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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리끼리 문화

by 깜쌤 2011. 2. 13.

 

 경주 시가지는 산에 둘러싸여있다. 그래서 나즈막한 산위에만 올라가도 시멘트 덩어리로 뒤덮힌 볼품없는 신시가지가 한 눈에 들어오는 것이다. 사람에 따라서는 현대식 건물과 아파트로 가득한 시가지 모습이 발전의 상징으로 여겨질 수도 있겠다. 다른 도시라면 충분히 이해가 되는 광경이다. 하지만 여기는 경주다.  

 

 예전에 지은 주공아파트들처럼 높이를 5층이나 6층 정도로 제한하고 지붕을 기와로 덮도록 했으면 천년의 역사를 지닌 고적도시 냄새가 물씬 풍겨날 수도 있는 것이지만 이젠 때가 너무 늦었다. 나는 경주가 이런 식으로 변화되는 것을 보고 살아왔다.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발전론자들은 일본의 천년고도인 교토나 중국의 북경도 경주와 비슷한 모습이라고 강변할지 모르겠다. 교토시가지 동쪽 산밑쪽으로는 일본냄새가 물씬 풍기는 특별구역이 아주 큰규모로 존재한다. 북경도 그렇지 않던가?

 

 중국 운남성 서쪽에는 리지앙(=려강)이라는 아름다운 도시가 존재한다. 리지앙에는 우리나라로 치자면 고려시대 말기에 해당하는 기와집 건물들이 즐비하다. 내가 보기로는 중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 가운데 하나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경주에 살아보면 불편하고 불합리한 법 조문이 한둘이 아님을 쉽게 알 수 있다. 고적도시를 보호하겠다는 차원에서 나온 규정들이지만 어찌 시대의 흐름에 그렇게 뒤쳐지는 법조문까지 존재하는지 모르겠다. 그러면서도 도시를 이런 식으로 변화시켜 버렸으니 한숨이 나올 뿐이다.

 

 이젠 이 도시를 떠나고 싶다. 살고싶은 매력이 사라진 것이다. 삼십여년 이상 살아왔지만 나에게 경주는 아직도 이방인의 도시로 비쳐진다. 다는 아니지만 원래 살아온 일부 주민들이 나같은 객지 사람을 점점 더 이방인으로 만들어가고 있다는 표현이 적합할지도 모르겠다.

 

 얼마전 포항문화방송 지방뉴스에 경주 사람들의 폐쇄성에 관한 보도가 나오는 것을 보고 공감을 했다. 서라벌 문화회관에서 열린 공청회거나 무슨 학술발표회같았는데 발표자를 상대로해서 참관인이 언성을 올리는 장면이 보도가 된 것이다.

 

 

 원래 언론보도라는 것이 편집을 거쳐서 나오는 것이므로 논쟁의 원인이나 경과같은 부분은 생략되기 마련이어서 사건의 앞뒤 관계를 잘재어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정도는 상식으로도 아는 일이다. 하지만 발표자를 보고 "당신은 도대체 경주에서 얼마나 오래 살았느냐"고 반문을 하는 장면에서는 그만 할말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한걸음 떨어져서 살펴보면 빤히 보이는 해결책도 문제속에 갇혀있으면 못보는 수가 생기는 법이다. 향토애가 강한 것은 좋지만 지나치면 끼리끼리 모이는 자기들만의 폐쇄성 가득한 문화를 만들어내는 법이다. 나는 경주에서 그런 느낌을 참으로 강하게 받아가며 살아왔다.         

 

 

 나같은 시골 선생이 뭘 알겠는가마는 해도해도 너무 지나치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사례를 들자면 한도 끝도 없을 정도다. 일상생할에서 부딪히는 작은 문제는 더 말할 필요가 없고........  이래저래 정떨어지는 일만 쌓여간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