. 평소에 나도 안동사람으로 자부하고 살았지만 그순간만은 졸지에 경주사람이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음식을 얻어먹었으니 돈은 굳었습니다만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성소병원에 문상을 가야하는데다가 ㅅㄴㄹ ㅁ님도 다시 직장으로 돌어가야하니 일정이 급했습니다. 결국 물가에서 풍경사진 몇장 찍은 뒤에 다시 시내로 들어가야만 했습니다.

 

 

 월영교도 언제 건너볼지 기약이 없습니다.

 

 

 안동댐 공사하던 순간들이 아직도 눈앞에 삼삼한데 그사이에 얼마나 많은 세월이 흘러버렸는지 모릅니다.

 

 

 댐 밑바닥을 헤집으며 덤프 트럭들이 활개치던 모습을 보았던 날들이 바로 어제 같습니다.

 

 

 

 이젠 다시 시내로 돌아나가야 합니다.

 

 

 경주가 불교색채 넘치는 도시라면 안동은 유교색깔이 진하게 배어있는 도시라고 정의할 수 있겠습니다.

 

 선비들의 삶이 진하게 묻어 있어서 그런지 그 동네에 살면 모두 다 ㅅㄴㄹ ㅁ님같이 순식간에 양반 모습으로 변하는 것 같습니다.

 

 

 강변에는 봄이 가득했습니다. 

 

 

 그렇게 다가온 봄을 뒤로 하고 우리들은 다시 시내로 돌아온 것입니다.

 

 

 ㅅㄴㄹㅁ 님과 헤어지고 난 뒤 저희들은 상주를 찾아뵈었습니다. 저와 함께 같이 간 분들은 안동 사람들의 예법을 보고는 고개를 흔들었습니다. "이들이야말로 진정한 양반들이다"라고 인정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죠.

 

선비의 예를 갖추어 잘 대접해주신 ㅅㄴㄹ ㅁ님! 정말 고맙습니다. 거듭 고개숙여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