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부지요, 생신날 모여 별것 아닌 밥이라도 함께 식사하던 날이 너무 그립습니더. 생신날은 못가뵙고요 바로 다음 날 뵈러 갔습니더. 영천 버스터미널에서 황수탕 가는 버스를 타면 됩니더.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먼길로 가신 이후로 꿈에 꼭 한번 �습니더. 너무 만나뵙고 싶습니데이.
서재에 아부지 사진을 몇장 모셔두고 아침 저녁으로 봅니다만 이제는 목소리가 그립습니더.
병상에서 만지작 거리시던 시계 있지요? 그걸 요새는 제가 주머니 속에 꼭 넣고 다닙니더. 아부지 유품이라도 한개 꼭 간직하고 싶어서요.
일기장을 겸한 아부지 수첩도 제가 챙겨서 가지고 있습니더. 너무 보고 싶습니더.
살아계실때 제가 너무 부족한게 많았습니더. 제가 불효자입니더.
아부지요, 정말 그리운 함자를 보는 순간 눈물이 막 쏟아집디더. 그냥 막 울었십니더.
그런데요, 아부지요. 아부지 가신 그 길로는 모두들 왜 한번 가면 그리도 연락이 없는기요?
먼산에 눈 내�심더. 가신 그 곳에도 눈 내리는지 모르겠지만요, 아부지요, 초등학교때 시내로 갈때마다 찐빵 사주시던 그날이 너무 그립습니더. 그때도 겨울 같았심더.
그냥 기차 타고 단양까지 가던 날도 그립심더. 아부지 같은 분이 오늘 공교롭게도 단양까지 가는 기차표를 들고 있습디더. 왜 그리 아부지 생각이 많이 나던지요.
아부지요, 참말로 보고 싶습니더.
오늘은 하늘에 까마귀가 가득합디더.
돌아나오는 발걸음이 너무 무거웠심더. 아부지요......
나무들도 다 떨고 있는 계절인데 아부지는 이 계절을 모르시지요?
까치밥을 물고 있는 까마귀를 일부러 유심히 봤습니더.
나오는 버스를 타고 돌아나왔습니더.
아부지 좋아하시던 돔배기 나는 영천시장에 일부러 들어가 봤습니더.
아부지요, 돔배기 맛도 기억하시는기요?
그래도 명색이 시(市)라 카는 영천역인데도 오늘 내려가는 기차는 저 혼자 타데요...... 이젠 아부지하고 기차타는거는 영영 헛것입니더. 아부지요, 그래그래 다녀 왔십니더. 잘 계시소.
불효자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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