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쌤 2017. 12. 9. 07:00

 

강변에 섰다.

 

 

옥녀봉에 눈길을 주었다.

 

 

강줄기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가을이 강변을 마구 핥고 지나간다. 

 

 

억새 물결이 일렁이는 강변에 다시 섰다.

 

 

강건너 알량한 집몇채 가진 인간들이 헛웃음을 날리며 

잰체하는 꼴보기가 그리 싫다. 

 

 

내 한몸 누일 공간, 남보다 크게 가진게 그리 큰일이던가?

 

 

그게 콧대까지 높일만한 자랑이던가 싶었다.

 

 

계절이 천지를 이렇게 마구 감돌아가는 날이

 

 

슬쩍슬쩍 스쳐지나가는데는 무심하면서도.....

 

 

통장에 아라비아 숫자 더 길게 쌓아두었다는게

그렇게도 큰 자랑이던가?

 

 

먼저 태어났던 많은 이들이 건너편 모퉁이에서 살다가 갔다.

 

 

남은건 남산과 공동묘지에 흩어진

무덤 몇개뿐이다.

 

 

그리고 돌비에 새겨진 허명(虛名) 몇글자.....

 

 

이름 몇글자에 인생을 거는 너도 나도 

다 우습다.

 

 

훌쩍 스쳐가는 바람에 억새가 일렁거렸다.

 

 

가을도 함께 출렁인다.

 

 

나도 이제 이다지도 찬란한 가을을 몇번

더 맞이할 수 있을까?

 

 

이 가을이 마지막인 것처럼 여기리라.

 

 

사방 모든 것이 다 소중한 것임을 작은 내 가슴에

새겨두고 싶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