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쌤
2020. 9. 1. 06:27
낯선 곳으로 싸돌아다니기를 좋아하는 제가 올해에는 꼼짝 않고 집에만 박혀 있습니다. 그것도 그럴 것이 자영업을 하시는 분들에게 너무 미안하고 죄송스러워서 염치가 없다는 것이 솔직한 제 심정이기도 합니다.
나라안 다른 고장을 방문하기에도 눈치가 보이니 어지간하면 어딜 가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만약 제가 무증상 감염자라면 나도 모르게 엄청난 민폐를 끼칠 수 있기 때문에 그저 몸을 사리고 조심하는 것이죠.
배낭을 메고 처음으로 가본 곳이 필리핀이었습니다. 그게 벌써 26년 전인 1994년의 일이네요.
오늘은 문득 처음으로 나가보았던 거기가 너무 그리워졌습니다. 필름 카메라로 찍은 사진의 원판에 해당되는 필름을 지금까지 보관하고 있었기에, 몇 해 전에 돈을 들여 파일로 변환시켰습니다. 그래서 블로그에 올릴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용기도 부족한 데다가 타고난 약골이어서 신체도 튼튼하지 못한 제가 지금껏 살아있다는 것도 기적이거니와, 지독한 후진국에서 태어난 저같은 인간이 무거운 배낭을 메고 해외로 마구 돌아다닐 수 있을 것이라고는 감히 상상도 못 했습니다.
코로나 19로 모두가 고통을 받고 있는 올해 같은 분위기에서는 집에 칩거하는 것이 최상의 선택일 것입니다. 다르게 생각하면 지금껏 걸어온 인생살이에서 커다란 공백 하나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느낌도 드네요. 출산과 육아 때문에 귀한 경력을 단절시켜야 하는 여성들의 아픔과 슬픔이 이해가 됩니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