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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6 동남아시아-여행자의 낙원(完)

말래카 1

by 깜쌤 2006. 9. 12.

 

여긴 중국이 아니고 말레이지아다. 그러니 메뉴에도 영어가 함께 기록되어 잇었다. 모처럼 중국음식점다운 중국음식점을 찾았다. 음식시키는 요령은 중국 배낭여행을 하면서 익혀둔터라 메뉴를 보면 해결나게 되어 있다.

 

먼저 메모지를 꺼내 영어와 한자를 비교해가며 내가 하나씩 찍어본다. 한자속에는 요리방법과 재료까지 들어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선택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여기가 말레이지아라고 해도 화인(華人)이 하는 가게이므로 메뉴에 한자가 들어있는 것이다.

 

먼저 태식두부(泰式豆腐)를 하나 선택했다. 두부는 두부이되 태국식인 모양이다. 태국식 두부는 어떤 모습으로 나오는지는 잘 모르지만 두부요이를 하나 시켰다. 값은 12링깃이다. 그다음에는 고기요리를 하나 선택했다. 흑초양육(黑椒羊肉)이다. 검은 산초로 요리한 양고기 같다. 14링깃이다.

 

우리 한국인은 아무래도 국물이 하나 필요하므로 이번에는 탕 종류에 가서 삼선고과탕(三鮮苦瓜湯)을 찍었다. 이건 참외요리인 모양이다. 값은 거금 8링깃이다. 1링깃은 우리돈으로 약 300원쯤 된다.

 

다시 이번에는 해물요리를 하나 시킨다. Sweet and Sour Cuttle Fish이다. 이건 틀림없는 오징어 요리일 것이다.  가격은 12링깃이었다. 나중에 나오는 것을 보았더니 탕수육이었다. 이젠 마지막으로 밥을주문했다. 우리 식으로 공기밥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름하여 백반(白飯)이다. 한 그릇에  0.6 링깃이니 한 180원 정도로 치면 되겠다.

 

 

 

중국 요리를 시키는데 차(茶)가 없으면 어쩌는가 싶어 차를 한주전자 시켰다. 이 정도로 시키고 난 뒤 계산을 해보면 한사람당 3,000원 정도 돌아가는데 음식점만 잘만나면 싫컷 먹을 수 있다.

 

우리가 어떤 사람들인가? 요리가 나오기 사작하는 것을 보았더니 그럼 그렇지.... 정확하게 잘 찾았다. 오늘 이 음식점은 최고다.

 

 

 

둥근 테이블에 둘러앉은 우리들은 모처럼 식사다운 식사를 했다. 요리가 나오면 쟁반에다가 덜어가서 밥과 같이 먹으면 되는 것이다. 보통 밥은 뒤에 나오지만 여긴 어쩐 일인지 밥도 일찍 가져다 주니 먹기에도 쉽다.

 

간장도 주고 고추 송송 썰어놓은 것 까지 가져다 주니 이런 횡재가 없다. 요리도 꽤나 맛이 있어서 남길게 없었다. 무엇보다 청년들이 맛있게 먹어주니 기분이 그저 그만이다.

 

며칠만에 저녁 한번잘 먹은 우리들은 말래카 야시장 구경에 나섰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오늘은 토요일 밤이 아니던가? 토요일 밤에는 중국인(華人)  거리에 야시장이 선다고 하지 않던가?

 

예전부터 항구로 쓰이던 항구로 가서 다리를 건넜다. 낮에 가면 약간은 고즈녁하지만 토요일 밤엔 완전히 분위기가 다르다.

 

 

 

바다로 흘러들어가는 강엔 불빛이 비쳐서 제법 운치가 있지만 낮에 가보면 물이 시커멓다. 아직 이나라는 환경 문제에 대해 눈을 돌리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한참 시간이 더 지나야 정신을 차리지 싶다.

 

 

 

다리에도 조명 시설을 해서 그런대로 분위기를 잡았다. 하지만 유럽에 비한다면 아직은 유치한 수준이다.

