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트(suite) 구경을 가보기로 했습니다. suite의 사전적인 의미는 "호텔의 침실, 거실, 욕실 등이 이어진 한벌의 방" 정도가 될 것입니다.
우리같은 보통사람들에게는 스위트 룸을 보는 것 만으로도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아 따라 가보기로 한 것이죠.
유리창 밖으로는 멋진 골프장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풍선의 위치를 아는 분들이라면 이 경치가 대강은 짐작이 될 것이지만 경주 풍광에 낯선 분들은 '저기가 어디일까' 하는 의문부터 먼저 떠오르지 싶습니다.
은은한 푸른 빛이 감도는 통로 끝자락에 놓여진 분재하나의 아름다움이 대단합니다. 극도로 절제된 간결한 공간 속에서 정제된 아름다움을 보여준다고나 할까요?
이제 출입구 문을 열려고 하고 있습니다. 오른쪽 복도에 사람이 보이지요? 그쪽으로 들어갑니다.
우리는 저 문으로 들어온 것입니다. 신발을 벗어두고 들어왔습니다. 통로 양쪽으로 보이는 곳들이 모두 방이라고 봐도 될 것입니다.
서남쪽으로 난 창문 밖에는 야외 온천목욕시설이 갖추어져 있다는군요. 욕조 부근으로 심어진 반송 몇그루가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선사합니다.
침실입니다. 돈이 썩어나갈 정도로 많아서 아무리 넓은 공간을 차지하고 살아도 인간이 누워야하는 면적은 크게 차이가 없다는 것이 신기합니다.
실내 욕실입니다.
이런 곳에 몸을 담그고 있으면 어떤 생각이 들지 궁금합니다.
화장대 같은 곳도 기가 막히게 절제된 아름다움을 보여줍니다.
미리 하는 이야기지만 이런 사진과 글을 보며 '돈가진 것들은 저런 식으로 사는구나'하는 식으로 지레짐작해서 마구잡이로 매도하지는 마십시다. 여긴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이 운영하는 공간이므로 부자들의 호주머니를 털어내기 위한 것이 목적 아니겠습니까? 그러니 시설 자체가 고급일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침실과 마주보는 연결된 다른 공간입니다.
나는 넋을 놓고 한참을 보았습니다.
호텔 홈페이지를 조사해 보았더니 하루 숙박비가 300만원 정도인 것 같았습니다.
얼마전에는 중국인 부자가 머물렀다고 합니다.
돈맛에 눈을 뜬 중국인들의 사치는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거실 한가운데는 우리나라 가전회사의 명품 텔레비전이 놓여있었습니다. 예전 같으면 네덜란드의 필립스 회사 제품이나 일본제 소니같은 것들이 놓여 있어야 할 터이지만 이젠 우리 회사 제품이 떡 버티고 있으니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모릅니다.
은은한 커튼 밖으로는 골프장 전경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외국에서는 골프장 부근의 집이 최고가를 형성한다는 이유를 이제는 확실히 알 것 같습니다.
3,800만원대 오디오라고 합디다. 시범적으로 음악을 들려주셨는데 그런 깨끗한 음질은 처음 들어 보았습니다.
싸구려이긴 하지만 나도 오디오 시스템을 3개 가지고 있습니다. 한 20여젼 전에 구입했던 태광 에로이카는 학교 교실에 가져다 두면서 수업시간에 사용하고, 누가 버린 일제 파이오니어는 주워와서 손을 본 뒤 서재 컴퓨터에 연결해서 듣는 중이며 국산 미니 컴포넌트 하나는 텔레비전에 연결해서 음악을 듣고 있습니다.
음악을 오래 듣다 보니 이젠 음질(音質)이라는 것에 조금 눈을 뜨게 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스위트룸에 설치된 오디오에서 울려퍼지는 소리는 확실히 달랐습니다.
이 방은 높은 곳에 자리잡은 완전하게 독립된 공간이므로 소리를 아무리 크게 올려도 남에게 방해는 될 것 같지 않았습니다.
간단한 주방 시설도 있더군요.
거실에서 내려다보는 경치는 경주 보문단지에선 최고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벚꽃 피는 계절에 오면 기가 막힐 것 같습니다.
거실 양쪽 어디 한군데도 막힌 곳이 없이 탁 터져 있었습니다.
어느 정도의 재력을 가져야 이런 곳에 머무를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내 형편에는 로또 1등에 당첨되면 한번 정도 호사를 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니, 1등에 당첨된다고 해도 내 삶의 방식으로 보아서는 그런 돈을 함부로 못쓰지 싶습니다. 그 돈이면 의미있게 쓸 곳이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나는 여러가지 상상을 해보며 혼자서 잠시나마 즐거워하고 행복해했습니다.
이젠 나가야 할 시간이 되었습니다. 귀한 곳을 보여주신 분께 진심으로 고맙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한쪽으로는 현대호텔과 대명콘도, 콩코드 호텔이 보였습니다.
우리는 다시 복도로 나와서 내려왔습니다. 잠시나마 내가 전혀 다른 별세계를 다녀 온 것 같았습니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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