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 인생 - 그리 허무한게 아니었어요. 살만했어요
자녀교육, 초등교육/내집 아이 일류 만들기

제발 책좀 읽힙시다 2

by 깜쌤 2009. 1. 12.

 

공부를 잘 하면서도 많이 아는 아이들의 특징은 거의 모두가 책을 많이 읽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많이 읽어도 그냥 많이 읽은 것이 아니고 어른들이 보면 혀를 내두를 정도로 엄청나게 많은 양의 책을 읽었다는 것이죠. 한분야만의 책을 집중적으로 읽은 것이 아니라 다방면에 걸쳐서 많은 책을 읽은 아이들이 확실히 폭넓게 많이 압니다.

 

제 생각과 판단이 다 옳은 것은 아니겠지만 오랜 교직생활을 거치면서 경험을 통해 느낀 것 가운데 하나는 많은 학부모님들이 성적만능주의와 명문학교 입학만능주의라는 엄청난 착각에 빠져 사시는 것 같다는 것입니다. 우리 사회와 교육현장이 안고 있는 많은 문제점 중에서 특히 심각한 것 가운데 하나가 성적만능주의에 빠져 자녀들을 좋은 학교에 진학시키는 것을 인생의 궁극적인 목표로 삼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고 있다는 것이죠. 좋은 고등학교나 좋은 대학에 보내놓으면 나머지는 아이들이 알아서 잘 할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과연 그런 것일까요?

 

 

 

제가 보기로는 그것으로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이후의 삶의 방식이 더 중요할 것 같은데 말입니다. 하기사 부모가 언제까지나 자식을 책임져 줄 수 없으므로 나머지는 자녀들이 알아서 스스로 처리해나가도록 해나가는 것이 지극히 당연한 일이지만 심각한 시행착오를 겪은 끝에 인생에 대해 무엇인가를 깨달았을때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빠진 후가 아닌가 싶어서 해보는 소리이기도 합니다. 어려서부터  인생을 의미있고 윤택하게 사는 법을 가르쳐 주어야 할 터인데 그런 면에서는 우리 부모들이 너무 소홀히 여긴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이 카테고리 속의 다른 글에서 저는 한자를 가르쳐 두는 것이 앞으로의 인생길에서 두고두고 효과적인 무기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중국이 미래사회에서 강대국이 되어 중국어나 중국글자가 위력을 발휘하고 안하고의 문제 이전에 우리가 사용하는 낱말의 70% 가량이 한자어로 구성되어 있으므로 한자를 배워두는 것이 유리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학년이 올라가면서 아이가 읽어야 할 책의 내용과 수준은 점점 더 고차원적으로 변해가는데 어려운 용어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면 책을 읽어도 내용을 알 수 없게 되므로 책을 가까이 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 당면한 큰 문제이기도 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만화책 같은 것을 사용해서 학습을 하면 되지 않느냐는 식으로 반문을 하는 분도 있습디다만 고급만화책들은 내용과 수준이 높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는데서 오는 생각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습니다.

 

결국 글 속에 등장하는 용어를 이해할 수 있는 기초를 닦아둔 상태에서 책읽기에 나서야 한다는 말이 됩니다. 책을 아무리 많이 읽고 싶어도 아이가 가지고 있는 언어이해능력 자체가 낮으면 수준있는 책에 접근할 길이 원천봉쇄 되고 맙니다. 그러므로 책을 읽을 수 있는 기초를 닦는 의미에서 한자같은 것을 익혀두면 절대 유리하다는 것을 거듭 거듭 강조하고 싶은 것입니다. 

 

 

 

그렇다면 용어를 이해하는 것이 먼저인가 아니면 책읽기를 권하는 것이 먼저인가 하는 방법론의 문제에 직면하게 되는데 거기에 대해서는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이 두가지를 동시에 수행해도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책읽기를 강조만 한다고 해서 아이가 책을 끼고 살게 될까요? 아이의 장래를 위해 책을 읽도록 해야 한다는 것은 원론적인 이야기이고 이제부터는 각론에 들어가서 어떻게 하면 아이가 책을 사랑하고 아끼고 가까이 해서 책을 볼 수 있도록 만들어 가느냐 하는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크게 오래 산 인생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일부 어른들이 가족 모임이나 계중에 아이들을 데리고 가서 어른들끼리는 모여서 술을 마시고 히히덕거리면서 아이들을 구석에 아무렇게나 방치하는 모습을 자주 보았습니다. 아이들이라고 하는 존재가 원래 생각이 얕은데다가 자기중심적인 사고방식에 길들여져 통제가 잘 되지 않는 존재들인데 방치를 해두었으니 모여서 떠들고 돌아다녀야 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런 일이 아닐까요?

 

거기다가  어른들의 권위와 가정교육이 실종되고 없는 현실이고 보니 아이들이 함부로 버릇없이 날뛰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입니다. 한번만 잘 생각해보면 그렇게 아이들을 방치한다는 것 자체가 좀 뭣한 소리지만 자녀교육에 관한 개념이 모자라는 부모들 때문에 야기된 문제가 아닐까요?

