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리 메노 섬도 한 바퀴 돌아야지 2
서쪽으로 돌아가면 건너편에 길리 뜨라왕안 섬이 나타나는 거야. '길리'라는 말이 작은 섬을 의미하는 인도네시아 단어라고 하는데 일단 그렇게 표현해 본 거야.
이런 데서 좀 쉬어가면 그저 그만이겠지?
저녁놀을 즐기려면 이쪽, 그러니까 섬의 서쪽 해변으로 와야 할 것 같아.
뜨라왕안 섬에는 작은 언덕이 있어서 다른 섬들과는 쉽게 구별이 되는 거야.
이런 걸 두고 말 택시라고 해야 하나? 여기 길리에는 엔진을 가진 것들이 돌아다니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고 해.
길리 메노만이 가지는 낭만적인 풍광이라고 해야겠지?
이 섬은 모래가 아름다워.
산호모래여서 그런지 발에 밟히는 감촉도 훌륭해.
1997년 여름에는 이런 모습이었는데 말이지....
길리 뜨라왕안 섬에서는 일주 도로가 거의 포장되어 있었잖아? 아스팔트로 포장되었다는 말은 아니니까 오해하지 말기 바라.
길리 메노섬에는 그렇지 않아.
여긴 아직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많이 남아있어.
물론 고급 리조트들도 곳곳에 숨어 있어.
이만하면 멋지잖아?
다른 섬과 비교하면 여긴 확실히 한적하다는 느낌이 들어.
나는 길리 메노가 좋아졌어.
처음 왔을 때는 섬 안쪽에 있는 호수 부근의 민가를 찾아가 보기도 했어.
여긴 이슬람교도들이 많이 사는 섬이야.
이 모퉁이를 돌아가면 선착장이 나올 거야. 길게 누운 나무를 봐.
하늘이 맑기만 했어.
바다는 파랬고...
오솔길에는 풀벌레 소리들이 묻어있었어.
멀리 승기기 비치도 보이는 듯해.
우리는 해변 카페에 앉아서 음료수를 주문했어.
좀 쉬었다가 가기로 한 거야.
어느 정도 쉬었기에 다시 출발했어.
오라빌라 리조트!
수영장도 갖추어 두었더라고.
그러다가 우리는 한국말을 능통하게 하는 아가씨를 만난 거야.
우리나라 드라마를 보고 배웠다고 하더라고.
이 나라에는 한국어 능통자가 많은 것 같아.
한류 광풍이 이런 작은 섬에까지 밀려온 거야.
어느덧 사람 그림자들이 길게 눕기 시작했어.
이 정도 파도라면 서핑도 가능하겠지?
이런 곳에 머물러도 좋겠는데 말이지.
이 구멍 속에는 개미지옥이 살고 있겠지?
바다거북을 길러서 내보내는 시설인가 봐.
그렇지?
이제 선착장까지 다 왔어.
내일 우리들은 여기에서 롬복 섬으로 건너가야 해.
1997년에는 이런 모습이었던 것 같은데...
땅거미가 몰려오고 있었어.
선착장 건너편은 길리 아이르야.
호텔로 가는 길이야.
그땐 바닷가 이런 방갈로에 묵었었지. 이젠 사라지고 없더라고.
거의 다 온 것 같아.
해가 지고 있었어.
그렇다면 저녁 먹을 준비를 해야지.
방에 들어가서 간단하게 씻은 뒤 레스토랑으로 올라갔어.
벌써 달이 저만큼이나 떠올라 온 거야.
바에도 불이 켜지기 시작했어.
음료수로 목을 축인 뒤...
저녁을 먹었어.
달빛이 바다 위에 떨어지고 있었어.
이런 날이면 나는 청춘 시절의 가슴 아팠던 잊지 못할 그날 밤이 생각나는 거야. 왜 이러는 거야?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