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살이/세상사는 이야기 2 My Way

1만원으로 느껴본 작은 행복

깜쌤 2024. 2. 28. 06:04

요즘 세상에 양반이니 상것이니 하는 말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합니다. 나도 굳이 그런 말로  사람을 구별하려는 마음은 털끝만큼도 없어요.

 

 

나는 커피 마시기를 좋아하기에 드립 커피를 구하려고 한 번씩 출입하는 슈퍼가 있어요. 커피숍이 아니고 슈퍼라고 하니까 그게 무슨 말이지 하고 의구심을 가지는 분도 계실 겁니다. 잘 볶은 원두커피를 갈아서 드립 기법으로 내려주신 커피를 텀블러에 넣어가지고 다니면서 이틀 정도에 걸쳐 조금씩 마시고 있어요.

 

 

커피를 내리러 가보면 수퍼 바깥에 마련해 둔 야외용 탁자에 앉아서 막걸리를 마시고 가는 할아버지 할머니를 만나기도 해요. 두 분 어르신들이 대화를 나누시면서 막걸리 한 병씩 나누어 마시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서 꾸준히 지켜보다가 어느 날엔가 드디어 말을 붙여 보았어요.

 

 

두 분 어르신이 교양도 있고 점잖은 분 같아서 커피를 내려주시는 가게 주인아줌마에게 적은 돈을 맡겨 놓았어요. 다음에 그 두 분이 오시면 막걸리를 공짜로 대접해 달라는 부탁과 함께 말이죠.

 

 

그렇게 당부를 해놓고 한참 뒤에 갔더니 어르신 두 분이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저에게 커피를 마시는데 보태라고 하시면서 커피값을 맡겨놓으셨다는 것이었어요. 그 돈이 바로 1만 원권 한 장, 그 돈이었던 거예요.

 

 

두 어르신이 그런 식으로 갚으시리라는 전혀 상상을 못했어요. 오랜만에 진정한 어른다운 어른을 만났다는 느낌에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어요. 참으로 진정한 어르신들이자 양반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사진 속에 등장하는 두 분도 양반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러길래 제가 이 가게에 출입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말이죠.

 

 

그  귀한 돈을 어찌 가지고 올 수 있나요? 다시 맡겨두었어요. 날씨가 풀려서 그분들이 오시면 막걸리와 작은 안주로 갚아달라는 부탁을 해놓고 왔어요. 나이만 먹는다고 다 어르신들이며 양반인가요?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