 

 

 

나는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에게 처녀총각이 되어 데이트를 할 경우에라도 첫 만남의 장소는 서점을 선택하라고 이야기하곤 합니다. 서로가 차를 가지고 있을 경우 한적하고 호젓한 카페나 찻집같은 곳에 가서 기다릴 수도 있지만 그러기보다는 차라리 시내에서 만날 때는 대형서점을 일차적인 만남의 장소로 정해두고 나서 서점에서 기다리는 것이 낫다는 것이죠. 상대가 늦을 경우 그 귀중한 시간 동안 책을 볼 수 있어서 좋고 심심하지 않아서 좋고, 냉난방이 잘되어 있으니 에너지 절약되어서 좋고 상대방의 기호와 취미를 알수 있으니 좋고......

 

책을 좋아하는 사람끼리 만나서 가정을 이루고 살면 아이들에게 책을 보라고 강요할 필요가 있을까요? 어려서부터 보는 것이 책이고 눈에 띄는 것이 책인데 책을 가까이 하지 않고 견디겠습니까? 아이들을 데리고 서점에는 얼마나 자주 가는지를 여쭤보고 싶습니다. 온가족이 다함께 책방에 가는 경우는 일년에 몇번 정도 되는지요?

 

구해온 책을 어느 정도로 소중하게 여기고 보관하며 댁에서는 과연 어느 정도로 책을 손에 잡고 있는지를 부모님들께 물어보고 싶습니다. 자녀교육은 말로만 되는 것이 아닐 것입니다. 부모의 솔선수범과 실천이 앞서지 않는다면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아이들 생일선물로는 무엇을 사주는지 궁금합니다. 현금을 주기보다는 도서 상품권을 준다든지 게임기를 사주기보다는 책을 사준다는 식의 시도는 해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현재 댁에 가지고 있는 책은 어느 정도인지, 일년에 몇권 정도의 책을 사보시는지도 궁금합니다.

 

 

  

제가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을 가르치려고 덤빈다는 식으로 비춰질까 싶어 심히 조심스럽습니다만 그럴 의도는 조금도 없습니다. 아이들에게 말로만 이야기하기보다는 부모님들이 직접 모범을 보이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입니다. 이와 같은 사실은 30년이 넘는 교직생활을 하는 동안 뼈저리게 느낀 것이죠. 저번에도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만 문제부모 밑에는 반드시 문제아가 자라는 법입니다. 

 

아이들과 함께 사용할 도서관 출입증이나 도서대출증을 만들어보면 어떨까요? 혹시 인근에 도서관이 있다면 아이들을 데리고 함께 가서 도서대출증이라도 만들어보시기 바랍니다. 도서관의 위치와 서점 위치를 반드시 가르쳐 두고 오가는 방법도 지도해 두십시다. 아이가 책을 좋아할 수 밖에 없도록 분위기와 환경을 만들어 가자는 것이죠.

 

시간적인 여유가 있는 부모라면 학교 도서관의 도우미로 지원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시간 선택을 잘해서 점심시간에 아이를 학교 도서관으로 오게 해서 책을 선택해주거나, 잠시라도 같이 책을 읽으면 어떨까요? 방과후에 도서관으로 오게 해서 책을 읽히고 문닫는 시간에 같이 나가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어떨까요? 가만히 생각해보면 함께 책을 가까이 할 수 있는 기회는 의외로 많이 존재하는 법입니다.

 

 

  

월급날이라고 해서 통닭을 시켜서 먹도록 해줄 것이 아니라 책을 몇권 읽었기 때문에 그 기념으로 통닭을 사준다거나 외식을 한다는 식으로 바꾸어 보면 어떨까요? 이런 생각들은 지식의 문제가 아니고 지혜의 문제입니다. 저는 다른 글에서 우리 교육이 일방적인 지식주입 중심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이야기를 한 사실이 있습니다. 머리가 터져 나갈 정도의 많은 지식을 갖춘 사람이 자녀교육의 승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지혜가 넘치는 분이 자녀교육의 승리자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글 속에 들어있는 사진 가운데 한장은 (별것도 아닌) 제 서재의 모습이고 나머지 사진은 제가 2008학년도에 가르치고 있는 아이들이 정리해낸 독서기록장 모습입니다. 아이들 스스로가 매월 기록해서 제출한 뒤 담임교사의 확인을 받아서는 곱게 모아두었다가 연말에 미술시간을 이용해 예쁜 표지를 만들게 한 뒤 묶은 것이죠. 표지만들기를 한 결과물은 당연히 미술과 수행평가 자료로 씁니다.

 

아이들이 읽은 책 목록을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이런 책을 읽은 아이들이 간접경험을 통해 쌓아둔 지식을 바탕으로 해서 인생을 아름답게 살고 공부를 잘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 아닐까요?

 

 

 

깜쌤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