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에 경리단길이 있듯이 경주에도 그와 비슷한 이름을 가진 길이
있다는 소문 정도는 들어보았을 거야.

젊은이들 사이에는 워낙 알려진 거리여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라고 들었어.

난 이 도시에 살면서도 거긴 잘 가보지 않았어. 의도적으로 잘 가지 않는다는
표현이 더 정확한 거 같아.
"그건 그렇다고 쳐도 이 집은 참 예뻤어."

거의 믿어지지 않는 이야기겠지만 나는 여기 황리단길이 뜨기 전에 이 동네에 가서 주민들과
관계자 공무원분들에게 강의를 하면서 앞으로는, 이 동네 즉 황남동과
사정동이 경주를 먹여 살릴 것이라고 이야기를 했어.

그때 당시 이미 앞서가고 있었던 전주 한옥마을 탐방을 해보시라고 권하기도 했었어.
"이 집에서 파는 십원빵은 맛있다고 소문이 났어. 이 가게의 다른 음식도 물론 좋아."

우리나라를 찾아온 외국인 배낭여행자들이 들고 다니던 론리 플래닛에 경주와 전주, 그리고
안동이 어떤 모습으로 소개되고 있는지 이야기한 기억이 있어.
그때 경주에 대한 평가는 그저 그런 정도에 지나지 않았어.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난 뒤 SNS상에서부터 이 동네가 뜨기 시작한 거야. 황리단길 초입에 있는 작은
레스토랑(홍 & 리)에 젊은이들이 조금씩 모이는 모습을 보았는데
그게 발전의 시초였던 거야.
"이 가게 음식은 깔끔했어. 직접 가서 먹어보았거든."

그 이후로 변화하기 시작한 모습은 말로 다 설명하기 어려워.

이 동네 주민들에게 강의를 했다고 했잖아? 그동안 배낭여행을 서른 번 이상 해오면서 느낀 점을
주민들에게 이야기했었는데 그게 정확하게 맞아떨어진 거야.

사실 이 놀라운 변화는 행정 관청 주도형으로 이루어진 게 아니야. 소셜 미디어 시스템이 키운 동네이며
퇴락해 가던 동네를 변화시킨 놀랍고도 멋진 사례가 되는 거지.

한 십몇 년 전에 많은 공무원들을 모셔두고 관광도시로 성공하기 위한 방향과 사례를
강의한 적이 있었는데 내가 보기에는 그다지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 같았어.

이야기가 조금 이상하게 변해 버렸어. 사실 나도 퇴직하면서 받은 돈을 달달 끌어모아 이 동네에
작은 기와집을 하나 구해두었는데 앞집 주민의 횡포를 보고 절망해서 팔아버렸어.
"이 집에서 파는 십원빵이야, 치즈를 듬뿍 넣어서 이 집 빵의 식감이 아주 좋았어."

모두가 한통속이었더라고. 굴러 들어온 외지인에 해당하는 내가 발붙이기 어려운 곳이라는
사실을 절감한 거야. 단순히 노후를 보내기 위해 정착하는 것이라면
이 도시는 정말 멋진 곳이야.

이해관계가 얽혀 들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힘들 거야. 텃세라는 걸 느껴보기 전에는 실감하기
어려운 사실이지. 나는 외지인이지만 내 자식들은 이 도시에서 자랐기에
고향이 되는 거지.

"혹시 황리단길을 걷다가 이 가게를 만나면 한 번 들어가 봐도 좋아. 음식도 맛있고 깔끔하거든."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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