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rough the Olive Trees )
♠ 제작연도 : 1994년
♠ 감 독 :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 주연배우 : 케사바르쯔 ( 영화 속의 감독 역 )
● 이란은 우리에게 상당히 낯설게만 느껴지는 나라입니다. 학창시절 지리 시간에 졸지만 않았다면 어디쯤 위치한 나라인지 대강 알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란 영화를 소개하게 되니 참으로 가슴에 느끼는 감정이 남다릅니다. 다음에는 프랑스 영화와 이탈리아 영화도 한 두 편 소개 할 예정으로 있습니다.
●영화 속에서 감독으로 나온 배우는 이란 최고의 수퍼스타 케사바르쯔입니다. 처음에는 그의 고정된 이미지가 이 영화에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하여 키아로스타미( Abbas Kiarostami ) 감독은 그의 기용을 두고 적잖이 망설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는 감독의 우려를 씻고 멋진 연기를 보여주었습니다.
키아로스타미 감독은 1940년 생으로 테헤란에서 출생했습니다. 테헤란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하고 영화 타이틀 제작과 CF 필름 촬영 일을 했습니다. 그러다가 영화에 뛰어들어 세계적인 감독으로 성장하게 된 분입니다.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의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좋은 영화들을 많이 만들었습니다.
● 이란이라고 하면 회교 원리주의가 판을 치는 호전적인 국가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의외로 많은 것 같습니다. 사실 이런 이미지는 1980년대를 주름 잡았던 이란의 지도자 호메이니와 그의 추종자들이 심어놓은 반미 ( 反美 )운동의 결과일 수가 있습니다.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 있던 미국 대사관을 강제로 점령하여 미국인 인질들을 444일 동안 잡아두기도 하는 등 사실상 국제 관례에 어긋나는 행동을 한 것도 사실입니다.
1970년대에 이란에는 팔레비 왕이라는 강력한 지도자가 있었습니다. 석유 판매로 벌어들인 막대한 자금을 바탕으로 하여 서기 2000년까지는 세계 5대 강국중의 하나로 키우겠다는 야심적인 계획을 추진하기도 한 국왕입니다.
우리 나라도 1970년대에는 이 계획의 덕을 본 적이 있습니다. 당시 오일 쇼크로 인해 비틀거리던 우리 경제는 이란 국내의 각종 건설 공사 현장에서 우리의 근로자들이 피땀 흘려 가며 일해서 번 돈으로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 결과 우리 나라가 오늘날의 경제 성장을 이루는데 큰 도움을 받았다는 사실은 어느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엄연한 사실입니다.
그러다가 이란에 회교 혁명이 일어났습니다. 파리에 망명해 있던 회교지도자 아야툴라 호메이니가 무하마드 레자 팔레비 왕을 몰아내고 1979년에 실권을 잡은 것입니다. 팔레비 왕은 망명길에 올랐고 결국은 이집트에서 한 많은 일생을 마칩니다.
회교의 특성을 무시한 급격한 개발과 변화, 그리고 비밀 경찰을 이용한 반대 세력의 무자비한 숙청이 백성들의 반감을 불러일으킨 결과입니다. 결과적으로 이란은 세계적인 강국으로 도약하여 예전의 자랑스러웠던 페르시아 제국을 재현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친 셈이 되었습니다.
<이란의 대표적인 유적도시 - 이스파한에서>
설상가상으로 이란은 옆에 있는 앙숙 이라크와 국경 분쟁에 휘말립니다. 이라크의 지도자 사담 후세인은 평소 열세였던 세력을 만회하고자 이란이 혼란에 빠진 틈을 이용하여 선제공격을 감행합니다.
쉽게 승리하여 이란을 견제할 수 있다고 여겼던 사담 후세인의 계획은 보기 좋게 빗나가고 8년간의 지루한 소모전이 이어졌습니다. 결과는 어느 쪽도 결정적인 승리를 얻지 못한 무승부에다가, 석유 판매로 벌어놓은 막대한 달러의 낭비와 국력의 피폐뿐이었습니다.
특히 양국( 兩國 )에서는 어린 소년들을 전쟁터에 내몰아, 성전( 聖戰 )이라는 미명( 美名 )하에 숱한 목숨을 총알받이로 내몰았다는 비난을 받아 국제 사회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비극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이런 상황이니 좋은 이미지를 줄 수 없었던 것이 당연합니다. 그런데 이란 쪽에는 압바스 키아로스타미라는 한사람의 영화 감독이 이런 이미지를 서서히 부수어 가고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겁니다.
이는 예술의 힘을 유감없이 보여준 획기적인 사건이라고 할만 합니다. 혼자만의 힘으로 가능한 일은 아니지만 확실히 이란이라는 나라는 변해 가고 있는 중입니다.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
(이 글은 다른 카테고리에서 한번 소개해드린 사실이 있는 글이지만 전체의 구성상 다시 한번 더 소개한다는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뒷부분에는 저번 글과는 완전히 다른 내용이 들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