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8일 아침이 밝아왔어. 노트북이 드디어 말썽을 부리기 시작했어. 어찌어찌해서 와이파이 연결은 가능하게 만들었지만 소리가 나지 않는 거야.
노트북에서 소리가 나지 않는다는 것은 총칼 없이 전쟁터에 나간 군인과 다름없지 않겠어? 새벽 예배를 드릴 방법이 사라져 버린 거나 다름없었어. 내가 목회자도 아니니 그런 거야.
오늘 아침 식사는 내가 쓰고 있는 방 발코니에서 먹기로 했어. 어제와 메뉴는 비슷했어.
오늘 오후에는 플로레스 섬으로 날아가는 비행기를 타야 해. 미리 호텔을 예약해 두기로 했어. 그래야 저녁에 도착해서 헤매지 않아도 되거든. 플로레스 섬의 라부안 바조 도시에 있는 코모도 공항과 가까운 곳에 있는 파를레조 호텔을 찍어서 예약한 거야. 방 하나에 6만 원 짜리라고 보면 돼.
일단 배낭을 정리해서 리셉션 카운터에 맡겨두었어. 주인아줌마에게 물어보았더니 공항까지 픽업해 주는 데는 20만 루피아면 된다는 거야.
오늘 오전에는 어제 못 보았던 사누르 비치의 남쪽을 보려고 해.
그래서 도로를 나와서 남쪽으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걸었던 거야.
한쪽에는 하수도 준설 공사가 한창이었어.
하이야트 호텔 정문 앞 작은 정원 웅덩이에는 구피들이 바글거렸어.
호텔 부근에는 해변으로 이어지는 작은 골목이 있어.
샌들을 가지고 왔지만 끈에 문제가 있었어. 별서에 있던 것인데 저번 주인이 쓰셨던 거야. 체격이 좋으셔서 그랬는지 신발이 나에게 조금 컸던 거야. 그래서 한 켤레 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신발 가게에 들러 찾아보았더니 마음에 드는 디자인이 없었어. 발뒤꿈치를 감싸는 끈이 있었으면 했는데 그런 디자인의 신발은 없더라고. 바틱 천으로 된 옷가운데 마음에 드는 것이 있었지만 여름용 옷을 몇 벌 가지고 갔기에 욕심을 접었어.
루엘리아 맞지? 우창 꽃이라고도 하던데... 작년에 대문 옆 담밑에서 여름과 가을에 걸쳐서 꽃을 피워주었어.
이렇게 화려한 대문을 가진 집에는 누가 살까?
도로 한가운데 힌두교 신상 후광 부분에 '만'자가 뚜렷하게 나타나있었어.
여긴 뭐야? 그런데 전선이 왜 이리 지저분하게 얽혀있는 거지?
골목을 따라 바다로 나가보는 거지.
고급 숙박시설들이 군데군데 숨어 있었어.
호젓한 카페도 나타났지만 아직은 들어갈 시간이 아니잖아.
건물을 짓고 있는데 시멘트 구조물을 받치고 있는 것들이 모두 대나무였어. 대나무가 이렇게도 쓰이다니...
어떤 신당에는 커다란 물고기가 입을 벌리고 있기도 했어. 요나를 삼켰다가 토해낸 물고기가 생각나더라고.
마침내 바닷가까지 나온 거야.
사누르 비치의 남쪽이라고 여기면 될 거야.
파란 하늘에 뭉게구름이 피어오르고 있었어.
신에게 바치는 제물들이 바닷가에도 있더라고.
물놀이하는 사람들을 위해 장비들을 준비하고 있는가 봐.
나중에 보니까 바나나 보트를 타는 사람들도 있더라고.
가족 휴양객들이 많이 와서 머무는 것 같았어.
수영장 규모도 거대했고 말이지.
호텔 앞에는 예외 없이 선베드들이 배치되어 있었어.
해변 관리가 잘 되어있는 것 같았어.
이런 데서 커피 한잔 마셔주는 것도 의미가 있겠지?
해양스포츠 서비스 업체들이 제법 있는 것 같아.
선베드에 벌써부터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어.
저기 방파제 끝에 있는 정자가 사누르 비치의 끝부분 같았어.
그러면 가봐야 하지 않겠어?
갯메꽃 밭이 나타났어.
갯메꽃 밭 너머로 거친 산호조각들이 깔려있는 해변들이 이어지만 더 가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았어.
청년들 몇이 모여 낚시를 하고 있는 것 같았어.
낚시를 즐기는 건 좋지만 청춘을 낭비하는 건 아닐까?
우리가 걸어왔던 비치야.
메꽃들에게 인사를 던져주고 다시 걸었어.
아까 보아두었던 카페에 가서...
그림 같은 풍경을 보며....
잠시 쉬어야지.
그런 뒤 다시 발갈음을 재촉했어.
공항으로 가기 전에...
점심을 먹어두어야 하는데 말이지.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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