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안압지 부근 연밭에서. 2007년 8월 16일 오후. 깜쌤>
넌 아직도 신분을 따지고 핏줄을 따지니? 사람이면 다같이 고귀한 존재이건만 네 눈에는 돈으로 사람이 구별되고 자동차로 사람이 구별되고 아파트 평수에 따라 사람이 커지고 작아지고 하니?
<경주. 안압지 부근 연밭에서. 2007년 8월 16일 오후. 깜쌤>
대통령을 지냈어도 살아서는 세끼를 먹었고 한평 구덩이에 묻히는 법이라는 것을 네가 모르니? 화장하면 재만 남고 묻으면 거름더미로 변하는 것은 다 마찬가지지.
<경주. 안압지 부근 연밭에서. 2007년 8월 16일 오후. 깜쌤>
거짓말을 밥먹듯이 하면서 높은 자리에 오른 사람들도 많아. 입만 열면 국민을 위한다고 했지만 결국은 자기 자신과 자기 자식과 아내를 챙긴 사람도 부지기수였어.
진흙 구덩이에서 자라는 연이지만 꽃하나만큼은 그 무엇보다 크고 고결해. 그래서 사람들은 연꽃을 귀하게 여기는가 봐.
<경주. 안압지 부근 연밭에서. 2007년 8월 16일 오후. 깜쌤>
난 말야, 연꽃처럼 살고 싶어. 너도 알다시피 나는 상것 출신이야. 잘난 것도 없고 많이 배우지도 못했어. 주머니는 항상 비어 있어서 아는 사람 만날까봐 겁나는 일도 자주 있었어.
말주변도 없고 주변머리도 없어서 앞뒤가 막혔으니 답답한 구석이 더 많은 사람이야. 진솔한 글나부랭이라도 남기고 싶지만 그런 솜씨조차 없으니 부끄럽기만 해.
<경주. 안압지 부근 연밭에서. 2007년 8월 16일 오후. 깜쌤>
같은 사물을 보면서도 남들은 아름다움을 잘만 찍어내더라만 나는 항상 뒤쳐져서만 따라다니니 그것조차 젬병이지. 너도 알다시피 나는 똑딱이 카메라로 사물을 보고 살아.
좋은 카메라를 하나 장만하고 싶지만 미리 이야기한대로 주머니가 빈날이 더 많으니 그냥 꿈으로만 여기고 사는게 마음 편한 일이지.
<경주. 안압지 부근 연밭에서. 2007년 8월 16일 오후. 깜쌤>
나는 내 차가 없어도 좋기만 해. 남이 좋은 차를 가지고 산다는게 얼마나 행복한지 몰라. 내차가 없으니 어쩌다가 차를 얻어 탈 땐 별별 좋은 차를 다 탈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거야. 그런 즐거움을 네가 알겠니?
내 아내가 미인이 아닌 것도 고마운 일이야. 예쁜 여자를 봐도 이젠 탐나지는 않아. 내 수준에 맞는 아내가 하나 있거든. 하나있는 아내도 잘 추스리지 못해 자주 탈이 생기기도 하는데 더 있으면 뭘해?
<경주. 안압지 부근 연밭에서. 2007년 8월 16일 오후. 깜쌤>
연꽃이 이렇게 예뻐도 꺾어가고 싶은 마음은 없어. 좋은 것을 혼자만 보고 즐긴다는 것은 죄라고 생각해. 죄는 욕심에서 생기는 것이거든. 그러니 다 같이 보고 즐기고 싶은거야. 하늘이 푸르고 구름이 하얗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나는 감격하고 말아. 기막힌 색의 조화가 가슴을 아리게 만들거든.
연분홍 꽃색은 또 어떻고? 그러니 세상은 더욱 더 아름답고 귀한 것이야. 오늘 같으면 사는 맛을 느껴. 넌 어떠니? 넌 무얼 느끼며 하루를 보냈니?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