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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 인생 - 그리 허무한게 아니었어요. 살만했어요
자녀교육, 초등교육/교육단상(敎育短想)

아랑과 보름, 그리고 선영

by 깜쌤 2018. 2. 28.



사람이 인생길을 걷다보면 별별 일을 다 겪습니다. 내가 뱉어낸 말한마디와 무심코 한 행동 하나가 어떨 땐 인생에서 분수령이 되어버리기도 합니다.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빚어진 몇몇 경우를 보며 인생살이의 의미를 담아 젊은이들의 앞날에 작은 도움이라도 될까 싶어 조심스레 이야기를 꺼내봅니다. 


1. 아랑이를 보며


여자부 쇼트트랙 결승 1,500미터 결승에서 김아랑은 4위를 했습니다. 메달권 밖으로 밀려난 그녀가 금메달을 확정지은 후배 최민정에게 다가가 자기 일처럼 기뻐하며 축하해주는 모습을 보며 나는 깜짝 놀랐습니다. 선배로서 후배가 금메달을 딴 현장에서 축하해주는 모습을 어쩌면 당연한 일이기도 합니다만 스물 세살의 젊은 아가씨가 그런 대범한 행동을 보여주는 것을 보고 나는 그녀의 속깊음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나중에 나오는 이야기를 보니 김아랑은 어린 시절부터 고생깨나 했더군요. 아버지가 낡은 1톤 트럭을 몰고다니며 고생해서 뒷바라지를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좋은 인성을 갖게 된 것이 하루 아침에 그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눈물로 빵을 씹어보지 못한 사람들이 어찌 빵이 지닌 참된 가치와 진정한 맛을 알 수 있을까요?


고생을 많이 했다고 모두다 참된 인간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역경을 겪으면서도 이겨내고자 하는 뚝심과 의지가 없다면 삶이 지니는 무게에 억눌려 마지막 수단으로 죽음의 길을 택할 수도 있고 좌절하여 실패한 인생길을 걸을 수도 있습니다.   

  



사진 출처 : http://v.sports.media.daum.net/v/20180223102456706?rcmd=rs


김아랑이 직접 손으로 쓴 편지가 소개되는 것을 보고서 나는 다시 한번 더 이 선수의 마음가짐과 마음씀씀이에 감탄을 했습니다. 자기 자신을 낮추고 남들이 보내준 성원과 응원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할 줄 안다는 것은 좋은 인성을 가졌다는 증거이기도하기 때문입니다.


오랜 세월동안 아이들을 가르쳐보면서 좋은 인성은 어렸을때의 기본 교육이 마음 안에 터잡고 있지 않으면 하루 아침에 이렇게 될 수 없다는 사실을 깊이 깨닫고 있습니다. 인기만을 위해 얄팍한 언행을 하는 것은 단번에 표가 납니다. 김아랑 선수의 언행을 보며 그녀의 인격과 품성이 짐작되었습니다. 앞으로도 대표팀의 큰언니 역할을 하며 멋진 인생길을 걸어가기를 기원합니다. 

 



2. 보름이를 보며


이번에 김보름 선수는 그녀의 인생에서 결코 잊을 수 없는 큰 경험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매스스타트 결승에서 은메달을 따고도 활짝 웃는 표정을 짓지 못하던 그녀를 보고 나는 깊은 안스러움과 슬픔을 느꼈습니다. 우리들이 던진 무수한 돌멩이에 깊은 상처를 입은 그녀에게 누가 다가가서 진심어린 위로를 한다고 해도 그녀가 이미 깊게 입은 상처는 쉽게 치유되기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팀추월 경기가 끝난 뒤 인터뷰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태에 대해 다시 언급하는 것은 의미가 없을 것 같아서 새삼 거론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순전히 제 생각입니다만 김보름선수와 나란히 들어온 또 다른 선수 입장에서는 뒤에 쳐진 한명 때문에 목표로 했던 메달을 놓쳐버렸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속으로 그런 섭섭함을 깊이 느꼈더라도 공식적인 기자회견장에서는 자기를 조금 더 낮추고 노선영선수를 배려하는 발언을 했더라면 얼마나 좋았겠습니까마는 아직은 젊은 나이이기에 그런 정도까지는 깊이 생각해보지 못했으리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런 면에서 앞에 언급했던 김아랑 선수가 비교가 되기도 합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해서 앞으로는  더 나은 모습으로 성숙해나가기를 기대해봅니다. 은메달을 따고 보여준 그녀의 행동에서 나는 그녀가 더 큰 인물이 될 수 있겠다는 가능성을 찾았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4년간 애쓰고 힘쓰고 고생한 땀방울을 생각하면 팀추월에서 하나되지 못해 날려버린 메달에 대해 섭섭함도 많았겠지만 이제는 그런 생각을 떨쳐버리고 새롭게 출발하기를 빌어봅니다. 