 

 

 

이 거리를 찾는 것은 쉽다. 말래카 거리 자체가 워낙 단순하기 때문이다.

항 제벳 거리다. 여기서는 거리를 잘란이라고 부른다. 태국은 타논이라고 했고.... 지도를 볼때 잘란은 그냥 간단히 Jl 정도로 표기하므로 이런 기초상식만 알고 있으면 지도를 보고 찾기도 쉽고 이해하기도 쉬울 것이다.

 

도로야 왕복 2차선이라고 부르기도 어려운 좁은 도로인데 자동차와 자전거, 오토바이의 출입을 금하고 모조리 난전들이 들어서도록 해두었다. 온갖 상인들이 다 몰려들었지만 질서는 차분하게 잘 유지되는 것 같았다.

 

무엇보다 거리가 깨끗하다. 내가 사는 어떤 도시와도 확실하게 비교가 된다. 나는 그런대로 조금은 널리 알려진 관광도시에 살므로 여러가지 행사 치르는 것을 자주 보는 편이다. 축제가 벌어지면 전국에서 장사하는 분들이 골고루 다 모여드는 것 같았다.

 

그런데 행사를 한번 하고 나면 청소하는 분들이 죽을 고생을 하시는 것  같았다. 얼마나 많은 쓰레기가 나오는지......  여긴 깨끗하다. 그리고 점포를 가지고 있는 분들과 난전을 하는 분들 사이에 어떤 협조체제가 갖추어져 있는 것 같았고 자리다툼이 적은 것 같았다.

 

 

 

무엇보다 백인 관광객들이 많다. 나중에 이야기하겠지만 말레이지아가 그렇게 자랑하는 말래카도 역사만 가지고 비교한다면 우리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얕은 편이다. 그런데 몰려든 관광객 숫자는 이른바 "세계적인 문화 관광도시 GJ"라고 자칭하는 어디어디 도시를 찾는 관광객수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많다.

 

확실히 우리나라 관광정책은 문제가 많다는 것을 느낀다. 정책도 정책이지만 우리들의 안목도 좁은 편이고 외국인들에게 배타적이라는 느낌을 가진다. 영어야 말할것도 없다.

 

그건 그렇고......  야시장 거리엔 사람들이 넘쳤다. 썰렁한 거리에는 나부터라도 가보고 싶은 생각이 없지만 여긴 북적거린다. 그러니 더 재미있다. 일단 사람들이 모여야 재미가 넘치는 것이다.

 

 

 

과자도 별게 다 있다. 먹음직스럽게 보였지만 워낙 저녁을 잘먹은터라 사먹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러다가 도로를 따라 더 내려가보았더니 1970년대 식 노래자랑 대회가 열리고 있는게 아닌가? 코미디언 송해씨가 사회를 보는 전국노래자랑 대회 분위기를 연상하면 딱 들어맞다.

 

무대 위엔 출연자들이 올라와 저마다 노래 솜씨를 뽐내었는데 슬로우 락 리 듬이 많은 것으로 보아 모두 자기 사연이 담긴 노래를 부르는 것 같았다. 신기하고 재미있어서 한참을 보았다.

 

 

무대 앞에는 심사 위원같은 사람들이 있어서 열심히 노래를 듣고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있었는데 출연자들도 거의가 화인들 같았다. 말레이 원주민들이나 인도인들은 보기가 어려웠다. 하기사 여기가 화인들 거리가 아닌가?

 

 

 

 

이젠 거리 분위기가 대강 파악이 되지 싶다. 무대 오른쪽 왼쪽이 모두 야시장 거리이다. 우리는 사진의 오른쪽 거리를 주로 쏘다녔다. 말래카에 가시려거든 반드시 토요일에 가시기 바란다. 야시장을 안좋아하시는 분들이야 언제 가도 상관없지만.....  말래카의 밤은 화인들의 사연이 스민 노래가락 속으로 자욱하게 묻혀져갔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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