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1일 화요일 아침이야. 하구 선생이 주무시는 옆방에 가보았더니 이런 모습으로 창가에 앉아계셨어.
오늘은 이동해야 해. 어디로 가느냐고?
오스트레일리아에 사는 백인들이라면 꿈에라도 한 번 가보기를 원한다는 롬복 솜에 딸린 아주 작은 세 개의 섬(=길리)에 가야지. '길리'라는 말을 꼭 기억해 둬.
아침 식사를 하기 위해 레스토랑으로 갔어.
손님이 거의 없으니 우리가 이 호텔을 전세 낸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
스태프들이 반갑게 맞아주었어. 키가 큰 아가씨는 수석 주방장 셰프로부터 칵테일 기술까지 전수받았다고 했어.
우린 수영장 가 테이블을 차지하고 앉았어.
아침이니까 한 번 살펴봐야 하지 않겠어?
직원 한 사람이 수영장 물 위에 뜬 나뭇잎을 걷어내고 있었어.
어젯밤 나는 여기 선 베드에 기대어서 친구와 인생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던 거야.
여기는 우리나라와 시차가 한 시간 정도밖에 나지 않으니까 대화하기에 부담이 없었던 거지.
해변에도 나가 봐야지.
사방은 조용하고 깨끗했어.
파도도 잔잔했고 말이지.
혼자 거닐기가 아까웠어.
해변을 조금 걷다가 호텔 구역 안으로 돌아왔어.
이제 음식이 거의 다 되었을 거야.
과일과 커피...
비닐 랩을 벗겼더니 그 탐스러움이 더욱 빛을 발하는 듯했어.
아침이니까 간단히 먹어주어야지.
커피까지 곁들였더니 완벽한 아침 식사가 된 거야.
배낭을 정리해 두고 환전소를 찾으러 나갔어.
어제 승용차를 타고 오면서 환전소 위치를 확인해 두었거든.
마따람 시내 방향으로 이어지는 도로를 따라 걸었는데...
경치는 좋았지만 보기보다 멀었던 거야.
그러다가 도로 가에서 쉐라톤 호텔을 발견했어.
이런 호텔에는 ATM기계가 비치되어 있거나 환전을 해주기도 할 거야.
짐작대로 ATM 기계가 있더라고. 하구 선생 카드로 300만 루피아를 뽑아서 백만 루피아씩 나누어 가졌어.
호텔 밖에 진 치고 있던 기사가 쫓아오더니 어딜 가느냐고 묻는 거야. 그와 교섭을 해보았어.
길리로 가는 배를 타기 위해 방사르( = 방살)로 간다고 했더니 태워주겠다는 거야. 20만 루피아로 낙찰을 보았어.
푸리 사롱 호텔에 들어가서 배낭을 찾아 트렁크에 싣고 방살 항구로 달렸어.
바닷가에는 멋진 리조트들이 숨어있어.
잠시 차를 세우고 경치를 감상했어. 멀리 섬 두 개가 보이지? 거기가 길리야. 하나는 안 보이네. 왼쪽부터 길리 트라왕안, 가운데가 길리 메노, 롬복섬과 가장 가까운 것이 길리 아이르지. 지도로 소개해 줄 게.
우리는 지금 8번 부근을 출발해서 7번으로 표시해 둔 섬으로 가려는 거야. 세 개 중에서 제일 멀리 있는 섬이 길리 트라왕안이지.
오늘 우리는 먼저 길리 트라왕안으로 건너가려는 거야.
그러려면 배를 타야지.
이제 세 개의 길리가 다 보이네. 저래봬도 저긴 낙원 비슷해. 제일 높은 섬이 길리 트라왕안인데 줄여서 길리 T라고도 해.
이제 항구로 들어갈 거야.
여기에서 섬으로 가려면 공용 보트를 타도 되고 개인적으로 배를 빌려도 돼. 빌릴 경우에는 많은 돈이 필요하겠지?
그럴듯한 사무실을 차려놓고 비싸게 호객하는 인간들이 많으므로 조심해야 해.
우릴 싣고 여기까지 와 준 기사와 작별 인사를 나누었어.
돈을 아낄 땐 아껴야하잖아? 공용 보트 티켓을 샀어. 한 사람당 2만 3천 루피아였어. 우리 번호가 23,24,25였어. 이건 좌석 번호가 아니라 같은 배를 탈 사람 수를 의미해. 40명이 차면 배가 출발하는 거야.
이제 이해가 돼? 그러니까 출발 시간이 정해져 있는 게 아니고 사람 수가 차면 배는 언제든지 떠나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거지.
승선 구역 속에 들어가 앉았어.
혹시 모르니까 화장실도 다녀왔어. 화장실 사용을 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돈을 내야 해. 무료 화장실이 지천에 깔린 우리나라 화장실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할 수 있어.
현지인들과 대화를 나누며 시간을 보냈어.
순식간에 사람이 다 차버려서 배를 타야만 했던 거야.
공용보트 안의 모습이야.
우리도 자리를 잡고 앉아야지.
나는 안쪽으로 들어갔어. 천천히 내리면 되는 거니 좀 더 편한 게 좋지 않겠어?
거기까지는 가는 데는 한 삼십 분 정도면 돼.
드디어 다 온 거야.
건너온 롬복 섬이 저기 뒤에 남았네.
하선해야지.
나는 양말과 신발을 다 벗었어.
열대지방의 바닷물은 따뜻해.
무거운 배낭을 메고 있으니 내릴 때 조심해야 돼.
바닷물이 얼마나 맑은지 몰라.
마침내 하얀 모래가 반겨주는 섬에 도착한 거야.
멋지지?
두 번째 섬인 길리 메노가 바로 앞에 누워 있었어.
호텔을 미리 예약해 둔 사람들은 각종 탈것을 이용해서 뿔뿔이 흩어졌어.
우린 호텔을 미리 예약해두지 않았어.
그러니까 찾아 나서야 돼. 밀알 선생은 배낭을 지키고 하구 선생과 어리바리하기 그지없는 내가 호텔을 구하기 위해 나섰어. 말 트럭 보이지?
여기 말은 탈것으로도 운방용으로 한몫을 단단히 하는 거야.
자전거도 많아. 물론 돈 주고 빌려야 해.
호텔을 예약하지 않았으니 불안하지 않느냐고? 여긴 깔린 게 호텔이야. 얼마든지 골라가며 묵을 수 있다니까. 단 비수기 때 그렇다는 거니까 오해하지 말기 바라.
지금이 비수기야.
골목 안 호텔 두세 군데를 살펴보다가 마침내 이 집에 필이 꽂힌 거야.
이 정도면 묵어주어야 하지 않겠어?
방 하나당 40만 루피아! 대신 아침 식사 불포함이지.
우린 세명이니까 일인당 3만 원 정도라고 보면 틀림없어.
시설은 좋았어.
인도네시아 여행 강력 추천이야.
이제 점심 먹으러 나가야지.
해변으로 나가서...
밥을 먹었어. 우리 돈 4,5천 원이면 다 되는 거야.
점심도 먹었으니 좀 쉬어야지.
그런 뒤 섬 한 바퀴를 걸어서 돌아보기로 했어. 어때? 다음에 나랑 같이 한 번 가볼까?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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