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초등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 인생 - 그리 허무한게 아니었어요. 살만했어요
경주, 야생화, 맛/경주 돌아보기 Gyeong Ju 1 (完)

해목령 다녀오기

by 깜쌤 2008. 8. 29.

 

 이러다가 올여름에는 남산에 발도 한번 못딛고 그냥 보낼 것 같았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박물관 앞을 거칩니다. 황화 코스모스 씨앗을 채취하는 아주머니들이 밭에 그득합니다. 나는 박물관 앞을 지나 남천을 따라 최치원 선생과 관계가 있는 상서장(上書莊)으로 가기로 했습니다. 

 

 

 

 

 오늘 내가 걸을 길은 박물과 기와 지붕위로 솟아 오른 봉우리입니다. 거기가 해목령입니다. 게 눈처럼 생겼다고 해서 해목령(蟹目嶺)이라고 합니다.

 

 

 

 

 박물관 옆으로 난 길을 내려갑니다. 바로 앞 기와집이 있는 곳에서 남산쪽으로 방향을 트는 것이죠.

 

 

 

 

 저어기 앞에 보이는 큰다리는 고속도로 나들목에서 나와서 직진하면 건너게 되는 다리입니다. 저 길은 포항가는 산업도로입니다. 물론 중간에 울산 가는 길이 나오기도 하고 보문관광단지 들어가는 길이 갈라지기도 합니다만 고속도로에서 나와서 직진만 하면 포항으로 가게 되어 있습니다. 지금 보는 이 작은 개울은 박물관 뒤쪽을 흐르는 남천입니다.

 

 

 

 

 올해는 여기에서 피라미 한마리 잡을 여유가 없었습니다. 이 부근에 사시는 아는 분 말씀에 의하면 그렇게 고기가 많다고 하던데요.....

 

 

 

 

 농가 앞을 지나다가 분홍색 봉숭아를 보고는 반쯤 넋을 놓고 보고 있었습니다.

 

 

 

 

 보라색 도라지꽃도 아름답기만 합니다.

 

 

 

 

 그러다가 나는 닭벼슬같이 생긴 맨드라미를 보고는 그만 정신을 빼앗기고 말았습니다.

 

 

 

 

 어렸던 시절, 붉은 벼슬을 지녔던 우리집 장닭이 이웃집 장닭에게 벼슬을 쪼여 들어오면 너무 안타까워했던 순간들이 어렴풋이 생각났습니다. 예전 일을 생각하면 할수록 인생살이가 너무 허무하기만 합니다. 

 

 

 

 

 

 세워둔 깻단과 함께 널어둔 빨간 고추를 보니 이제는 저세상 사람이 되어 버린 아버지 얼굴이 떠오릅니다.

 

 

 

 

 커다란 이파리 밑에서 늙어가는 호박하며...... 붉은 봉숭아 하며........  내가 산에 가는 것인지 인생을 되새김질 하러 가는 것인지 구별하기가 어렵습니다.

 

 

 

 

 

 벌써 가을 기운이 골목에 묻어 있습니다.

 

 

 

 

 산업도로변에 자리잡은 상서장 주차장에다가 자전거를 세워두고 뒤로 돌아 산길로 들어갑니다.

 

 

 

 

 

 조용한 곳에서 한가하게 책을 보는 여유는 이제 꿈꾸기조차 어렵게 되었습니다. 책에 파묻혀 원없이 글을 읽고 쓰고 했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이젠 다 헛것입니다. 좋았던 눈도 침침해지고 책만 잡으면 졸음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따라 다니니 집중력이 있을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로마인 이야기를' 새로 읽어나가지만 기억되는게 없습니다. 

 

 

 

 

 

 슬슬 걷다보니 나무가지 사이로 골짜기가 보였습니다.

 

 

 

 

 어떤 곳은 평탄한 길이 계속되어서 여유를 부리며 걷기도 합니다.

 

 

 

 

 한 삼십분을 걸었더니 남산성터에 도착합니다.

 

 

 

 

 혼자 걷는 이런 순간이 정말이지 너무 행복합니다.

 

 

 

 

 

 우리나라 산하처럼 아름답고 유순한 경치를 어디에서 만날 수 있을까요? 이렇게 아름다운 산과 들은 쉽게 볼 수 있는 경치가 아닐 것입니다.

 

 

 

 

 

아파트로 꽉 찬 충효동 신도시도 보이고......

 

 

 

 

 산아래 마을이 정겹게 다가섭니다.

 

 

 

 

 분재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본다면 남산에는 분재 재목들이 그득그득하다고 여길 것입니다.

 

 

 

 

 

 골짜기 속에 자리잡은 탑에는 많은 사람들이 빌어둔 소원들이 수북하게 걸려 있는듯 합니다.

 

 

 

 

 해목령을 넘어서면 포석정에서 올라오는 도로와 마주치게 됩니다. 상서장에서부터  천천히 걸어도 한시간이면 너끈하게 올라올 수 있습니다.

 

 

 

 

 남산성터도 보입니다.

 

 

 

 

 

 이쯤에서 나는 돌아서기로 했습니다. 오늘은 가볍게 산책하는 정도로 끝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다시 솔숲사이 길을 걸어서 원래 자리로 돌아왔습니다.

 

 

 

 

 

 박물관 뒷마을을 거쳐........

 

 

 

 

 남천을 따라 슬슬 페달을 밟았습니다.

 

 

 

 

 

나는 가벼운 피로를 느끼며 집에 돌아왔습니다. 물을 살짝 데워 미지근한 물로 샤워를 했습니다. 내가 죽고난 뒤에도 남산은 저기 저만큼에서 다음에 오는 방문객을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어리

버리

 

 

 

 

 

'경주, 야생화, 맛 > 경주 돌아보기 Gyeong Ju 1 (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코스모스를 노래함  (0) 2008.09.27
왜인동네를 가다  (0) 2008.09.15
반월성, 교촌  (0) 2008.07.30
다시 한번 더 첨성대로  (0) 2008.07.21
여름에 코스모스 보기  (0) 2008.07.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