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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교육, 초등교육/교육단상(敎育短想)

학교, 그 씁쓸했던 추억들 5

by 깜쌤 2019. 6. 20.


다섯번째 전근을 가서 근무하게 된 학교가 바로 여기입니다. 포항시 대송면에 있는 대송초등학교죠. 공단지대 에 자리잡고 있었기에 근무환경이 그리 좋은 곳은 아니었습니다. 다섯번째 전근이었지만 근무한 학교로만 치면 여섯번째 학교인 셈입니다.



요즈음에는 학교 출입도 함부로 할 수 없습니다. 사실 함부로 안하는게 옳은 일입니다. 학부모로 가장해서 들어가볼 수도 있지만 나이가 있으니 그런 짓도 할 수 없었습니다. 더군다나 학교를 잘 아는 사람이 그런 짓을 하면 사람살이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하며 살기에, 담장 바깥에 자전거를 세우고 안을 들여다 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학교부근 조경도 참하게 해두어서 고급스럽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집에서 출퇴근하고 싶다는 욕망때문에 전근을 희망했었고 통근 거리를 어느 정도 줄일 수 있었지만 불편하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이 학교에 근무를 한 것이 1990년의 일이니 지금부터 29년전의 일입니다. 세월이 많이 흘러서 그런지 정확한 모습도 기억나지 않습니다. 별 수없이 졸업앨범을 뒤져보기로 했습니다.



교문에 가서 교정을 살펴보았습니다. 학교 규모에 비해 너무 조용했습니다. 나중에 홈페이지에 찾아가서 확인을 해보았더니 전교생이 팔십여명 남짓한듯 했습니다. 그렇다면 정말 이상적인 학교일 수도 있습니다. 나는 갑자기 요즘 현직에 계시는 선생님들이 너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기서는 6학년을 가르쳤는데 끝반인 3반을 담임하게 되었습니다. 운동장을 물끄러미 쳐다보았습니다. 가을 운동회때 아이들을 훈련시켰던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차분하게 아이들을 통제하는 모습을 보고 선배 선생님들이 입을 많이 댄 모양입니다. 자화자찬같습니다만 아이들 지도를 정말 잘한다는 이야기를 들어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세상이란게 어디 그렇게 단순하던가요? 시기와 질투가 섞인 소리가 내 귀에 들려오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입장에서 보면 제가 아동학대에 해당하는 짓도 섞어했으니 그리 자랑스러운 일 아니기에 부끄럽기도 합니다.


 

술좌석에서 제편을 들어 덕담을 해주시던 선배선생님이 기억납니다. 당신들은 그렇게 깔끔하게 지도를 못하면서 후배선생을 두고 이러니저러니 말하는 것은 도리에 어긋난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해주시더군요. 그 분 성함이 조, 영자 기자인듯 합니다. 조영기 선생님, 뵙고 싶네요.



간직하고 있는 졸업앨범을 꺼내 확인해보았더니 제가 가르친 아이들이 이학교 56회 졸업생이더군요.

학교 건물 구조도 그때와 똑 같은데 다만 외관이 바뀌었을뿐이었습니다. 이른바 리모델링을 한것이죠.


 

일부이긴하지만 건전하지 못했던 선배선생님들의 언행도 생각이 납니다. 그런 일을 이제 새삼스레 꺼낼 일은 아니기에 그냥 덮어두고 싶습니다.



나는 교직이라는 직업이 정말 신성하고 의미있는 직종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이 사람을 가르친다는 것은 얼마나 보람있는 일이던가요? 요즘 선생님들 가운데는 '아이들이 말을 안듣고 학부모도 별스럽다'는 식으로 이야기 하는 분들이 있는 것으로 압니다만, 교사가 절대 입에 담아서는 안될 표현이 아이들이 말을 듣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보기에는 아이들은 말을 너무 잘들어서 탈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가르쳤던 반에 아버지가 직업군인이셨던 아이가 있었습니다. 한번씩 결석도 하고 속을 조금 썩게 하기도 했는데 나중에 그 아이의 가정형편을 알게되고나서는 좀 더 따뜻하게 대해주지 못했던 일이 아직도 후회스럽습니다.  



제가 좁쌀이라는 별명을 지어주고 귀여워했던 다른 반 여자아이도 한번 정도는 만나보고 싶습니다. 주영이라는 이름을 가진 예쁘장한 아이였는데 지금은 40대 초반의 아줌마가 되었겠지요.



학교 앞에는 문방구점이 있었습니다. 그때도 이런 이름이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나는 조용히 돌아섰습니다.



좋았던 인간관계조차 전근 몇번을 가버리면 끝나는게 선생이라는 직업의 특징이라면 특징입니다. 사립학교에 근무하는 분들에게는 해당사항이 없는 일이지만 적어도 공립학교는 그렇습니다. 그런 현상은 저에게만 해당되는 말이라고 생각하고 살았지만 나중에 알고보니 다른 분들도 그렇게 많이들 말씀하시더군요.


  

학교에서 조금 걸어나오면 버스정류장이 있습니다. 500번 버스가 다니더군요. 그때도 500번 버스였는지 이제는 기억조차 가물거립니다.



이 공장의 풍경은 눈에 익은듯 하지만 꼭 그렇다는 식으로 단정지어 말하기에는 자신이 없네요. 세월이 너무 많이 흘렀기 때문입니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