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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6 동남아시아-여행자의 낙원(完)

KL 뒤지고 누비기 7

by 깜쌤 2006. 9. 8.

 

 

Lake Garden은 철도 건너편에 있다. 그러니까 철도 이쪽편은 올드 타운이고 건너편은 레이크 가든이라는 녹지대라고 알고 있어도 크게 틀린 것은 아니다. 대강 그렇다는 것이지 잘 드는 칼로 무 자르듯이 꼭 그렇게 구별된다는 이야기는 아니니까 오해없기 바란다.

 

우리는 KL 중앙역 건너편 도로에서 지하도를 통해 들어가는 입구를 찾아갔으므로 일반적으로 이용하는 입구를 사용하지 못했다. 정문 사진이 없는 것이 유감이다.

 

 

 

호수 이름은 페르다나이다. 현지인들은 타만 타섹 페르다나라는 식으로 발음하는 것 같았다. 공원 속에는 도로들이 잘 포장되어 있고 사람들이 붐벼서 말레이지아 사람들의 놀이 문화를 대강이나마 엿볼 수 있다. 하지만 공원이라는 것이 원래 그렇지 않은가? 생활 겉모습만 보는 것이지 일상사를 볼 수 있는 장소는 아닌 것이다.

 

  

호수 중앙에는 분수대가 있어서 하늘로 물을 뿜어 올리고 있었고 호수 가로는 열대 무궁화인 하이비스커스부겐빌리아가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

 

 

 

하이비스커스는 학명으로 Hibiscus이다. 그러니까 우리가 생각하는 무궁화와 비슷한 꽃이다. 국화로 지정된 것은 1960년에 초대수상인 압둘 라만에 의해서라고 한다.

 

무궁화는 학명을 시리아쿠스 히비스쿠스라고 한다. 학명(學名)에서 알수 있듯이 원산지는 오늘날의 중동지방이다. 말레이지아에 이 꽃이 유입된 것은 12세기 경인데 극동 지방과의 무역에 의한 것이라는 설이 있다니 그게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 아리송송해진다. 혹시 우리나라나 일본 혹은 중국 동부지방에서 전해진 것일까?

 

 

 

하이비스커스 허브 차도 있다던데..... 이 차에는 비타민이 많이 함유되어 있어서 허브차를 즐기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좋다고 한다. 허브로 쓰는 재료 자체도 강렬한 홍색을 띠고 있을 뿐만 아니라 우려낸 찻물 또한 환상적인 루비색으로 나타나 눈까지 즐겁게 해주므로 인기가 그저그만이라고 한다.

 

특히 이 차는 이집트 사람들이 즐겨마신다나 어쨌다나. 신맛이 강한 것이 특징이고, 달콤한 향이 은은하게 감돈다고 한다. 우리나라 무궁화에서는 어떤 맛이 나는지 궁금해진다.

 

인터넷 자료를 검색해보니 신맛이 강하므로 꿀을 넣어서 달게 마시거나 다른 허브와 섞어서 마시면 좋다고 한다. 하이비스커스에는 신맛의 성분인 구연산이 다량으로 함유되어 있기 때문에 피로 회복제로 각광받고 있어서 스포츠 음료로 이용하는 운동선수들도 늘고 있다고 한다. 

 

그 외에도 식욕 증진 효과도 있고 이뇨 작용을 하기도 하고 숙취 제거에도 효과가 있다고 하니 이렇게 탁월한 꽃을 옆에 두고서 괜히 진딧물이 잘 붙고 병충해가 잘 생기는 지저분한 꽃 정도로 인식하는 우리가 갑자기 한심해졌다.

 

거기다가 말이다, 금상첨화격으로 컴퓨터를 자주 사용해서 눈이 피로한 사람들이 마시면 아주 좋다고 한다고도 하니 이거 완전히 살맛나게 해주는 꽃이 아닌가? 우리나라 무궁화에도 같은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에 대해서는 나도 잘 모르지만 하여튼 예사로운 꽃은 아닌 것이 확실하다.

 

그러고보니 너무 사랑스러운 꽃이므로 노래나 한곡조 불러서 칭찬이나 해주고 넘어가야겠다.

 

"무궁화 무궁화 우리나라 꽃

삼천리 강산에 우리나라 꽃"

 

노래를 부르다말고 괜히 "신의 경질"이 난다. 신의 경질이 무엇이냐고? 신경질이다. 신경질! 좋은 것을 암만 많이 가지고 있으면 뭘 하나?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인데...

 

삼천리 금수강산이라고 말로만 자랑하면 무엇하나? 스위스처럼 뉴질랜드처럼 깔끔하고 아름답고 멋있게 만들어두어야 외국인들이 몰려와서 돈을 쓰고 가지. 남 욕하고 흉볼게 없다. 나부터 내집부터 부족하니 말 할 자격도 없다.

 

 

 

갑자기 눈앞에 환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노란 윗옷을 입은 아이들이 떼거리로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부모들의 허락을 얻어 사진을 찍어보았다. 어느 나라 어떤 세상이든지 아이들 모습은 귀엽다.

 

 

 

옹기종기 모여 앉아 오순도순  사이좋게 음식을 먹는 모습들이 귀엽기만 했다. 어리버리한 나에게도 저런 시절이 있었던가 싶다. 이번 여행에서 느낀 것인데 동남아시아 사람들도 남아메리카나 아프리카 사람들처럼 초록색과 노랑색 등 원색옷을 즐긴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게 하나의 경향인지 아니면 일시적인 유행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그런 흐름이 있다는 사실만은 확실하다. 월드컵 축구시합을 할때도 보면 그런 경향이 있는 것 같았다.

