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을 서둘렀어. 5시 반에 사람들을 만나기로 했거든. 봄꽃의 아름다움을 시샘하는 비바람이 내리는 궂은 날씨 속이었지만 멀리 가보기로 했어.
확실히 대구는 많이 변했어. 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거대한 시멘트 덩어리 같은 흉한 몰골을 가진 모습뿐이어서 대구로 나들이 한번 가는 것이 그렇게 망설여졌었는데 이젠 아니야.
7시반이 되자 종소리와 함께 공연이 시작되었어. 펠리체 남성 성악 앙상블이 들려주는 두번째 이야기 "사랑하는 나의 님"이라는 제목으로 공연이 있었기에 보러 간거야.
내가 활동하는 경주남성합창단도 지난 4월 7일에 600명 이상의 손님들을 모셔 놓고 공연을 했던 터라 잘하시는 분들의 공연을 벤치마킹 하기로 했던 거야. 배우는데 나이가 있는게 아닐뿐더러 내년을 위해서이기도 했어.
장중하고 점잖은 클래식의 세계가 끝난 뒤 우리 가곡을 중심으로 한 중창이 있었어. 그런 뒤 대구 청소년 리코더 앙상블 팀이 등장했어. 리코더 소리가 얼마나 부드럽고 청순하니?
그 다음엔 국악기와 양악기가 섞인 굿 심포니 아트 그룹이 등장해서 세곡을 연주했어. 음량도 대단했고 피리와 해금의 소리가 마음을 파고 들었어.
가야금 연주가의 실력도 좋았어. 우리 소리와 서양의 소리가 어우러진 것도 매력만점이었어.
청바지에 와이셔츠, 넥타이를 맨 가벼운 차림으로 나와서 외국 곡을 불렀어.
마지막으로 가요메들리, 뭉게구름, 남행열차, 사랑스러워 등을 불렀는데 아주 코믹해서 모처럼 웃을 수 있었지. 빨간 구두 아가씨와 빈대떡 신사도 좋았어. 그런데 그런 노래를 젊은 사람들이 알수 있을는지 몰라.
마지막엔 반짝이 옷을 입고 나와서 하던데 너무 흥겨웠어. 다르게 보면 유치할 수도 있겠지만 좋게 생각하면 음악 소비자인 청중에게 가까이 다가간다는 의미도 있지 않겠어?
클래식이 무게만 잡고 있으면 뭘해? 대중이 외면하는 예술도 예술이긴 하겠지만 그렇게 되면 너무 고답적이지 않겠어?
하여튼 새로운 생각을 한다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
이 분들은 모두 다 찬양대 지휘자로 봉사하시는 것 같았어. 그래서 마지막 앵콜곡은 성가곡으로 장식을 했어. 처음은 클래식하게, 그리고 마지막은 거룩하게.....
꽃처럼 이름다운게 인생이고, 꽃처럼 아름다울 수 있는 인생의 향기가 음악이라는 예술활동이 아닐까 싶어. 그냥 어리버리한 내 생각이야. 안녕.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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