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무사 귀국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대구로 간 거야.
그게 4월의 마지막 날이었어.
온 산천에 신록이 묻어오는 봄날이었지.
동대구 기차역 부근에는 이팝나무들이 꽃을 활짝 피워놓았어.
동대구 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시내로 들어갈 거야.
동대구 역 광장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너무 현대적이었어.
최근 몇 년 사이에 스카이라인이 확 바뀌어버린 거야.
22세기 신도시에 왔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니까.
그뿐만이 아니야.
이제 동대구 기차역은 이동의 중심지가 되었어.
고속철도, 일반철도, 지하철, 고속버스, 시외버스 등이 거의 다 연결되는 교통의 요지로 변한 거지.
대구에서 대학도시 경산이나 산업도시 구미로 가는 것도 도시 철도로 쉽게 갈 수 있게 되었어.
몇 년 사이에 그렇게 변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아.
나는 여길 볼 때마다 일본 규슈의 고쿠라 시가지가 생각나더라고.
고쿠라 기차역 앞이야.
거기에는 대구 지하철 3호선처럼 모노레일이 있었어.
지하철 1호선을 타고 시내로 들어갔어.
지하철 대구역과 반월당 사이의 중앙로 역에 갔었는데...
약속 시간을 맞추는 동안 대구 지하철 화재 사건의 현장을 둘러보게 되었어.
2003년 2월 18일에 일어난 비극이지.
이 사고로 죽은 사람이 192명, 실종자 21명이나 되었어.
부상자도 151명이나 발생했고 말이지.
그 비극의 현장을 찬찬히 살펴보았어.
범인은 전직 개인택시 운전사 김 누구누구였어.
스페인 배낭여행을 다녀온 친구와 또 다른 친구를 중앙로 지하철 역에서 만나 따로국밥집에 갔어.
대구는 따로국밥이 유명하잖아?
'국 따로 밥 따로' 준다고 해서 따로국밥이지.
선지도 따로 듬뿍 주더라고.
식사 후 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시며 배낭여행 이야기를 들었어.
그런 뒤 다시 동대구 기차역으로 간 거야.
중고책 서점에서 책을 한 권 구했어.
동대구 역 광장에는 박정희 광장이 있어.
개인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는 분이지만 여기서는 더 이상 언급하지 않을게.
집으로 돌아가는 기차를 탔어.
한 달간 여정으로 부인과 함께 스페인, 모로코, 포르투갈을 다녀온 친구가
너무 위대하게 보였어.
나는 식구들과 함께 여행했던 기억이 없거든.
이런저런 생각을 하느라 내가 탄 시내버스 번호를 잘못 기억해서 내려야 할 곳에서 내리지 못했어.
정신을 차려보니 버스가 엉뚱한 곳으로 가길래 허겁지겁 내려야만 했어.
덕분에 솔숲으로 난 길을 걸어 집으로 가야만 했고....
나는 이런 식으로 많이 모자라게 살아.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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