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보고 싶었던 클리무투 화산의 삼색 칼데라 호수를 만나 보았어
계단을 올라갔더니 글쎄 이런 풍경이 펼쳐지는 거야. 이 깊은 구덩이와 절벽, 그리고 물색은 뭐지 하는 생각부터 들었어.
그리고 왼쪽 옆에는 청록색보다 더 연한 옥빛 칼데라 호수! 살다가 살다가 이런 풍경은 처음 만나 보았어.
칼데라 호수 가에는 관광객들을 위한 통로가 있는데 '이 동네 터줏대감은 나요' 하는 식으로 폼을 잡으며 어슬렁대는 원숭이 무리들이 있더라고.
녀석이 내 모자와 카메라를 노리는가 싶어서 다시 한번 더 소지품을 챙겼어. 절벽 가에 내가 서있다고 가정해 보자고. 이 녀석이 다가와서 내 소지품을 낚아챌 경우 몸이 순간적으로 반응하다가 밑으로 미끄러지면 생존 가능성이 있을까? 그러니 항상 조심해야 하는 거지.
그러니까 절벽 가까이 절대로 다가가지 않아야 해. 근데 먼저 올라간 두 분은 어디 계신 거야?
자세히 살펴보았더니 두 분은 세 번째 칼데라호를 보기 위해 여길 지나쳐서 올라가고 있었던 거야. 그래서 소리쳐 불렀어. 세 번째 호수는 저 봉우리 너머에 있겠지?
다시 돌아온 두 분과 함께 다시 한번 더 칼데라 호를 살펴보았어.
이 나무뿌리는 원숭이 대장 녀석을 닮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절벽 옆으로 안 가는 게 좋아. 이렇게 경고판을 붙여두었는데도 넘어가는 사람이 있는 모양이더라고. 2010년 인도네시아 자바 섬에서 브로모 화산에 올랐던 일이 생각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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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火山) 오르기 2
팀멤버들이 다시 말을 타고 올라가기 시작했다. 나중에 알고보니 화산봉우리 바로 밑에 설치되어 있는 계단이 있는곳까지 태워주는 모양이었다. 브로모 화산의 분화는 자주 있는 모양이다. 1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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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모 화산에는 시뻘건 용암들이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있었어.
두 분을 불러서 세 번째 칼데라 호수를 보러 가기로 했어.
이제 내려가는 거야.
길가에 쉼터가 있어서 더위를 피할 수 있도록 해두었더라고.
나름대로는 바닥 포장도 예쁘게 해 두었어.
세 번째 칼데라 호수 부근에서 뒤를 돌아다보았더니...
방금 구경하고 왔던 칼데라 호수들이 보이는 거야.
옥색 호수는 더 예쁘게 보이더라고.
다시 가던 길을 가야지.
전망대를 향해 가다가 고개를 돌렸더니 세 번째 칼데라 호수가 보이는 거야. 여긴 짙은 청록색이더라고.
마침내 전망대에 도착했어. 한 바퀴 돌아보아야지.
전망대에서 보는 경치가 일품이었어.
여긴 엄청난 산악지대였던 거야.
이걸 보기 위해 여기까지 찾아온 거지. 여기를 와봐야겠다는 그런 꿈을 꾼 지 이십여 년 만에 이루어진 거야.
인도네시아 플레레스 섬에서의 목적을 달성했기에 이젠 내려가야지.
올라올 때 하도 많은 고생을 했기에 내려갈 때는 택시를 불러 타거나 오토바이를 불러서 타고 가야겠다고 생각했어.
어느 정도의 금액을 주면 좋을까 하고 고민하며 내려갔는데....
주자창 가게의 어떤 아줌마가 오토바이 이야기를 꺼내는 거야. 교섭을 해보았는데 가격이 너무 비싼 거야, 그래서 이야기를 중단하고 돌아서서 걸었어. 그러면 붙잡아야 되는데 내 태도가 워낙 단호했었던가봐. 그녀가 날 불러 게우지 않는 거 아니겠어?
속으로는 이게 아닌데 싶었지만 어쩌겠어? 양보하면 바가지 쓸 우려가 있으니까 그냥 휘적휘적 걸어 내려온 거야. 내려오며 가만히 생각해 보았더니 우리 멤버 두 분에게 너무 미안하고 죄송했어.
한 분은 다리에 통증을 느낀다고 올라갈 때부터 이야기를 하셨기에 무슨 해결책을 강구해야만 했어. 그렇게 삼십여분을 걸어서 내려왔는데...
길가에 오토바이를 세워두고 예초기를 돌려가며 제초 작업을 하는 분들을 만난 거야. 책임자인듯한 분에게 다가가서 이야기를 붙여보았어. 영어는 짧아도 대강은 알아듣더라고. 모니 마을의 빈탕 레스토랑까지 태워줄 수 있겠느냐하고 교섭을 했어. 거기까지는 내려가야 저녁을 먹을 수 있거든.
얼마를 주겠느냐고 나에게 물어오더라고. 여기서 대답을 잘못하면 바가지를 쓰잖아? 아까 주차장 가게 아줌마가 부른 가격의 반인 5만 루피아를 불렀더니 좋다는 거였어. 그는 스마트폰으로 작업하는 인부들 사진을 찍어서 인증샷을 날리더니 다른 두 분을 더 불러와서 오토바이 세대를 마련했어.
우리는 3번 지점과 4번 지점 중간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초록색 점선으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내려온 거야. 6번 지점이 모니 마을의 빈탕 레스토랑이고 5번은 우리가 묵고 있는 게코스 홈스테이 위치를 나타내는 거라고 보면 돼. 그렇게 해서 내가 초래한 사태를 무난히 해결했어. 그렇게 안 했더라면 개고생은 말할 것도 없고 팀 멤버들로부터의 원성 더하기 쿠데타를 만나 리더 자리에서 하야당할 뻔했어. 아슬아슬하게 탄핵 위기를 넘긴 거지 뭐.
오토바이 기사 세명은 엄청 흐뭇해하며 돌아갔어. 오토바이를 타고 내려와 보니 길이 엄청 멀었기에 팁으로 5만 루피아를 주면서 세 사람이 나누어 가지라고 했거든. 모두들 우리들에게 인사를 엄청 건네고 가더라고. 그러니까 서로서로 윈윈(win win) 게임을 한 거지.
편안하게 앉아서 저녁을 주문했어.
그날 난 닭다리가 올라간 볶음 국수를 먹었어.
풍경 감상을 해가며 느긋하게 즐긴 거지. 어제처럼 밤길을 걸으면 곤란하니까 해가 지는 걸 보며 출발했어.
빈탕 레스토랑 부근에 분꽃이 자라고 있었어. 녀석에게 눈길 한 번 던저주고 나서...
땅거미가 슬슬 다가오는 해지는 길을 걸었던 거야.
길가에서 만난 송아지에게도 인사를 해주었어.
아침에 산길 오르기를 시작했던 지점에서 만난 동네 아이들에게도 손을 흔들어주었어.
이제 제법 어두워지네.
동네가게에 들러서 물을 사서 방갈로 향했어. 밤하늘 구름 사이로 언뜻언뜻 모습을 보여주는 별구경을 하다가 잠자리에 들었어. 워낙 피곤한 하루였기에 샤워를 끝내자마자 곯아떨어진 거야.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