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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 인생 - 그리 허무한게 아니었어요. 살만했어요
사람살이/믿음과 천국 Faith & Heaven

이제 물러갑니다

by 깜쌤 2020. 12. 30.

2020년은 여러 가지로 개인적인 의미가 깊은 한해였습니다. 평생 아이들을 가르치며 살다가 어느 날 특정 과목에서 제 실력이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고는 - 물론 다른 이유도 더 있습니다만 - 가차 없이 현직에서 은퇴를 했습니다. 정년퇴직을 삼 년 남기고 물러나왔네요. 

 

 

 

 

저는 다른 분들에 비해 평생토록 영적인 경험을 더 많이 했다고 생각합니다. 사고로 인해 죽음의 고비를 확실하게 넘긴 것이 네 번이었고, 영적으로 한없이 어두워져서 젊었던 날에는 귀신 들린 사람이 되었었으며, 영혼과 육신에 스며든 고통이 너무나 힘들어 죽음을 생각하고 있을 때 인생의 막다른 골목에서 하나님께서 베푸시는 기적을 체험하기도 했습니다. 

 

 

 

 

아무런 능력도 없는 데다가 자질조차 너무 부족한 저 같은 인간이, 시골 도시에서는 제법 큰 교회에서 장로로 피택 받아 하나님을 섬기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제 능력의 한계를 깨닫고는 하나님께 몇 년 동안 간구드려 임기를 5년 남겨두고 조기 퇴임을 했습니다. 

 

 

 

 

가만히 돌이켜보면 그간 받은 은혜가 크기만 했습니다. 섬기던 교회에서 부모님 장례를 집전해주셨는가 하면 자녀들도 결혼시켜 내보냈습니다. 딸을 결혼시켜 내보낼 때는 많은 교우분들이 직접 결혼예식장으로 찾아오셔서 축복해주셨습니다. 교우들에게 더 이상 부담드리기 싫어서 아들 녀석 결혼은 몇 안 되는 일가친척, 그리고 형제자매들과 친구 몇몇을 초대해 서울에서 검소하면서도 작은 규모로 치루기도 했습니다.   

 

 

 

 

이제 올해 12월 27일 날짜로 공식적인 장로 임기가 끝났다고 여깁니다. 장로 직분에 대한 사임서 제출은 9월 말에 했지만 10월 정책 당회에서 허락을 얻었기에, 제 개인 견해로는 당회 허락을 얻은 10월 24일 토요일 오후를 기점으로 장로 직분의 임기가 끝났다고 여겼습니다. 

 

 

 

 

지난 주일 교회 주보에 12월 27일 저녁에 은퇴식을 거행한다고 광고가 되었으므로 당일 오전 예배를 마지막으로 공식적인 임기가 확실하게 끝났다고 봅니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여파로 인해 공식적인 은퇴식이 취소가 되고 연기가 되었다고는 합니다만 어쨌거나 송구스러움과 모자람과 아쉬움이 많은 한 해가 되었습니다. 

 

 

 

 

예수님을 마음 속 깊이 영접하고 난 뒤에는 학교와 교회, 그리고 가정만을 오가는 쳇바퀴 도는 것과 같은 인생길을 걸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방학을 맞아 배낭여행을 떠났던 것 외에는 거의 변함없이 삼십삼 년을 그렇게 살았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해서는 12월 27일 마지막 주일 말씀 - 기도하라, 사랑하라, 봉사하라 - 을 통해 방향을 잡아놓았습니다. 이젠 하나님이 허락해주시는 날까지 없는듯하면서도 조용하게, 그리고 묵묵히 살아나가고 싶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악기인 첼로로 연주하는 찬양을 들으며 글을 쓰는 중입니다. 이젠 끝내야지요. 그동안 정말 감사합니다. 교우 여러분들께는 죄송하다는 말씀만 드리고 싶습니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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