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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 인생 - 그리 허무한게 아니었어요. 살만했어요
자녀교육, 초등교육/내집 아이 일류 만들기

좋은 조언자(멘토)를 만나는 것은 큰행운이다

by 깜쌤 2011. 5. 17.

 

케케묵은 옛날 이야기가 쉽게 먹혀들 세상은 아니지만 그래도 고전의 가치는 교훈을 주는데 있으므로 현대인들이 자주 들먹거리나 봅니다. 나라를 다스리는 임금과 스승과 아버지는 존경을 받아야한다는데서 아마도 '군사부일체(體)'라는 말이 만들어진듯 합니다. 그런 말이 나오게 된 정확한 기원이나 출전(出典)을 잘 몰라서 인터넷으로 살펴보았더니 원어의 뜻도 대강 비슷한 것 같았습니다.

 

 

 

 '군사부일체(體)'라는 말은 송나라때의 유학자인 주희(朱喜)가 쓴 소학(小學)에 나온다는 것이고 더 자세히 살피면 춘추전국시대때 만들어진 역사책 국어(國語)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주희는 우리가 흔히 들어 잘 아는 주자학이라는 학문을 집대성시킨 학자입니다. 율곡선생이 쓰신 소학집주(小學集註)라는 책속에 이 말이 나온다는 것은 틀린 말이 아닐 것입니다.  

 

 

'부모님은 낳아주신 분이고 스승은 가르쳐주신 분이며 임금은 먹여주신 분'이기에 부모와 스승과 군주를 동일시했던 모양입니다. 지금 시대의 개념으로 보면 도저히 수용하기가 어려운 부분이 있어서 인용하기조차 쑥스러운 문장이 되고 말았습니다.

 

 

지난 15일은 '스승의 날'이었습니다. 이제는 스승의 날을 제정한 진정한 의미조차도 퇴색되어 대부분의 학부모님들께는 마음에 부담을 주는 어줍잖은 날이 되어버렸다는 느낌이 훨씬 더 강합니다. 선생의 입장에서 스승의 날을 가만히 되짚어보면 참으로 낯뜨거운(?) 날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초등학교의 경우 학생들이 스스로 알아서 무슨 행사를 가진다느니 하는 식의 생각은 가지기가 힘듭니다.

 

 

 

그렇다면 결국은 교사들이 나서서 작은 기념식을 주관한다거나 하는 모양이 되고 마는데 사실은 그것조차도 낯간지러운 모습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남이 챙겨주지 않는다면 자축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지만 모양새가 썩 아름답지 못한 면도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가만히 돌이켜서 생각해보면 학창시절에 어떤 스승을 만나느냐 하는 것은 정말로 소중한 일이기도 합니다. 내가 살아온 지난 날들을 반추해보아도 내 재능을 알아보고 인생살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준 분은 거의 없었던 것같습니다. 어려운 집안 형편때문에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교육대학 진학하기를 강요받은 나로서는 대학입시원서를 작성하던 날의 아픈 추억을 잊어버릴 수가 없습니다.

 

 

1970년대만 하더라도 대학교 입학원서를 작성하는데 고등학교 3학년 담임선생님의 조언은 거의 절대적이었습니다. 제가 대입원서를 쓰기위해 학교에 찾아갔던 날은 공교롭게도 담임선생님이 출장을 가셔서 안계셨기에 2학년때의 담임선생님과 상담을 하고 원서를 써야만 했습니다.

 

 2학년때의 담임선생님은 제형편과 능력을 조금은 아셔서 그런지 사범대학에 진학하기를 권유하셨습니다. 당시만 하더라도 가난한 집 수재들이 갈 수 있는 유일한 대학은 사범대학에 진학해서 중고등학교 교사가 되는 것이 제일 확실한 방법이었습니다. 상대적으로 교육대학의 인기는 바닥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누구누구야, 네가 지금 구해서 온 교육대학 원서는 잠시 놓아두고 새로가서 무슨무슨 사범대학 사회교육과 원서를 사가지고 오기 바란다. 거기라면 합격할 수 있다. 네 인생을 망칠까봐 두렵다."라고 말씀하시면서 그 분은 제게  다시 한번 더 생각해보기를 간곡하게 권하셨습니다.   

내인생에서 들어본 가장 따뜻한 말한마디임과 동시에 인생을 결정지은 말씀이었기에 아직까지도 생생하게 그때의 말씀을 떠올리곤 합니다. 워낙 둔했던 인간인지라 나는 내가 가진 재능조차 잘 몰랐던 어리바리였습니다. 진학정보에 깜깜했고 세상살이에는 너무 무지했으며 부모님과는 대화가 단절되었던터라 무엇이 옳고 그른지조차 몰랐던 날들을 돌이켜보면 정말이지 마음을 아리게 만듭니다.

