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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살이/영상수필과 시 1 Photo Essay & Poem

네가 정녕 매화더냐?

by 깜쌤 2008. 3. 17.

 

어린 시절 아르센 뤼팽 시리즈를 신나게 읽은 기억이 있습니다. 예전에는 루팡으로 발음하더니 어느샌가 뤼팽으로 바뀌어져 있었습니다. 프랑스에 뤼팽이 있다면 우리나라에는 일지매(一枝梅)가 있습니다. 일지매의 어원에 대해 말이 많은 모양이니 그런 부문에는 어둡기만 하고 또 잘 알지도 못하는 저까지 나서서 어설프게 가타부타할 필요가 없지 싶습니다.

  

 

 

 

 

 정작 내가 읽어보고 감동을 받은 것은 돌아가신 극작가 고우영씨의 일지매였습니다. 매화 좋아하는 제가 젊었던 밤새워가며 신나게 읽어본 기억이 납니다.

  

 

 

 

 3월 15일 토요일, 오후 일정을 시작하기 전에 한시간 정도 시간이 났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매화 분재 농장에 찾아갔습니다. 매화 향기를 맡기 위해서였지요.

 

 

 

 

 

 골목으로 들어서자말자 사방에 깔린 매화 향기를 단번에 맡을 수 있었습니다. 시내 한가운데서 매화향기 가득 흩날리는 곳이 있다면 믿어지지 않지 싶습니다. 매화가 한두그루 서 있는 곳에는 가까이 다가서서 코를 갖대대어야만 매화향기를 맡을 수 있지만 거긴 매화밭이니 그냥 골목에만 가면 됩니다.

  

 

 

 

 주인이 출타중이어서 어쩔 수 없이 그냥 들어갔습니다. 강아지 녀석들이 매화 향기를 도둑질하러 온 저를 보고 고래고래 고함을 지릅디다만 향기에 취하기 위해 온 사람이 녀석들보고 군침 흘릴 일이 없으니 무시하고 그냥 밭으로 갑니다.

 

 

 

 

 

 

 향기도 맡고 살펴도 보고......

 

"오, 네가 정녕 매화더냐?"

 

  

 

 

 

지극정성으로 매화를 좋아하셨다던 퇴계선생의 경지까지 도달하려면 한번 더 죽었다가 깨어나야할 처지이니 저는 제 방식대로 매화를 감상하고 사랑하렵니다.

 

 

 

 

 

 

 꿀벌들 소리가 요란했습니다. 녀석들도 매화향기 좋은 줄은 아는 모양입니다. 사실 녀석들에겐 꿀이 관심사이지 매화꽃 색깔과 자태가 문제이겠습니까?

 

  

 

 

 매화 한가지를 탐내볼까 하다가 참았습니다. 일지매 흉내낼 일도 없으니 그냥 돌아서서 나오기로 했습니다.

 

 

 

 

 

제가 기르는 작은 매화 소품이 올해도 꽃을 피웠습니다. 지난 겨울에 밖에 두었더니 꽃망울 대부분이 얼어서 죽어버리고 몇 송이만 피웠습니다. 이 녀석의 건강 상태도 심히 의심스럽습니다.

 

  

 

 

출근길에 있는 아는 분 집의 창문에 핀 매화입니다. 주인어른은 정말 멋있게 살아가시는 것 같습니다.

  

 

 

 

 자동차 매연을 마시며 사는 산업도로 부근의 매화는 애처롭기까지 합니다. 고고함은 어디로 가버리고 환경오염에 찌든 서글픈 모습이 묻어나는 것 같아 마음이 애처롭습니다.

 

"오, 너도 정녕 매화더냐?"

 

 

 

 

홍매(紅梅)!

넌 정말 화려하구나.

 

 

 

 

그리고 백매(白梅)!

네 기품일랑 고이 간직하고 살아야지.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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