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월 20일 경이 되자 강변 부근이 노랗게 물들기 시작했어.

별서에서 출발했어.

아 참! 알고 있겠지만 나는 별서에서 생활하고 있어.

바로 여기야.

그런 사실을 알고 있는지 모르겠네.

나는 스스로 생각해 봐도 마음결이 거칠지는 않은 거 같아.

하지만 내가 살아가며 지켜온 원칙 가운데 하나는 이거야.

안 되는 건 안된다는 것!

내가 평생을 지키며 살아온 원칙에 관해서는 지금도 타협하기가 어려워.

너도 대강은 짐작하겠지만 나는 크리스천이 되었어.

그 생활에도 원칙을 지키는 게 몇 개 있어.

새삼스럽게 여기에서 구체적인 예를 들지는 않겠어.

하여튼 나는 원칙을 고수하며 살아왔어.

어찌 보면 되게 피곤한 인생길을 걸어온 거야.

사실 말이지만 제법 많이 힘들었어.

내가 가지고 있던 어떤 직분에서 일찍 은퇴한 이유도...

어떤 분이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꺼내왔기 때문이야.

그때 나는 분노했어.

내 생활신조와는 너무 차이가 나길래 물러서기로 한 거야.

나는 모자라는 게 정말 많은 사람이야.

부족한 게 너무 많았어.

후회스러운 일도 정말 많았고....

용기가 부족하기도 했고...

거기다가 비겁하기도 했어.

우애도 부족했고...

효심도 터무니없이 모자랐어.

6월 18일은 어머니가 돌아가신 날이야.

2014년의 일이니 벌써 12년의 세월이 흐른 거야.

정말 부끄러운 고백인데 나는 부모님을 구원의 길에 모셔오지 못했어.

그 사실도 내가 어떤 직분에서 일찍 물러서게 된 사유가 된 거야.

그런 것뿐이라면 얼마나 좋을까만...

반드시 잡아야 할 사람을 잡지 못한 것도 두고두고 후회돼.

돌아보면 후회와 어리석음, 그리고 무능함으로 점철된 인생을 살아버린 거야.

꽃구경을 하러 나섰다가....

아쉬움과 서글픔에 눈시울을 붉혀야 했어.

이제 내가 이런 봄을 몇 번이나 더 맞이할 수 있을까?

건강하다고 해도...

열 번 정도 남았을까?

나는 둑길에 멈추어 서서...

사방을 살펴보았어.

이 도시에 산지도 어언 50여 년이 다 되어가는 거 같아.

1977년에 처음 여기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어.

네가 이 글을 볼 리도 없겠지만 금계국 가득한 둑길을 달려보며
내 속마음을 살짝 드러내 보았어.
그럼 안녕!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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