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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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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살이/믿음과 천국 Faith & Heaven

1987년 8월 3일

by 깜쌤 2014. 8. 16.

 

스티비 원더안드레아 보첼리, 호세 펠리치아노 같은 분들의 이름은 워낙 유명해서 음악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그 정도는 쉽게 알 수 있지 싶다. 그들의 공통점은 모두 시각장애인이라는 사실이다. 시각장애인으로서 인기를 끌었던 가수가 우리나라에도 있었다.

 

 

이용복씨다. 요즘도 활약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한때는 인기가 대단하셨다.

 

 

<1943년 3월 4일생>이라는 외국노래를 우리말로 번안해서 부르기도 했다. "바람이 휘몰던 어느날 밤, 그 어느날 밤에, 떨어진 꽃잎처럼 나는 태어났다네. 내 눈에 보이던 아름다운 세상 잊을 수가 없어, 가엾은 어머니 왜 날 낳으셨나요."로 시작하는 노랫말이 애절하기 그지 없었던 노래다.

 

 

이야기가 이상하게 나간 것 같지만 나에게는 1987년 8월 3일이 굉장하게 의미있는 날로 다가온다.

 

 

그날 회심(回心)을 했기 때문이다.

 

 

올해 8월 3일, 나는 내가 마음을 돌이켜 먹었던 장소에 찾아가보기로 했다.

 

 

목표는 남산 칠불암 뒤편 봉우리의 바위다. 시내에서 자전거로 통일전을 지나 남산마을 끝자락 과수원 부근까지간 뒤 거기서부터는 걸어갔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나는 살면서 영적으로 신기한 체험을 참 많이 해보았.

 

 

기적이라는 것을 경험해보기도 했다.

 

 

육체적으로는 8달 동안이나 말을 못하다가 갑자기 낫게 되는 경험을 했고, 정신적으로는 나에게 붙어있던 귀신이 떨어져나가는 경험을 했다.

 

 

나는 일종의 무병(巫病)에 걸린 사람이었는데 그걸 떨쳐낸 것이었다.

 

 

내힘으로는 그게 불가능했지만 놀라우신 하나님의 힘으로 가능했던 것이다.

 

 

육체적으로는 몸이 까닭없이 너무 아팠고 정신적으로도 극도의 혼란상태에 빠져 있었던 나는 삼십대초반의 나이에 죽음을 결심하고 칠불암 뒤편 절벽에서 뛰어내리기로 마음먹었다. 사진 속 저쪽에 보이는 곳이다.

 

 

여름날 햇볕이 짱짱하던 1987년 8월 3일, 나는 여기까지 올라왔다.

 

 

그게 27년전의 일이다.

 

 

여기가 칠불암이다.

 

 

암자가 있는 한쪽 마당에는 커다란 바위가 두덩어리 자리잡고 있고 앞쪽 바위 사면에는 돌아가며 부처상이 새겨져 있는 곳이다.

 

 

칠불암 뒤쪽 산봉우리 정상 부근에는 다시 또하나의 부처상이 새겨진 바위가 있다.

 

 

내가 가진 믿음을 남이 욕하면 기분나쁘듯이 나도 남이 가진 믿음을 두고 좋다나쁘다는 식으로 말할 처지가 못된다.

 

 

믿음은 각자의 것이고 자기믿음에 대한 대가도 자기가 치를 일이니 간섭할 필요가 없는 일이다.

 

 

나는 칠불암을 지나 뒤편 산봉우리로 올라가기로 했다.

 

 

그동안 비가 너무 오지 않아서 그런지 발걸음을 옮길때마다 길에서 잔 먼지가 피어올랐다.

 

 

여기까지 오면서 땀을 비오듯이 흘렸다.

 

 

높이 오르자 경주와 울산을 잇는 골짜기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27년전에도 그랬다. 산하는 그대로이지만 대지에 터잡고 사는 인간들만 바뀌는것 같다.

 

 

나는 조금 더 위로 올라갔다. 마침내 칠불암 뒤편 꼭대기까지 오른 것이다.

 

 

27년 그날, 나는 여기 저 바위덩어리에 걸터앉아서 새로 태어나고 싶다고 마음먹었다. 자살하러 갔다가 마음을 고쳐먹었던 것이다. 그리고 회심한 뒤 용기를 얻어 새로운 인생을 살아보려고 노력했다.

 

 

그 뒤로도 극심한 어려움을 수없이 겪은 뒤, 석달 후인 11월에 나는 기적을 체험했다. 육체적인 병이 나음과 동시에 나를 괴롭혀왔던 악한 영이 내 몸에서부터 영원히 떨어져 나간 것이다. 신앙간증을 하라고 하면 소설 한권은 거뜬히 쓸 정도로 그동안 나는 숱한 경험을 했다.

 

 

점쟁이 비슷했던 나는 내가 죽을 날까지도 알고 있었다. 1987년 9월 9일이었다. 그날에 얽힌 사연을 이야기 하자면 제법 긴 시간이 필요하다. 하나님의 은혜로 기적같이 나는 살아났고 그로부터 여분의 인생을 산지가 벌써 27년이 넘었다. 언제까지 살 수 있을는지는 모르지만 남아 있는 생을 더 의미있게 살아나가리라고 다짐하며 산을 내려왔다.

 

 

 

 

 

어리

버리