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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초등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 인생 - 그리 허무한게 아니었어요. 살만했어요
사람살이/영상수필과 시 1 Photo Essay & Poem

이걸 알긴 아니?

by 깜쌤 2007. 8. 25.

                                        <사진을 클릭해보시면 더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호롱에다가 불을 붙여봤니? 네가 촛불은 알아도 호롱불은 잘 모르지 싶어.

호롱불을 안다면 넌 가난과 고생이라는게 무엇인지 조금은 알지 싶어. 소녀들 가녀린 주먹같은 백자처럼 맑은 동그란 통속에 기름을 넣고 닥종이로 심지를 박아 올려 기름을 스며들게 하고 불을 붙인 게 호롱불이지. 

 

가물거리는 호롱불 밑에서 빌려온 한국 문학전집이나 세계문학작품을 읽어보았니?  문틈으로 스며든 가을 바람에 호롱불을 꺼뜨려 본 사실 정도는 있어야 활자의 소중함과 책의 귀함을 이해하지 싶어.   

 

 

 

 

 

 넌 고무신을 신어봤니? 네가 고무신을 신어보았다면 넌 없는 사람의 슬픔과 가지지 못한 민초(民草)의 가슴저림을 조금은 알지 싶어. 하얀 고무신을 품고 잠을 자보았니? 검은 고무신을 머리맡에 두고 내일 아침부터 새신 신을 기쁨에 가슴 설레가며 밤을 세워 보았니?  

 

 

 

 

 

 넌 설빔이나 한가위빔의 의미를 알고 있니? 머리맡에 개어 둔 설빔을 보며 밤을 꼴딱 세워보았다면 넌 인생살이를 어느 정도 깨달은 것이라고 말할 수 있어.

설빔이라니까 말 자체가 너무 낯설지? 설을 맞이하여 새로 갖춘 옷이야.

 

난 덩치 자그만했던 내 할머니가 한가위를 앞두고 마련해주신 고동색 고리땡(골덴) 옷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어. 맏손자를 위해 숨이 턱턱 막히게 무더운 여름날 밭고랑에서 지심매가며(김매가며) 농사지은 푸성귀 몇단 팔아 모은 돈으로 장만한 그 옷을 내가 어찌 잊을까? 

 

 

 

 

 

 넌 가슴아리도록 서글픈 짝사랑을 해보았니?  먼발치에서나마 그리운 사람을 보면 가슴이 콩닥콩닥 뛰어오르던 그런 사랑 말이다. 한마디 말도 건네보지 못했지만 얼굴 한번 보는 것만으로도 세상 다 가진 것마냥 행복해 했던 그런 날들을 간직하고 있니?

 

 

 

 

 넌 어머니가 아들 딸을 위해 밤새도록 다듬이질한 옷을 입고 나들이 해보았니?  방망이로 풀먹인 빳빳한 옷을 다듬이질 한 옷을 입고 나가본 때가 있었니?

그걸 안다면 넌 고생이라는 말의 의미를 아직까지 알고는 있지 싶어.

 

왜 엄마에게 이야기만 하면 필요한게 뚝딱 나오는 세상이 당연하다고 여기니? 왜 그렇게만 여기고 사니? 말만하면 아무 것이라도 다 가질 수 있는 세상에 살면서 넌 무엇때문에 고마움을 모르고 사니?

 

 

 

 

 

 넌 진정 검박함의 의미를 알고나 있니? 아낀다는 사실이 무엇인지 알고나 있니? 소중한 것을 간직하는 즐거움을 알고나 있는지 모르겠다. 이빠진 사발에 물담아서 보리밥 말아먹고 고무신 신고 고개 넘어 학교로 달음박질하여 본 적이 있니?

 

넌 학교라는 배움터가 집 가까이에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도 모르고 살지? 매달 내어야 하는 월사금이나 공납금을 내지 못해 교실에서 �겨나본 적이 있니?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라며 아직도 슬금슬금 놀기만 하니?

 

 

 

 

 

 넌 박바가지에 꽁당 보리밥을 넣고 열무 어린 것을 덮고 고추장 한숟가락 듬뿍 넣어 써어억 써억석 비벼서 꿀맛처럼 달다고 여기며 밥먹어본 적 있니? 네가 그런 밥을 별미로 여기며 산다면...... 별미로 여길 줄 안다면 어쩌면 너는 네 부모님들이 살아 온 인생길의 의미를 조금은 깨닫고 있는지도 몰라.  

 

 

 

 

 

 놋숟가락을 곱게 간 붉고도 누른 황토를 가지고 반짝이도록 윤내가며 닦아보았니? 숟가락으로 감자껍질을 깎고 갈아 종내 숟가락을 초승달 모양으로 만들어 보았니? 그런 숟가락으로 밥먹다가 입을 베어 피흘려 보았니? 그런 일이 엽기적으로만 느껴지니?   

 

 

 

 

 

 풍요로움에 물든 네 거침없는 행동이 인생의 즐거움이라고 생각하니? 아무렇게나 행동하고 막말 쉽게 하고 막살아도 부끄럼없는 그게 잘 나가는 인생이라고 생각하니? 이런 말하는 어른들이 고리타분하게 느껴지고 너무 세대차이가 난다고 여겨져서 곁에 가는 것조차 싫어지고 이해하기가 어렵니? 

 

 

 

 

 

 달걀 한꾸러미가 몇개인지 아니? 고등어 한손이 몇마리인지는 알겠지? 그럼 바늘 한쌈은 몇개인지 아니? 누비 옷 바늘 한땀 한땀에 배인 어머니의 정성이란 것을 네가 이해할 수 있을까?

 

알 굵은 호두를 줍기 위해 장대 들고 호두나무 가지를 때려 보았니? 약간은 썩어 들어간 구운 간고등어 살 한조각을 반찬삼아 눈물어린 보리밥 한그릇을 다먹어 보기나 했니?  

 

 

 

 

 모두가 다 고리타분한 이야기로만 여기지니? 네 할아버지와 할머니 큰아버지큰어머니들은 그런 식으로 세상을 살기도 했단다. 아마 지금도 북녘 우리 동포들은 그런 식으로 살아갈지도 몰라.

 

잘 생각해봐. 없는 사람들의 슬픔과 못 가진 사람들의 아픔을 제발 한번씩만 생각해봐. 돈이 없어 상급학교를 가지 못해 배움의 기회를 잃어버린 사람들의 가슴앓이를 한번 느껴나 보렴.

 

제발 부탁하는데 인생을 낭비하진 말아줘. 아낄줄 모르고 함부로 시간을 마구 죽이며 딩구는 삶은 커다란 죄라는 사실을 이젠 네가 깨달았으면 해. 다른 것은 몰라도 그것만은 제발 알기를 원해.

 

그럼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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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에 나오는 사진들은 이 분의 가게에서 찍은 작품들입니다. 

 

 

 

 

사진 촬영을 허락해주신 소담공방 사장님께 진심으로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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