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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 인생 - 그리 허무한게 아니었어요. 살만했어요
사람살이/세상사는 이야기 2 My Way

또 새로운 곳으로 가서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by 깜쌤 2015. 3. 23.

 

평생 학교를 직장으로 삼아 다녔으니 새학기가 시작되자 마음이 싱숭생숭했습니다. 교직을 떠난지 일년이 넘었기에 이젠 아이들을 가르치고자 하는 욕심을 버려야하건만 평생을 해온 일이니 쉽게 단념하지를 못합니다. 그것도 큰 병이지요.  

 

 

작년 일년동안은 기간제 교사를 하며 살았습니다. 이제는 자유로운 생활을 하리라 마음먹고 2월 중순부터는 이런저런 일을 하며 여유롭게 보냈습니다. 그런 생활을 한지 2주일이 지났는데 어떤 학교로부터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짧은 기간이지만 와서 아이들을 가르쳐줄 수 없겠느냐는 제안을 해온 것입니다. 

 

 

작년부터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견지해왔던 나름대로 제가 가진 원칙을 말씀드리고 그래도 좋으시다면 출근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결국 출근하게 되었습니다. 50일간만 일을 해드리기로 계약을 했는데 이제 2주일째입니다.  

 

 

50일 동안 사용해야할 빈교실을 깨끗하게 정리하는데 반나절을 소비했습니다. 그것도 일이라고 집에와서는 녹다운이 되고 말았습니다.  

 

 

아이들이 너무 귀여워졌습니다. 담임은 맡지 않고 두개학년 세과목을 가르치는데 은근히 재미가 있습니다. 지금도 운동장에서는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봄비가 하루종일 내렸던 날은 교실에 혼자 있으려니 으슬으슬 한기가 들며 추위를 심하게 느껴 결국은 따뜻한 곳을 찾아 가야만 했습니다.

 

 

한때는 제법 규모가 큰 학교였습니다만 이제는 아이들이 많이 줄어들어 강당으로 쓰는 교실에 전교생을 다 모을 수 있을 정도입니다.

 

 

영어실에 가보고는 깜짝 놀랐습니다. 시설이 정말 좋았기 때문입니다

 

 

선진화된 첨단 장비를 갖춘 교실에서 수준높은 수업을 마음껏 해보고나서 은퇴하고 싶었는데 그렇게하지를 못했습니다. 낡아빠지고 후진 시설에다가 그렇고 그런 수준의 부모들이 제법 많았던 학교에서 마지막을 보낸 것이 얼마나 슬픈 일이었는지 모릅니다.

 

 

일류선생이 되어 정말 수준높은 교육을 해보고 싶었는데 그게 마음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작년부터 기간제교사를 하면서는 젊은 시간강사선생님들과 기간제선생님들의 비애를 느껴보고 있는 중입니다. 내가 그들을 도와드릴 수 있는 일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 나를 슬프게 합니다.

 

 

교정에 매화가 활짝 피었습니다. 벌써 시들어가고 있지만 매화 향기를 맡으며 사그라져가는 용기와 의욕을 다시 살려봅니다. 이번 일이 끝나면 봄여행을 떠나고 싶습니다. 평생토록 학기중에는 거의 여행을 떠나지 못했으니 이 봄의 여행이 얼마나 기다려지는지 모릅니다. 이번 5월에는 남유럽이나 중국서남부의 지방도시나 일본의 작은 시골을 찾아 어디든지 떠나보고 싶습니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