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 숙박업소 같으면 그런데로 멋있다고 생각할 수 있겠다. 그런데 내부를 못보았으니 함부로 말하기는 그렇다.
길을 내려와서 바닷가로 나오면 작은 모래밭이 자리잡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상당히 아름다운 곳이다. 우리가 먹고 묵고 마시고 놀고 있던 해변은 사진에서숲이 튀어나온 곳 못미친 정도로 생각하시면 된다.
이런 아름다운 곳이 한쪽 구석에 숨어 있었다니.... 놀고 있는 사람들을 보니 가족단위로 온 백인 가족들이 많이 보였다.
해가 질 시간인데도 스노클링을 즐기는 사람들이 보였다. 저 정도 수심이면 상당히 깊지 싶은데....
여기 바위들도 크다. 오랜 세월 파도에 씻겨서 그런지 둥글둥글했다.
작은 해변이지만 아름답다. 바위 위에 앉아 한참을 쉬었던 나는 다시 몽키 베이쪽을 향해 조금만 더 걸어가보기로 했다.
그런데 이건? 아름다운 환경을 이런 식으로 훼손시켜 가는구나 싶다. 주로 이집에서 나온 쓰레기가 아닐까 싶은데.....
숲으로 난 바닷가 길을 조금 더 걸어가던 나는 인적이 없는 작은 모래밭에서 인기척을 느꼈다. 현지인이라고 생각되는 청년 한 사람이 앉아있었기 때문이다. 슬며시 다가가 말을 걸었다.
"이 동네 시시우?"
"예, 바로 옆 리조트에서 일합니다."
"근무는 안하시고?"
"조금 뒤 6시가 되면 들어가서 일을 해야지요."
서로 자기 소개를 하고 보니 내가 그보다 나이가 훨씬 많았다. 그른 서른이 넘었다. 나는이십대 초반으로 보았는데.....
"결혼은 했습니까?"
"아니오. 미혼이지요."
"별다른 이유가 있소?"
"그냥 이렇게 살다보니 결혼 시기를 놓쳤지요. 저는 이 동네에서 태어나 살았습니다. 직업은 요리사고요.... 그동안 여러 군데를 떠돌며 살았지요. 사실 저기 부두에 앉아서 일을 하는 아가씨를 좋아한답니다. 그녀도 나에게 관심이 있다는 것을 느끼지요.......
잠시 숨을 고르던 그가 이야기를 계속해 나갔다.
"그런데 말이지요, 그녀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알다시피 우리 동네 형편이 이러니 내가 이야기를 함부로 거는 것도 그렇고요..... 어쩌다 눈이 마주치면 그녀도 나를 보고 웃어줄때가 있어요."
나는 갑자기 영화 <올리브 나무 사이로>가 떠올랐다. 그 상황과 비슷하다. 여기도 회교 국가이고 상당히 보수적인 곳이지 않은가? 말 붙이기가 어려운 상황인지도 모른다. 더구나 같은 리조트라고는 하지만 서로 다른 장소에서 일을 하니 둘이만 오롯이 만나기가 어려울지도 모른다.
더구나 이 청년은 서른이 넘었고 장남인데 큰 재산은 없다. 내가 아가씨라고 해도 선뜻 일생을 맡기기엔 모험이 뒤따르는 처지일 것이다. 여긴 섬이 아니던가? 이 총각과 결혼하면 평생 이 섬에 매여서 대처(大處)로 나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의 말투와 눈에 쓸쓸한 빛이 감돌았다. 이런 것이 사랑의 슬픔이고 아픔일것이다. 그러길래 그는 한적한 해변에 나와 그녀가 근무하는 부두를 보며 마음을 졸이는가 보다.
"사진을 찍어도 되겠소?"
"아니요. 미안합니다만......"
나는 그의 얼굴을 찍지 못했다. 5시 55분경이 되어 우리는 일어섰다.
"행운을 빌겠소."
"예, 그녀는 부두 끝에 있을 것입니다."
돌아오는 길에 나는 산비탈에서 그녀를 살폈다. 너무 멀어서 얼굴은 분간하기가 어려웠다. 그녀는 부두에 도착하는 손님을 맞이하고 스노클링을 하는 손님과 다이빙을 하는 고객을 시중드는 것이 일이라고 한다. 부두 끝에서 일한다고 했으니 아마 붉은 색 옷을 입은 여자일 것이다.
경치는 한없이 아름다운 곳인데 인간의 가슴속에는 알싸한 사랑의 감정이 녹아있는 곳이다.
해가 지기 시작했으므로 나는 발걸음을 서둘러야 했다.
해만 떨어지면 어두워진다. 이 산길엔 가로등도 없지 않은가?
<올리브 나무 사이로>같은 애닲은 사랑이 여기에도 묻어 있다.
동네로 돌아오니 석양을 받으며 아이들이 골목을 휘젓고 있었다. 여긴 골목이라고 해봐야 한줄로 뻗은 바닷가 길 밖에 없다.
해가 지기 시작했다.
물옥잠들도 꽃잎을 닫고.......
멋진 석양을 기대했지만 파도가 높으니 낭만을 찾기는 글렀다.
나는 그날 밤 잠을 잘 이룰 수가 없었다. 그날은 보름이 가까웠는지 둥근 달이 산 뒤쪽에서부터 떠올랐고 파도소리도 강하기만 했다. 마음이 스산했다.
아련하고 알싸했다.
달이 하늘로 오르면서 진정되어 가던 내 마음의 고요함은 또 다른 백인 청년때문에 더 금이 가야 했으니.......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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