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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초등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 인생 - 그리 허무한게 아니었어요. 살만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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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에 써둔 글을 다시 한번 올려보긴 하는데 : 그냥, 정말 그냥....

by 깜쌤 2025. 1. 17.

2005년 9월 11일에 이 블로그에 올려둔 글이니 이제 20년이 다 되어 가네.

혹시 읽을 수 있다면 그냥 편안하게 봐주었으면 해.

또 한 해가 시작하는 연초이기도 하고  살아온 인생 세월의 학년까지 새롭게 바뀌는 해이기에

이야기 꺼내보는 헛소리에 지나지 않아.

 

언젠가 한 번은 이 글을 읽어주었으면 싶어서 가져와 본 거야.

어디 사는 지, 살아있는지조차도 모르면서 썼던 글인데 말이지.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어떻게 살고있어?

같은 하늘을 이고 숨은 같이 쉬고 살지만 

네가 사는 모습이 어떤가 싶어 정말 궁금해.

 

지난 한 주일은 넋을 놓고 사는 것 같았어.

정신없이 바쁘기도 했기만

내가 봐도 내가 아닌 다른 삶을 사는 것만 같았어.

아무리 봐도

거울 속에서 날 보는 사람은

옛날의 내가 아니야.

 

한 달간의 유럽 대륙 방황 때문이었는지

세월에 절어버리고 낡고, 찌든 내 모습이 너무 싫어.

 

 

난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을 좋아해.

지금은 딸애가 애비를 위해 사준

카라얀이 지휘한 음반을 듣고 있어.

걔는 중학교 때부터 클래식에 빠져 사는 게

너무 신통했어.

제 또래 아이들은 랩을 읊조리던데

걘 이상하게 모차르트를, 비발디를 사랑하더라.

그게 난 참 이상했어.

 

난 네가 클래식을 좋아하는지

대중가요를 좋아하는지, 가곡을 즐겨 듣는지

아님 뉴에이지를 좋아하는지 그런 것도 몰라.

사실 알 길이 없잖아.

그냥 막연히 클래식을 좋아할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내일은 출근할 때

걸어가야겠어.

지난 열흘간은 자전거를 탔었어.

공원 속으로 난 길을 거쳐 가거든.

청설모, 다람쥐들이 사람 겁을 안 내는 게 신기해서

공원으로 다녔어.

 

태풍 '나비'가 지난 뒤에는

공원 속으로 뻗어간 아스팔트 길에

찢긴 잎들이 가득했었어.

이제 두 달 뒤가 되면 벌거벗을 나무들이지만

아직은 벗어버리기가 거추장스러운가 봐.

 

난 세월이 흘러간다는 게 너무 좋아.

질풍노도의 시기도 좋지만

살 날이 살아온 날보다 적게 남은 이런 나이도

이젠 좋아하게 되었어.

마흔이 넘어선 어느 날부터 마음이 평온해짐을 느꼈어.

갑자기 내가 '득도'를 한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들더라.

 

 

버스로 통근할 땐

남이 탄 좋은 자가용을 내려다보며

내가 괜히  행복했었어.

내 차는 아니지만 남이 좋은 차를 탄다는 게

그냥 흐뭇하기만 했어.

남이 복 받고 잘 사는 게 마치 내 복 같았거든.

어디 가서 이런 이야길 하면 실없다는 소릴 듣기도 했어.

 

그러니까 난 네가 어디에서 어떻게 사는지를 몰라도

그저 행복하기만 해.

잘 살고 있을 것 같고 행복할 것 같아서

나도 그냥 행복해.

 

 

내가 바보일까?

남들도 다 이런 마음으로 살아가는 것일까?

남은 몰라도 넌 이런 마음으로 살지 싶어.

넌 착했거든........

 

정말 행복하기를 바래.

그냥 아무 뜻 없이 해본 이야기니까

이 글 속에서 너무 의미를 찾을 필요는 없어.

 

그럼 이만.....

 

 

 

<사진 속 장면은 모두 터키야. 2005년 8월 여름에 찍은 것들이지>

 

 

 

2005.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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