 

  

내머리카락이 희끗희끗해지고나서야 이제 사람살이에서 멘토의 역할과 소중함, 그리고 스승의 길과 교사로서의 기본 마음가짐과 자세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지금 알게 된 것을 젊었던 날에 알았더라면 한번 살고 치우는 인생을 이런 식으로 허무하게 살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스승의 날을 맞아 나는 학부모님들께 한가지만을 간곡하게 권하고 싶습니다. 평소에 선생을 대접하지 않아도 좋으니 자녀들 앞에서는 가능하면 가르쳐주시는 선생을 비하하거나 조롱하거나 욕하는 말씀만은 하지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너희들을 가르쳐주시는 선생님을 우습게 여기지 말라고만 하셔도 성공이라고 생각합니다.

 

 

인터넷에 올라온 많은 글 속에는 교사에게 무지막지하게 맞은 경험과 선생으로부터 멸시당한 가슴아픈 이야기가 정말 많더군요. 오죽했으면 그런 글들을 다 올리셨을까 싶어서 같이 슬퍼하고 마음아파하기도 했으며 사도(師道)의 길을 걸어온 저 저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된것도 사실입니다.

 

 

저도 젊았던 날에는 아이들을 때리기도 했었고 가혹행위를 하기도 했었습니다. 하나도 안했다면 거짓말이지 않겠습니까? 제 성질에 못이겨 정도가 지나치게 아이들을 대하기도 했던 날들을 생각하면 쥐구멍속에라도 들어가고 싶다는 것이 솔직한 생각입니다. 가만히 돌이켜 생각해보면 볼수록 정말 못난 선생이었던 것이죠.

 

  

의도적이었든 무의식적이었든 간에 제가 내어뱉은 말한마디에 상처받은 아이들도 제법 많았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몇 제자와의 만남이 아직도 계속되기도 하는 것을 보면 크게 실패한 선생은 아니었던 것같습니다. 좋은 선생님과의 만남은 인생을 바꿔놓을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아이들의 재능을 알아보고 길을 열어주는 것은 얼마나 큰 행운을 가지는 것인지요? 

 

  

제가 가르친 학생중에 서울대학교 음악대학에서 성악을 전공한 학생이 있었습니다. 불의의 사고로 인해 안면에 커다란 상처를 지닌 여학생이었는데 그런 큰 어려움을 이겨내고 음대성악과를 수석으로 입학해서 졸업하고 대학원과정도 수석으로 다 끝낸 뒤에 자기가 번 돈으로 독일유학을 떠난 학생이 있습니다. 그 아이는 초등학교때부터 성악에 멋진 재능을 나타내었습니다.

 

음악시간에 그 아이와 함께 이중창을 부르면 다른 학생들이 모두 황홀한 표정을 지으며 박수를 보낼 정도로 멋진 실력과 재능을 가진 아이였습니다. 저는 그 아이에게 성악공부를 해볼것을 권했습니다. 그런가하면 언어에 재능이 있는 아이에게는 언어분야의 공부를 더 많이 해보기를 권하기도 했습니다. 결과는 더 두고 보아야하지만 세월이 지난 뒤에도 부모님들로부터 심심치않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들을 때가 제법 있었습니다.

 

 

 

좋은 학생을 만나는 것은 선생의 복이며 좋은 스승을 만나는 것은 아이들의 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 자녀들의 담임을 맡고 계시는 선생님의 말한마디가 아이의 장래를 죽이기도 하고 살릴 수도 있음을 아셨으면 좋겠습니다.

 

 

교사가 가진 얄팍한 권력(?)을 가지고 학부모님들께 겁(?)을 드리는 것이 아닙니다. 이점에 대해서는 오해가 없었으면 합니다. 아이가 학교에서 가장 자주 그리고 많이 만나는 교사라는 존재와 신뢰할 수 있는 인간관계를 맺음으로서 멘토와 멘티로서 멋진 관계를 맺어나간다면 사제지간의 만남이 정말로 의미있는 좋은 만남이 될 것입니다.

 

 

 

 

교사에게는 아이의 재능과 능력을 알아보는 눈과 아이의 장래를 염려하는 따뜻한 마음이 필요하고 학생과 학부모님들에게는 교사를 믿는 신뢰와 애정이 존재할때 우리의 교육과 귀한 자녀들의 앞날은 한층 더 밝아올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긴글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깜쌤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