 

 

 

유치원 아이들 같다. 이 세상 모든 어머니들의 마음은 다 같지 싶다. 자녀들을 잘 키우고 싶은 마음은 다 같다. 아이들을 따라와서 뒷바라지 하는 모습이 정겹다. 옷차림으로 봐서 하류층 사람들은 절대 아니다. 히잡만 해도 상당히 고급스러웠고 행동거지도 조심스러웠기 때문이다.

 

 

 

정면으로 사진을 찍기가 뭐해서 조금 멀리 떨어진 거리에서 줌렌즈를 사용하여 찍었다. 확실히 동남아시아 회교도는 사진찍기에 조금 관대한 것 같았다. 그들을 뒤로 남겨두고 앞으로 걸어가 본다.

 

 

 

공원 군데군데에는 노인들이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안온함과 평안함이 가득 배여 있는 곳이다.

 

 

 

물이라는게 참 신기한 존재다. 여기에도 물이 있는 호수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이런 평온함은 상상할수조차 없으리라.

 

 

 

호수 한가운데에는 커다란 나무가 자리잡아서 공원 전체에 액센트 같은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나무 너머 저 멀리 보이는 곳이 KL 중앙역과 맞닿은 메르디앙, 힐튼 호텔 건물이다.

 

 

 

우리들은 비탈길을 따라 걸어올라거서 카페 건물에 들어갔다. 좀 쉬고 싶었기 때문이다. 전망대를 겸한 카페에 들어가서 자동판매기의 콜라를 뽑아와 한잔을 쭈욱 들이켰다.

 

그러다가 말레이지아 중부 파항지방에서 수학여행 온 학생들을 만났다. 고등학생들인데 체격이 컸다. 말레이 계통의 아이들이다. 여학생들도 있었는데 하나같이 히잡을 쓰고 있지 않았다. 힌두교도들일까?

 

 

 

전망대 앞 도로변에 원숭이떼들이 모여 놀고 있었다. 사람에게 제법 익숙해진듯하다. 크게 겁내는 기색도 없이 도로변까지 나와 먹이 사냥을 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이 녀석이 대장 원숭이인가 보다. 간덩어리가 조금은 부은 녀석같다. 인도네시아 발리섬 우붓에 있는 원숭이 숲이 생각난다. 거기 원숭이들은 여사로 인간에게 접근해서 모자고 안경이고 수첩이고 닥치는대로 가져가버린다. 그러므로 원숭이떼가 있는 곳에서는 소지품에 신경을 쓰는 것이 좋다.

 

   

숲속은 녀석들의 생활 근거지 같았다. 한두마리가 아니다. 아주 떼를 지어 몰려다니며 놀고 있었다. 그런데 녀석들이 다 어디로 숨어버렸는지 보이질 않는다. 심심하신 분들은 사진을 유심히 잘 보시기 바란다. 어디에 있어도 다 있다.

 

 

 

아까 본 고등학생들을 다시 만났다. 아이들은 오토바이를 타고 온 행상으로부터 빵을 사먹고 있었다. 그것을 본 우리 팀 가운데 청년 한명이 그 빵을 맛있게 사먹었는데.....

 

그로부터 한 일주일간 그는 죽을 고생을 하게 된다. 빵에다가 아이스크림을 가운데 넣은 독특한 빵이었는데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는 몰라도 배가 아프고 설사를 하게되는 증세를 보였던 것이다.

 

여행가서는 함부로 안사먹는 것이 좋다. 물은 절대적으로 생수를 사먹고 어지간하면 식사는 식당에서 하는 것이 옳은 일이다. 군것질을 하고 싶으면 깨끗한 가게에서 사먹는 일이 옳은 일이다.

 

 

 

젊은이들은 자기들끼리 쉽게 친해진다. 나같은 늙다리들은 머리속으로 계산하는 것이 많아서 선뜻 친해지기가 어려운가 보다. 인생을 너무 산것도 죄가 된다는 느낌이 든다.  인간은 좀 더 순수해지고 점잖아져야 하는데 그렇질 못하니 때가 묻을 대로 묻은 이 나이의 인생은 이미 시든 인생이고 맛이 간 인생이다.

 

 

 

바로 이 아저씨다. 후덕하게 생겼는데 우리 청년이 사먹은 아이스크림 빵의 어디가 잘못된 것일까? 아니면 내가 잘못 판단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부근에 새 공원이 있다길래 찾아가 보았는데 입장료가 너무 비싸다. 벌써 돈독이 살살 오르기 시작한 우리 멤버들은 입장료를 아끼겠다는 짠돌이 정신을 발휘하여 들어가지 않는쪽으로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

 

한사람의 생활 태도가 벌써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증거가 된다. 새공원을 포기하는 대신 우리들은 입장료가 싼 난원(蘭園)에 들어가 보기로 했다. 나야 뭐 원래 꽃을 좋아하므로 새공원보다 난원을 가는 것이 더 마음에 들지만 다른 사람은 안그렇지 싶다.

 

사실 새 공원은 지난 여름 싱가포르의 주롱 새고원에 가서 눈이 시리도록 보고 왔다. 여기서 싱가포르는 가까운 거리이므로 그게 그새일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시설과 규모나 공연 내용도 싱가포르의 주롱 새공원이 한수 위인데 한수 아래로 생각되는 여기를 굳이 돈내고 들어가서 볼 필요가 뭐 있겠는가?

 

 

 

얄팍한 계산을 바탕으로 주판을 다 튀긴 우리들은 드디어, 마침내, 이윽고, 난원으로 향했던 것이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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