남의 입장을 이해해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입장을 바꾸어보는 것입니다. 내가 그때 저런 자리에 서 있었다면 나는 어떻게 행동했을까하는 것을 생각해보면 답은 쉽게 나오는 법입니다. 남을 이해한다는 것은 그런데서 출발합니다. 경상도 사람들은 이런 말을 하기도 합니다. 


"니 내 되 봐라."


표준말로 옮기면 "너가 한번 내 입장에 서보아라." 정도의 말이 될 것입니다. 인간은 모두들 자기가 지닌 상처를 남이 이해해주기를 바라는 그런 존재들입니다. 내가 남에게 준 상처는 오래 기억하지 않으면서 남이 나에게 낸 마음의 상처는 깊이깊이 오랫동안 간직하며 위로받기를 원하는게 인간이라는 존재입니다. 남을 이해하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비약적인 인격 성숙이 뒤따라 옵니다. 




3. 선영이를 보며


이번 동계올림픽을 거치면서 노선영 선수가 받은 마음의 상처는 너무나 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동생의 죽음과 출전 선수 자격문제에 이르기까지 뭐 하나 반듯하게 시원스럽게 풀려나간 것이 없는 것 같아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지켜보는 저도 마음이 아팠습니다. 어찌보면 평생 겪을 인생의 시련을 한순간에 다 몰아서 겪은 것 같아서 더더욱 안타깝기만 했습니다. 


노선영 선수가 팀추월 경기를 끝내고 기자회견장에서 이렇게 말했더라면 그녀는 큰 인물이 되고도 남았을 것입니다.


"제가 늦게 뒤쳐져서 들어옴으로 인해 우리 팀이 탈락한 것에 대해 같이 고생해온 멤버의 한사람으로서 심한 부끄러움을 느낍니다. 두 후배선수들의 얼굴을 볼 면목이 없습니다. 다음에는 더 잘 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다만 선수의 입장에서 빙상연맹 관계자분들의 본의 아닌 실수로 인해 마음고생을 하게되므로써 정상적인 컨디션을 찾아가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다음에 기회가 닿는대로 이야기를 해나가고 싶습니다."




이번에 겪은 일련의 사태를 보며 그 정도로만 말해도 국민은 그게 무슨 소리인지 다 알 수 있었습니다. 자기 자신을 조금 더 낮추되 할말은 당당하게 할 줄 아는 처신을 했더라면 더 많은 국민들의 열화같은 지지를 끌어낼 수 있었지 않았을까요? 하기사 이제 갓 서른이 된 나이에 그정도로 속깊게 울림있는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만 그러지를 못한 것이 조금 더 아쉬울 뿐입니다.


나는 이 글에서 누구를 비판하고자 하는 뜻은 조금도 없음을 밝혀드립니다. 다만 우리들이 인생길을 걸어가다보면 별별 경험을 다하게 되고 그런 온갖 과정을 거쳐 하나의 훌륭한 인격체가 되기도 하고 그러질 못해서 실패하기도 한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 뿐입니다. 말과 행동의 묘미는 그런데 있습니다. 아무쪼록 모두들 마음의 상처를 이겨내고, 멋진 인간으로서 아름다운 삶을 이어나갔으면 하는 바램뿐입니다. 건투를 빕니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